백두산 천지에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구체적인 사진도 있었다. 영국 네스호의 괴물처럼 흡사 공룡 같은 머리와 긴 목을 갖고 있었다. 직접 천지를 관망한 나의 대답은 안타깝게도 '괴물은 없다'이다. 그러나 괴물 소문이 떠돌 만큼 거대한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다. 백두산 천지는 화산 분출로 생긴 칼데라 호로 천지 둘레는 장군봉을 비롯한 화구벽 오봉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 장관을 연출한다. 면적 9.17 제곱 km, 둘레 14.4km, 최대너비 3.6km, 평균 깊이 213.3m, 최대 깊이 384m, 수면 고도는 2,257m이다. 천지 모양은 타원이며 남북 길이는 4.8km고 동서 폭은 3.35km다. 천지를 둘러싼 16개 연봉의 평균 높이는 2500m, 이중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은 2750m다. 해발 2500 미터 높이에 떠 있는 천지 물의 무게는 약 40억 톤으로, 이를 위치 에너지로 환산하면 100조 마력이다. 쉽게 말하면 12억 마리의 말이 하루에 일하는 에너지로 100와트의 전구를 90억개를 켜 놓을 수 있다고 한다. 천지는 매초 1000톤의 물이 새롭게 솟아나 68m 높이의 장백폭포로 떨어지며 그 양은 연간 315억 톤에 달한다. 호반의 동안과 남쪽 산기슭의 쑹화강 상류인 탕수평(湯水坪)에서 온천까지 솟아난다. 냉(冷)과 온(溫), 음(陰)과 양(陽)이 충돌하며 용왕담(龍王潭)에 걸맞게 천지의 기체(氣體)는 꿈틀꿈틀 요동치며 송화강, 압록강, 두만강을 비롯, 한반도와 만주 전 지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민족의 영산답게 실로 엄청난 에너지가 아닐 수 없다. 백두산의 기운은 상상을 초월한다. 백두산은 살아있는 휴화산이다. 마지막 큰 폭발은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702년 4월 14일로 이때 천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백두산 화산 폭발로 멸망한 국가도 있었다. 70년대 말 일본 아오모리 현의 헤이안 시대 주거지역을 발굴하던 중 화산재가 발견되어 분석한 결과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 백두산 화산재였다. <br><br> 도대체 얼마나 큰 폭발이었으면 일본까지 화산재가 날아왔을까. 1990년 일본 마치다 교수는 화산 폭발은 10세기 발해국 전성기에도 일어났으며, 반경 수백 킬로가 초토화돼 발해가 급격히 멸망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발해 기록은 알 수 없으나 신라의 기록엔 남아있다. '신덕왕 4년(914년) 여름 6월, 참포의 물과 동해의 물이 맞부딪쳐서, 물결 높이가 20장 가량 솟았다가 3일이 지나서야 멈추었다.' '신덕왕 5년(915년) 겨울 10월, 지진이 있었는데 우레같은 소리가 났다.' 해일, 지진 등 백두산 화산 폭발이 한반도 삼국에 준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백두산은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지난 6년간 백두산 천지가 6m 가량 상승, 4차 폭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백두산 온천도 평균 80도로 다른 화산 지대보다 월등히 높다. 백두산 잠재 에너지가 서서히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백두산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영산의 기운을 잘못 건드릴 시에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은 장차 통일 한국의 간도반환 요구를 막기 위해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려는 '백두산 공정'을 펼치고 있다. 단언컨대 중국이 백두산을 건드리면 그 즉시 분열이 찾아와 국가의 존폐까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은 백두산을 가졌지만 천지의 기운은 고스란히 남한의 차지였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기적은 백두산 영체(靈體)의 힘이었다. 이제 그 기운으로 남북을 아우르고, 영혼의 고향 만주를 넘어, 피를 나눈 형제가 사는 몽골로 뻗어나가야 한다. 문화영토권 시대, 아시아 맹주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