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32) 보이지 않는 세계 (2)

kongbak 2007. 3. 18. 15:30
(32) 보이지 않는 세계 (2)

날씨가 쌀쌀해지면 옛날 장터에는 으레 장작 파는 나무꾼들이 등장하곤 했다. 겨울을 나기 위해선 식량인 볏섬과 땔감인 장작이 필수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품팔이로 연명했기에 나무꾼은 가난을 상징했다. 그래서 옛날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은 최고 귀한 신분과 천한 신분간의 사랑 이야기다. 나무꾼이 연못에 도끼를 빠뜨린다는 이야기도 마지막 생존 도구인 도끼의 분실을 통해 극한에 몰린 인간을 대변한다.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던 장작이 석탄으로 대체되었다. 에너지의 형태가 달라졌다. 고효율의 석유가 등장해 점점 양이 적어지더니 이제 보이지 않는 전기가 주요 에너지가 되어 있다. 차길진 법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는 이제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소식을 전하려면 과거에는 말을 달려 인편을 동원해야 했다. 근대에는 우편이 이용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유선 전화기가 첨단 소식통이었다. 이때만 해도 지금처럼 무선전화기를 개인이 들고 다니면서 통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시대로 넘어가 화상을 즐기는 시대로 곧 정리될 거라고 한다. 이미 유선에서 무선시대로 넘어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마다 구멍가게가 산재했다. 점차 대형마트로 이합집산을 하더니 이제 안방에서 홈쇼핑을 즐기고 있다. 장사에 있어 보이는 공간의 중요성이 날로 축소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과학사회로 넘어갈 때만 해도 보이는 물질의 양이 곧 힘이었다. 전쟁에서 탱크와 비행기 숫자가 많은 쪽이 전력에서 절대 우위였고 시간당 상품의 생산량이 경제력의 척도였다. 하지만 위성을 통한 정보와 정확한 목표 타격으로 전쟁 형태가 바뀌었다. 자동차, 선박, 섬유 등의 굴뚝 산업에서 예술, 영화, 게임, 정보 등 문화산업으로 날로 비중이 더해지면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빌 게이츠는 몇 년 전 신년사에게 이렇게 밝혔다. "연구실에서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은 이미 10년 후를 개발해 놓고 있다. 문제는 하드웨어를 채울 소프트웨어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란 곧 문화다. 향후 문화콘텐츠 역량이 국력의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를 인간 지능의 척도로 삼았다. 최근에는 '영성지수(SQ)'가 급부상하고 있다. IQ나 EQ는 기존 가치의 테두리 안에서 지식을 인식하고 따라하는 일종의 적응 능력(현행 한국의 입시제도)인 데 비해, SQ는 새로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조적으로 발견하고 기존의 규칙이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창의적 리더십 능력이다. IQ와 EQ의 토대가 되는 인간 고유의 지능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처음에는 신학적 입장에서 출발되었지만 지금은 불규칙한 현실과 앞날을 개척해야 하는 리더십 교육으로 주목받아 기업의 CEO교육이나 군대의 실전 간부교육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국의 정보통신 관련 대학교의 총장과 정보통신 전문가 250명이 참석하는 정보통신기술 교육을 위한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서 '21세기 IT인재는 영성지수가 높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SQ가 이목을 끌었다.  

 다가올 시대는 육신의 안락함보다 영혼의 성숙이, 지식보다 지혜가 더욱 각광받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국가로 탈바꿈했지만 오랜 정신문명을 계승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대표적인 종교 몇 개로 획일화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을 선호하며 각자가 보이지 않는 조상에게 시시때때로 제사를 지낸다. 과거 한반도의 다양한 생물 종(種)의 분포에 대해 천연자원으로서 대량 생산측면에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비판당해야 했지만 유전자원시대인 요즘은 종의 다양성이 유전자원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시대가 올수록 미신으로 치부된 다양한 정신문화가 석유보다 중대한 자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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