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스크랩] 가을이 어느새..

kongbak 2006. 8. 13. 18:37

가을이 어느새 우리들 옆에 성큼 와 있네요?

"폭염 헤집고 어느새 가을이 성큼!"


▲...가을을 알리는 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 ⓒ 이종찬

★...8일(화)은 일년 중 가을이 일어선다는 입추(立秋)이다. 입추는 24절기의 하나로 대서와 처서 사이에 들어 있으며, 음력으로는 7월, 양력으로는 8월 8일쯤 된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으로, 간혹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있지만 이때부터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절기다.

농촌에서는 이 때부터 본격적인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다랑이 밭에는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기 시작한다. 특히 이때가 되면 벼논의 물을 빼면서 농촌이 한가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우리 조상들은 입추 앞 뒤를 가리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고 했다. 이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바쁜 5월에 비해 그만큼 한가한 때라는 그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긴 장마로 인해 무더위가 뒤늦게 찾아왔다. 입추란 말을 우습게 여길 정도로 낮에는 불볕더위가, 밤에는 아열대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기상대에서는 이번 무더위는 8월 중순에서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예년 이맘 때면 거의 끝나갈 피서철이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다. '입추(立錐, 여기서 말하는 입추는 뾰쪽한 송곳 하나 세울 곳 없다는 뜻)의 여지없이' 말이 무안할 따름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날 때면


▲...더덕꽃 보셨습니까

★...찌는 듯한 불볕더위 속에서도 입추를 맞은 비음산 곳곳에서는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기 시작한다. 주택가 텃밭 곳곳에 심어둔 해바라기가 노오란 꽃잎 속에 금가루 같은 꽃술을 예쁘게 내밀고 있다. 성질 급한 해바라기 몇몇은 벌써 꽃잎과 꽃술을 다 떨구고 까아만 씨앗을 촘촘촘 박아놓고 있다. 그 옆에는 때 이른 코스모스와 더덕꽃이 '이젠 가을이야' 라며, 간혹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연약한 몸매를 마구 흔들고 있다



▲...키 큰 옥수수 사이로 금새 가을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습니다


▲...벼가 하얀 꽃을 매달고 있습니다

★...어릴 때 '강냉이'라고 부르며, 달착지근한 강냉이대를 씹어대던 옥수수도 금빛, 보랏빛 예쁜 머리를 푼 옥수수를 가지마다 갓난 아기처럼 꼬옥 품고 있다. 밭둑에 쭈욱 늘어선 옥수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릴 때 고향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만 같다. 옥수수밭 곁에는 초록빛 벼가 포기마다 하얀 꽃을 매달고 있다. 벼꽃이 필 때 큰비가 내리거나 태풍이 불면 그해 벼농사를 망친다고 했던가



▲...부추밭에 하늘의 별들이 하얗게 쏟아져 내린 것만 같습니다


▲...자줏빛 나팔꽃 속에 어릴 때 추억이 가물거립니다

★...비음산 다랑이밭 곳곳에는 별 모양의 예쁜 정구지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부추는 경상도에서는 '정구지', 전라도에서는 '솔'이라고 부르는 향기가 진한 풀이다. 정구지는 재첩국을 먹을 때 빠지지 않고 넣는 채소다. 하얀 별을 뿌려놓은 듯한 부추꽃이 피어난 밭둑 울타리에는 자주빛 나팔꽃이 예쁜 입술을 내밀고 있다. 자줏빛 나팔꽃을 바라보면 어릴 때 자줏빛 입술로 깔깔거리며 도토리를 툭툭 던지던 그 가시나가 생각난다



▲...내 누이처럼 생긴 꽃이여


▲...올 가을에는 구절초 한송이 따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바치세요

★...입추를 맞아 국화도 하얀 몽오리를 돌돌 말고 있다. 저 몽오리가 빗살무늬처럼 갈라져 터져나올 때면 가슴 속 깊숙이 묻어둔 사랑하는 그 님이 오시려나. 이에 뒤질세라 가을의 전령사인 구절초도 계란 모양의 고운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내가 어릴 때에는 하얀 구절초와 연보랏빛 쑥부쟁이를 모두 들국화라 불렀다. 그 들국화를 송이송이 따서 아버지가 비운 소줏병에 예쁘게 꽂아 앉은뱅이 책상 위에 놓아두곤 했다



▲...내 누이처럼 생긴 꽃이여


▲...맨드라미가 줄지어 피어난 그 길목 끝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비음산으로 올라가는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 빠알간 맨드라미가 줄지어 피어나 있다. 감나무 과수원으로 가는 비좁은 길목에 줄지어 피어난 빠알간 맨드라미를 바라보면, 그해 가을 갈라먹기 농사를 짓는 조건으로 지줏댁으로 팔려간 빠알간 입술의 누이가 생각난다. 지금쯤 그 누이의 가슴은 저 맨드라미가 터뜨리는 까아만 꽃씨처럼 다 타버렸을까. 그리하여 해마다 입추가 되면 저 맨드라미처럼 붉은 울음 뚝뚝 떨구고 있을까[2006-08-08 15:25 / ⓒ 2006 OhmyNews / 이종찬(lsr) 기자]


 


출처 : 가을이 어느새..
글쓴이 : 신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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