處世

中國人과 慢慢的

kongbak 2012. 10. 29. 19:10

중국인의 특성으로 종종 '만만디(慢慢的)'가 거론된 다.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을 검 색해보니 "[중국어]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 림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흔히들 '만만 디'를 이렇게 '느리다'와 결부시켜 이야기하지만 나 는 '묵직하다'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중국인과 협상을 할 때는 그들보다 더 묵직해야 이 익을 볼 수 있다. 어느 중국인 사장은 한국인의 사업 스타일에 대해 "당신들은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 다"며 "스스로 아쉬운 입장에 처해있는 기색이 역력 한 사람을 다루는 일은 너무도 쉽다"고 지적해 준 바 있다. "당신이 만만디면 나는 껑지아(便加 ; 더욱더) 만만디"라는 뚝심으로 버텨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 이다.

어떤 재활용 폐기물을 처분할 일이 생겼다. 수집업 자는 그것을 가져가는 대신 120元을 주겠다고 흥정 했다. 예전의 내 성격이었으면 거기서 200元 정도 얻어내면 성공했다고 생각했을 터지만, 꾹 참고 수 집업자를 돌려보냈다. 작업장의 인부들이 폐기물 때 문에 귀찮다고 아우성을 쳐도 들은 척 만 척 하며 버 텼다.

다음날 직원을 시켜 다른 수집업자를 알아보는 동안 예전의 수집업자는 다시 제 발로 찾아와 더 높은 가 격을 흥정했다. 그렇게 흥정과 협상을 거듭하기를 며칠. 결국 폐기물은 예닐곱 번째의 수입업자를 거 쳐 500元이 넘는 가격에 팔려나갔다. 아주 작은 사 례이긴 하지만 "나는 급하지 않다, 급한 건 바로 너다 "라는 식으로 대하니 승리(?)한다는 작은 교훈을 얻 었다.

그런 교훈이 여러 번 쌓이니 인부들과 인건비를 흥 정할 때도, 공사 하청을 줄 때도, 사업상 거래를 할 때 도 "나는 아쉬운 것이 없다, 아쉬운 것은 당신들이다 "는 식으로 상대했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쌓일 일도 없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 는 것이 느껴졌다. 조급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중국에서는 중국 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때론 다른 선진적인 방 식을 도입할 필요도 있겠지만, 중국 사업의 기본은 '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묵직하게 나아가는 것'이라 는 교훈을 계속하여 깨닫는 요즈음이다.

오늘 안 되면 내일 하고, 내일 안 되면 모레 하고, 내 가 못 하면 내 아들이 하고, 이것이 아니면 저것으로 버티고……. 그것이 표면상의 만만디라면, 그런 와중 에도 '목표의식'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만만 디의 핵심인 것 같다.

엄벙덤벙 잔칫상을 앞에 놓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협 상을 시작하더라도 내가 얻어야 할 목표를 잊지 않 고 끝까지 대의(大义)를 저버리지 않는 일관성. 나는 늘 웃으면서도 상대의 미소에 쉽사리 현혹되지 않고 , 때론 일부러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상대를 안심시 키면서 야금야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나가는 점진 적인 태도. 손자병법(孫子兵法)이나 삼국지(三国志) 에서 보았던 전략과 전술들이 중국인들의 생활과 기 풍 속에 수천 년 동안 은근히 녹아들어 왔음을 느낀 다.

부파만, 즈파잔(不怕慢,只怕站) - 천천히 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만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 말을 중국에서 나의 좌우명(座右铭)으로 삼기로 했다. 짧 은 기간에 이것을 가르쳐 준 여러 중국인 사부님들 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