處世

[스크랩] 제26계 지상매괴

kongbak 2012. 1. 15. 23:00

[병법삼십육계] 26계 지상매괴...

大凌小者 警以誘之 剛中而應 行險而順
크고 강한 것이 작고 약한 것을 능멸하는 자는 경고하여 그를 깨닫게 하라. 강하면서도 중도를 치키면 임금이 응할 것이고, 어려움을 행하여도 순리를 따를 것이다.

지상매괴에 해당하는 주역의 괘는 사師다. 사師란 물인 감이 아래에 있고 땅인 곤이 위에 있는 괘인데, 감은 험한 것이고 곤은 순리이니, 험한 것을 품고서 순리를 행한다는 뜻이 된다. 다르게는 드러나는 것은 험하지만 뜻하는 바는 순리를 쫓는다.

말하자면 표리부동인 것이다. 순리로서 거친 뜻을 숨기기도 하고, 거친 행동으로 순리를 드러내기도 하고, 이를테면 동아시아에서 말하는 벌伐이 그것이다. 벌伐이란 곧 벌罰이다. 천자의 군대는 결코 불의한 전쟁을 하지 않는다. 천자의 군대는 항상 천명을 받들어 의로운 전쟁만을 한다. 불의를 저지르기에 그것을 바로잡으려 하고, 불인을 저지르기에 그것을 고치려 하고, 천명을 거스르기에 그를 벌한다. 그래서 벌이다. 물론 천자의 전쟁에서 천자가 져서 패망하면 그 반대쪽이 벌伐이 된다. 간단한 이론이다.

, 지상매괴에서 말하는 표리부동이란 강자에 대한 표리부동이다. 당장 상대를 직접 어찌할 수 없을 때, 즉 상대를 거스를 수 없을 때 홰나무를 욕할 수 없으니 대신해 엉뚱한 뽕나무를 욕하는 것.

예를 들어 근세까지 유럽의 유력한 집안에는 매맞는 아이라는 것이 있었다. 선생이 유력한 집안의 자제를 가르치는데 함부로 매를 들 수 없으니 대신해서 아이를 때리는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과연 그 자제가 대신해 맞는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반성했을까는 알 수 없지만... 과연 그랬을까?

상앙 역시 법을 바로세우며 태자가 법을 어겼을 때는 태자를 벌할 수 없으니 그 측근을 대신해 벌주기도 했었다. 물론 이 경우도 태자로 하여금 반성케 하기보다 오히려 상앙에 대한 원한만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말았지만.


초나라 장왕은 즉위하고서 3년을 신하들에게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고 오로지 사냥을 나가고 부인들과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예 사람을 시켜 누구라도 자신에게 간언하는 자가 있다면 목을 자르겠다 선언하고 있었다. 당연히 초나라의 조야에서는 걱정이 없을 수 없었다. 군주가 이리 암우하니 나라의 장래는 어찌 되겠는가.

마침내 신무외라고 하는 대부가 나섰다.(오거라고도 하고 오삼이라고도 한다.) 신무외는 장왕이 부인들과 더불어 술을 마시며 노는 자리로 나아가 이같이 물었다.

"
신이 교외를 나갔는데 어떤 사람이 제게 말을 건냈습니다. 그런데 그 뜻을 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대왕께 아뢰고자 왔습니다."

신무외와 같은 대부가 모르는 것을 왕이라고 어찌 알겠는가. 그러면서도 장왕은 그 말의 내용이 궁금해 신무외더러 말하라 일렀다. 신무외가 대답했다.

"
오색찬란한 큰 새가 있습니다. 그 새가 초나라에 깃든지 3년이 지났는데 누구도 그 새가 우는 것도 나는 것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과연 그 새가 무엇이겠습니까?"

그제야 신무외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안 장왕은 웃으며 이같이 대답했다.

"
과인이 그 새를 알겠다. 그 새는 비범한 새다. 3년을 날지 않았다 하니 한 번 날면 하늘을 꿰뚫을 것이고, 3년을 울지 않았다 하니 한 번 울면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말하자면 풍자라는 것이다. 공자 역시 말하기를 풍자를 쫓겠다 한 바 있었다. 풍자란 지식인이 자신을 지키면서도 강자에게 자신의 뜻을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왕에게 잘못 간언하면 죽는다. 원래 충신이란 너무 강직해서 왕에게 바로 그 뜻을 전하기에 충신이 되는 것이다. 자기 한 몸은 죽고, 가족과 친구에게마저 해를 끼치며. 그러나 풍자를 쫓으면 지혜로운 군주는 그 뜻을 헤아려 따를 것이고, 어리석은 군주라면 모르고 그냥 넘어가고 말 것이다.


