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學산책

[스크랩] 말 잘하는 과학자가 뜬다

kongbak 2011. 4. 8. 12:25

 

 
말 잘하는 과학자가 뜬다

얼마 전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석재)에서 ‘한국의 칼 세이건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천문과학자인 칼 세이건의 가장 큰 업적은 과학의 대중화로 꼽히는데 특히 1980년 그가 공영방송 PBS와 제작한 13부작 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는 전 세계 60개국에서 6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봄으로써, 세계 방송 역사상 가장 시청률 높은 시리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해설자로 등장한 칼 세이건은 보이저 호의 목성 사진 같은 최신 자료와 다양한 세트를 이용해 우주와 인간, 과학의 역사, 지구의 미래 등에 관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천문연은 칼 세이건처럼 열린 사고로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를 육성, 발굴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천문연은 ‘제1회 소통하는 과학자-한국의 칼 세이건을 찾아서’라는 프레젠테이션 대회를 개최했다. 결선에 진출한 5명의 진출자들은 이틀 간 전문 강사진의 도움으로 집중적인 프레젠테이션 교육을 받았고,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설아침 씨가 최종 우승했다.

심사를 맡았던 박필호 천문연 선임본부장은 “마치 역사스페셜 같은 다큐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이번에는 천문연 내부 행사로 그쳤지만 내년부터는 발표력 향상을 위해 출연연 전체 행사로 발전시켜 나가 이를 계기로 과학계 소통 능력이 향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모든 과학자가 칼 세이건만큼 대중들 앞에서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과학자들에게 발표력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과제 내부회의부터 시작해 평가 발표회와 각종 국내외 학회, 대중 강연 등 연구원들이 '말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할 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마 '말솜씨'가 '연구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 됐다는 사실에 이견을 제시할 연구원은 얼마 없을 것이다.

실제로 좋은 연구를 해놓고도 발표를 잘 못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반면, 별 것 아닌 연구인 것 같은데도 발표를 잘 해 각광받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연구 성과를 부풀린다면 사기꾼이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결과를 청중에게 제대로 이해시키는 발표 기술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담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색과 연구에 집중하고, 한 분야에 외골수적인 면을 지닌 과학자들은 대부분 말을 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말하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용(의미)과 전달(기술)인데, 과학자들은 이미 내용면에 있어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전달하는 기술이 어느 정도만 다듬어지면 굉장한 달변가가 될 수 있다.

말하는 기술은 무엇보다 지속적인 훈련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연설·스피치학원이나 프레젠테이션 강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사내에서 프레젠테이션 모임을 하는 곳도 많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경우에는 원내 동아리 ‘파워 프레젠테이션 클럽’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학습 시간을 갖는다. 교재로 학습을 하거나 참여자들끼리 번갈아 발표를 하고 서로를 평가하는 실습훈련 위주로 진행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국어 프레젠테이션을 연습하던 회원들이 지금은 국제회의 실무영어를 익히고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중점적으로 학습한다.

파워 프레젠테이션 클럽에 따르면 발표에 있어서는 먼저 말할 때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만약 누군가가 뚫어지게 쳐다보면 얼굴이 빨개지며 시선을 피한다던가, 몸이 굳는 등의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일단 여러 차례 사람들 앞에 서는 훈련을 하면서 그러한 태도를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음은 무의식적으로 행하던 말버릇 등을 고쳐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발음과 시선처리, 자세, 분위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 포함된다. 예를 들어 발표자가 ‘즉 다시 말해서’를 연발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면 듣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도대체 저 말을 몇 번을 반복하는지 세고 있을 수도 있다. 너무 작은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싶지만 이러한 작은 습관들이 프레젠테이션의 전달력을 좌우한다. 국제적인 발표력 향상 프로그램인 '토스트마스터(Toastmaster)'에서는 발표 중 '아'나 '음' 등을 몇 번이나 하는지를 세는 '아하 카운터'를 비롯해 시간배분·시선처리·자세 등을 전담해서 확인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정도다.

말하는 기술을 키우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과 경험이다. 말을 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과학기술인이라면 학원이나 강연 등을 들을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고, 당장 여건이 안 된다면 오늘은 잠시 읽고 있던 논문이나 자료를 내려두고 가족과 지인들과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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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너지환경
글쓴이 : howm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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