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 (34) 백성을 먹여 살리는 사업가 ]

kongbak 2007. 3. 27. 13:49
[ (34) 백성을 먹여 살리는 사업가 ]
IT기업 회장, 벤처 농사꾼 변신

18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 5년 연속 외국인 투자기업 매출-생산 국내 1위 고수, 2003년 수출 27억 달러, 종업원 1인당 생산액 42억원. 마산 수출 자유지역을 근거지로 휴대폰을 생산하는 N중소기업은 국내 단일 중소기업으로서 전무후무한 신화적 실적을 올리고 있다. 자원도 변변치 않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고, 알게 모르게 한국 IT산업의 초석을 놓았다.

 그러나 이 회사의 숨은 주역인 L회장을 아는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가족을 먹여 살리는 작은 부자는 사람이 만들지만, 백성을 먹여 살리는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1970년, 부산 앞바다에서 232명의 희생자를 낸 남영호 침몰사건이 발생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L회장이 차길진 법사를 찾아왔다. L회장의 선친이 이 사건으로 희생되어 구명시식을 신청했던 것이다. L회장의 선친은 일제 때부터 전자업체에 종사하던 분이였다. 초혼을 하니 선친뿐 아니라 그날 희생당한 분들이 모두 나타나 200여명의 힘겨운 천도가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L회장의 선친 영가는 차 법사에게 뜻밖의 권유를 했다. 자신이 도와 줄 테니 사업을 하라는 것. 당시만 해도 차 법사는 사업에는 뜻이 없었기에 마음만 감사히 받고 아들인 L회장의 사업 번창을 기원했다. 귀신은 공짜밥을 먹지 않는다고 했던가. 천도된 200여 영가들의 힘이었을까. L회장의 사업은 수출로 백성을 먹여 살렸다.

 그 후 차 법사도 돈을 벌지 않는 종교인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있다가 우연히 무인속도계 사업체인 오성 INC를 설립하게 되었는데 영가의 말대로 큰 성공을 거두어서 교통사고를 30% 이상, 사망자 수도 40% 이상 줄이고 1년에 수천억 원의 범칙금으로 국고를 채우며,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해외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얼마 전 은퇴한 L회장의 소식을 매스컴에서 접하게 됐다. 전자공학도이던 그가 이번엔 벤처 농사꾼으로 깜짝 등장해 인생을 이모작하고 있었다.

 6년 전, L 전 회장은 은퇴 후 건강이 나빠져 마산의 한 시골에 요양차 집을 마련하게 되었는데, 농촌에 옛날 같은 여유와 낭만은 없었다.

 "요새 농촌으로 시집오는 여자들이 없습니다. 고목나무 같은 늙은이들만 남아 있더라구요."

 신음하는 농민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몸소 나서게 되었으니 전원 휴양이 아니라 농촌 투신이 되고 말았다. 그는 의문을 가졌다. 봄에 볍씨 1톨을 뿌리면 가을에 1200개의 이삭이 맺히는 기막힌 고효율 생산 작물이 벼인데 왜 생산 농민은 피폐한가?

 "왜 농사일을 꺼리나 살펴보니, 농사일 대부분이 잡초를 제거하고, 땅 갈고, 농약과 비료 주는 비용 많은 노동력과 재료비용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농사일은 지금보다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수출이 아니라 이번엔 농사로 백성을 먹여 살리는 야심에 찬 포부를 품기 시작했다. 농사에 문외한 이던 그가 동네에 버려진 천수답 다락논들을 빌리거나 사 모아 5년 동안 실험 재배한 결과, 벼와 유익한 식물들의 생육 특성과 관계시설을 이용해 땅을 갈지 않고, 모 내지 않고, 농약 뿌리지 않고, 비료 덜 뿌린 무농약 유기농 쌀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와 농촌 복지에도 대안을 제시하며 밀보다 더 맛있는 쌀 가공품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집 거실에는 큰 뜻은 하늘과 통한다는 의미의 '대의통천(大義通天)'과 '100년을 살지도 못하지만 1000년을 걱정한다'고 쓴 액자가 걸려있다. L회장의 열정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년에 돈이 있으니까 할 수 있지."

 과연 그럴까.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돈이 있을수록 더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차 길진 법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는 말한다. "물건만 팔려는 사람은 세일즈맨, 필요한 것을 사게 하는 사람은 비즈니스맨이다. 반면 '사업가'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돈 많은 사람이 사업가가 아니다. 하늘은 백성을 먹여 살리겠다는 철학을 외면하지 않는다."

작가/김영수(paanmiso@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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