전양저는 달리 사마양저로 불리우며 무경칠서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사마법을 남긴 춘추시대의 명장 가운데 하나다. 원래는 몰락한 가문의 그것도 서자로서 한미한 자리에 있었는데, 당대의 명재상 안영의 눈에 들어 그의 천거로 장군이 되어 진晉과 연燕의 군대를 무찌르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이에 전양저는 자칫 자신의 갑작스런 출세에 주위의 시기와 의심이 있을까 하여 스스로 경공에게 나아가 이와 같이 청했다.

"
신은 본래 낮고 천한 사람입니다. 왕께서 변방의 군대에서 저를 발탁하여 높이 쓰시고자 하셔도 사졸들이며 백성들은 저를 믿고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청컨데 왕께서 아끼는 신하 가운데 나라 사람들이 기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이로 하여금 군을 감독하는 일을 맡도록 하셨으면 합니다."

이는 경공 또한 기꺼운 일이라 경공은 당장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장가로 하여금 감군으로 삼아 전양저와 함께 하도록했다. 문제는 다음날 장가가 약속한 정오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벌어졌다.

전양저는 아무래도 대장으로 일찌감치 나와 약속한 정오가 되자 군령을 내리고 병사들을 모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감군인 장가가 나타나지 않은것이었다. 전양저가 몇 번을 사람을 보내 재촉했음에도 해저물녘이나 되어서야 나타난 장가는 아예 술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는 한다는 변명이라는 것이,

"
군을 이끌고 멀리 가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송별회를 한다고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늦었습니다."

그래도 나라의 대신이라는 사람이, 그것도 군을 이끌고 멀리 적을 상대하러 가는 상황에, 그 군을 감독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서도, 그럼에도 단지 친구들이 송별회를 열여주느라 붙잡아 늦었다... 이건 전양저가 아니더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전양저는 한미한 신분으로 이 싸움은 그에게는 다시 없는 기회가 될 터였다.

전양저는 바로 군법관을 불러 이리 물었다.

"
이유없이 시간에 늦으면 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장가가 경공의 총애를 받는 것을 아는 군법관은 전양저의 눈치를 보며 주저주저 대답했다.

"
마땅히 목을 쳐야 합니다."

고작 시간을 늦은 것으로 죽이겠다 하니 장가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급히 따라온 종으로 하여금 궁으로 들어가 경공에게 구명을 청하도록 시켰다. 경공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경공의 명이 있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경공의 사신이 도착해 장가를 풀어주라는 경공의 명령을 전했음에도 전양저는 조금의 굽힘도 없었다.

"
장수가 군을 거느림에 있어서는 임금의 명령도 받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는 오히려 사신으로 하여금,

"
진영에 함부로 말을 몰고 들어오면 어찌 처벌해야 하는가?"

군법관에게 묻고 있었다. 군법관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목소리마저 떨리며 대답했다.

"
역시 마땅히 목을 쳐야 합니다."

전양저는 그래도 인심을 쓴다고 느긋이 덧붙였다.

"
그러나 왕이 보낸 사자는 죽이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대신 사자를 따라온 시종인과 사자가 타고 온 수레의 한 쪽 말과 한쪽 기둥을 베어 경공에게 돌아가 보고하도록 했다. 전양저의 의도는 분명했다.

"
군의 일에 왕의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라!"
"
만일 왕의 명령을 따르도록 할 것이면 차라리 자신을 해임시키라!"

물론 경공도 아주 암우한 군주는 아니었던 터라 그 뜻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전양저는 뜻대로 장가의 목을 베어 왕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대장으로서의 자신의 위엄과 군령의 지엄함을 군중에 알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전양저가 병사들과 자기가 먹을 것까지 함께 나누며 가장 적게 먹는 자와 함께 먹고자 하니, 전군은 전양저의 손이나 발과도 같이 진과 연의 두 나라 군대가 단지 그 기세만으로도 스스로 물러나도록 만들고 있었다.

스스로 물러나는 진과 연 두 나라의 군대를 쫓아 전양저가 제나라가 그동안 잃은 모든 땅을 되찾아 오자 제경공도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장가를 죽인 잘못을 덮고 그로 하여금 대사마로 삼아 그 공적에 보답했다. 명장은 결코 혼자 뛰어나서만 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전양저의 후손 가운데 제경공의 후손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아 스스로 위왕이 되는 이가 나타난다는 것이지만. 전양저를 따로 사마양저라 부르는 것은 그가 경공으로부터 대사마의 지위를 받은 때문이며, 사마법은 그 전양저의 병법을 후손인 위왕이 다시 정리하여 사마법이라 한 때문인 것이다.


지록위마도 따지고 보면 지상매괴의 한 예다. 사실 지상매괴라 하기에도 당시의 호해는 오히려 환관인 조고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어찌되었거나 조고는 신하의 자리에 있었고 호해는 그 조고가 섬기는 황제의 자리에 있었으니.

조고는 어느날 호해가 신하들과 조회를 하는 자리를 쳐들어가 사슴을 한 마리 툭 던지며 이리 말하고 있었다.

"
폐하, 이것은 말입니다."

당연히 호해는 당황해 하며 이리 대답했다.

"
말이라니! 이건 사슴이 아니오?"

그러나 신하들의 대답은 달랐다.

"
말이로군요."
"
말이네요."
"
말입니다."
"
말인 걸요?"
"
말인 걸까?"
"
말인뎁쇼?"

유일하게 한 사람,

"
이건 사슴이..."

그러나 이어진 것은,

"
끄아아아아아아악--!"

과연 조고는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 장난치고 싶었던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이를 통해 진의 조정에 자신의 지위와 권세를 확인시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호해에게 자신의 힘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던 것이고. 거스르면 죽는다. 호해는 이후 자포자기에 빠져 주색잡기에만 몰두하다 결국 조고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만다.


이밖에도 군사적으로도 지상매괴는 쓰이는데 - 사실 이 부분이 쓰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였다. 뚜렷한 사례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어떻게 쓰이는가는 머릿속에 있는데 가물가물 구체적인 사례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뭐라도 떠올라야 검색을 하든 찾아보든 하지. 아무튼 적을 직접 공격하기가 애매한 상황에서 가까우면서도 만만한 - 그러나 적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대상을 포착해 그를 대신해 공격해 이를테면 위력시위를 하는 것이다.

위위구조와 비슷하다 보면 되겠다. 아니 위위구조도 지상매괴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구원하고자 하는 것은 조나라이지만 정작 공격하는 것은 가까운 위나라다. 위를 공격함으로써 조를 공격하고 있던 위군은 군을 물릴 수밖에 없고 그로써 제는 굳이 싸우지 않고서도 목적을 달성한다. 적에게 아군의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직접적인 충돌 없이도 적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는 것...

역사적인 사례가 굳이 떠오르지 않으니 가정해서 예를 들자면, 바로 앞에 적이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오고 있다. 군대를 몰아 그것을 막으러 가자니 시간이 걸리고 또 충돌할 경우 부담이 있다. 그런 때 가까이 있는 적이나 적의 동맹을 공격해 단숨에 괴멸시킨다. 이때 적에게 충격이 갈 수 있도록 그 시간은 짧으면 좋고, 그 참혹함은 클수록 좋다. 한 마디로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 만큼 강하니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 최소한 그를 의식해 군사행동을 자제할 수 있도록.

, 몽골이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하면서 쓴 전략도 그것이었다. 항복하면 우호적으로 받아들였다. 대신 반항하는 나라나 도시에 대해서는 철저히 초토화전술을 펼쳤다. 감히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도록. 괜히 몽골군에 저항하다가 잘려진 머리로 산을 이룬 다른 도시의 예를 따르기를 두려워하게끔. 잔인하지만 그래서 그만큼 효과적인 전술이다.

현재 미국의 군사전략도 그와 같다. 미국이 시시때때로 국제적으로 군사적 분쟁을 일으키거나 뛰어드는 것은 - 지금은 아프간과 이라크 문제로 자기 코가 석 자가 되어 버린 탓에 잠시 자제하고 있지만 - 그만큼 미국이 가진 힘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사실상 미국이 공격하는 대상은 장차 미국의 잠재적인 적이 될 수 있는 모두라 할 수 있다. 피노체트를 후원해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나, 리비아를 공격하고, 그라나다를 침공하고, 노리에가를 납치하고, 그 모든 행동의 근원은,

"
너도 자칫 잘못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

결국은 공포다.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경고하는. 그럼으로써 따르도록 만드는.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하여 단기간에 굴복시킴으로써 마침내 오랜동안 이스라엘과 대립해 왔던 이집트와 리비아의 굴복을 이끌어낸 것처럼. 그들은 이미 더 이상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에 거스르지 않는 충실한 친구가 되어 버렸다.

이처럼 지상매괴에는 풍자 외에도 일벌백계라는 의미도 있다. 읍참마속의 고사가 그 예다. 마속은 원래 제갈량의 친한 친구였던 마량의 막내동생이었다. 당연히 마량이 젊어서 요절한 이후 제갈량이 마속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에도 제갈량은 가정에서의 패배의 책임을 물어 마속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의 전양저의 예에서처럼 군령의 지엄함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즉 마속을 죽이는 것이 둥요한 것이 아니라 마속을 죽임으로써 다른 장수들이 군령의 지엄함을 알고 경계토록 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한고조 유방이 마침내 항우를 물리치고 중원의 패권을 차지한 이후 논공행상에서 옹치를 도후로 봉한 것도 같은 경우다. 옹치는 원래 항우의 휘하에 있으면서 유방을 죽일 뻔도 했던 유방으로서는 꽤나 치가 떨리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유방은 바로 그같은 원한이 깊은 옹치를 도후로 봉함으로써 제장들의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을 잠재웠다.

"
옹치까지 제후로 임명받음에야..."

물론 그 목적은 논공행상에 대한 공신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직접 말로 하기보다는 옹치라고 하는 상징적인 처분을 통해 우회적으로 설득한 것이었다.

다만 때로 이같은 지상매괴가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으니,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오해할 때다. 예를 들어 2차세계대전 직전 히틀러가 굳이 체코의 수테덴을 요구한 것은 과연 영국과 프랑스가 자신의 요구에 대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굳이 수테덴을 차지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영국과 프랑스의 대독일전략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영국과 프랑스는 여기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파탄이 일어난 것이 단치히에 대한 독일의 요구와 폴란드 침공. 전혀 히틀러는 영국과 프랑스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풍자란 듣는 사람이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풍자인 것이지 아니면 그저 생뚱맞고 밑도끝도 없이 뜬금없는 소리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죽이고, 심지어 삼족에 구족을 멸해도 결국에 일족이 멸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과 같다. 서로 의도가 맞아야 그것도 통하는 것이지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전술적이며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한 것일 테지만.

아무튼 가장 쓰기 난감한 계략 가운데 하나였다. 머릿속에 어렴풋 떠오르는 게 있는데, 그러나 그것이 굳이 찾아볼 정도로 또렷하지는 않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 것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부족한 지식과 경험을 한탄하며.

그러나 지혜로운 자는 다른 사람의 경우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혜로운 자에게는 굳이 직접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고도 충분히 얼마든지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다. 전혀 상관없는 남의 집 - 그것도 천하기 이를 데 없는 아이에게 가하는 회초리에서도 깨달음을 얻고 반성도 할 수 있다.

무지하고 무모한 독재자라면야 미국이 노리에가를 납치하는 상황에서도 전혀 아무 느낌이 없겠지만, 현명한 지도자라면 아옌데가 폭사하는 모습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를 알 것이다. 항공모함을 파견하고, 전투기를 띄우고, 군대를 움직이고, 그러나 그것이 결코 헛된 낭비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선거나 혹은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두고 정권에 대한 심판이나 여당에 대한 심판이라 간주하는 것도 그런 예일 것이다. 생각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결코 냉정해질 수 없을 테니. 물론 그럼에도 앞서의 히틀러의 경우에서 보듯 아예 들을 생각이 없으면 소용없는 것이다. 풍자를 해도 들어먹지 못하면 직접 목숨 걸고 간언할 밖에. 충신이 되거나 열사가 되거나 아니면 역적이 되거나. 어찌 보면 자기가 하는 일 없이 상대에게 맡겨야 하는 참 허무한 계략이라 할 수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이상 결국에 상대가 의도하는 바가 내가 의도하는바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으로 난해하고 그래서 가장 고도의 기술을 요하면서도 어찌 보면 너무나도 허무한. 결국에 비롯되기는 나로부터 비롯되어 결론을 짓기는 상대가 결론을 짓는 계략이 지상매괴라 하겠다. 멍청하면 약도 없다. 멍청하면 결국에 직접 손을 들어 해결할 뿐이다. 병법삼십육계의 스물여섯번째 계략이다.




참 힘들었다. 순간 블로그라는 본질을 잊은 터라. 아는 건 아는대로, 모르는 건 모르는 만큼. 굳이 힘 주어가며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할 필요는 없다. 만일 나중에 생각나면 그때 다시 쓰면 되는 것이다. 나는 블로거이지 선생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일단 돈받고 쓰는 게 아니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당연하게. 겨우 쓸 수 있었다. 그러고서야.

 

출처 : 네잎 클로버
글쓴이 : 네잎 클로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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