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學산책

타임머신 방정식 존재한다

kongbak 2009. 10. 24. 20:32
타임머신 방정식 존재한다
부활하는 타임머신 III
2007년 01월 17일 | 글 | 이종호/페르피냥대 공학박사ㆍmystery123@korea.com |
 
물론 학자들의 이러한 모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SF영화에서는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원리에 충실하지 않는다. 이런 이론에 충실하다가는 오히려 영화의 재미만 감소시키므로 대부분의 SF영화는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 중에서도 필립 K. 딕의 ‘페이첵(Paycheck)’의 구상은 매우 색다르다.

이 영화는 기억 삭제를 소재로 컴퓨터 공학자가 자신의 기억 일부분을 지운 하이테크 회사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컴퓨터 공학자 마이클 제닝스의 기억은 매번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삭제된다. 기업 기밀유지를 위한 것. 그는 자신의 기억을 지우는 대가로 거액의 보수를 받는다.

그가 최근 3년간 초특급 프로젝트를 수행한 대가로 받은 돈은 무려 44억 달러이다. 그런데 기억을 지우고 돌아 온 그에게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담겨있는 봉투와 모든 보수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그가 작성한 동의서가 배달된다. 게다가 연방 요원과 회사의 동료들이 그를 추적해 살해하려고 한다. 

제닝스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봉투 속에 들어있는 19개 물건들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는 동료이자 연인인 레이첼과 함께 과거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결론은 끔찍한 미래를 본 그가 미래를 변경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해 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정설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와 같이 이미 일어난 사건이나 재앙을 막기 위해 과거로 여행한다는 발상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도 마찬가지이다. 미래, 즉 후손들에게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말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이 역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타임머신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아주 간단한 증거는 첨단과학기술로 무장했을 미래로부터의 여행자가 아직도 우리들 주위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고 스티븐 호킹 박사는 말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이 순간에 미래인들이 몰려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미래인들이 볼 때 21세기가 너무 보잘것없는 시대이므로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여행 가능 방정식

상대성 이론이 태동한 지 30년이 지난 1949년, 뉴저지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의 쿠르트 괴델(Kurt Godel)이 드디어 시간여행을 실현시킬 수 있는 명확한 방정식의 해(解)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우주 자체가 회전을 하면 그 주변의 빛을 끌어당기게 되면서 '일시적인 인과율의 고리'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CTC(닫힌 시간 곡선, closed timelike curve)'이라 부르는데, 괴델은 입자 바로 근처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빛의 속도를 초과함 없이 시간의 닫힌 경로에 따라 움직일 수 있으므로 시간여행을 한 뒤에 정확히 출발 지점, 출발 당시의 시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디어 타임머신을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괴델은 균일한 속도로 회전하는 우주에서는 거대한 반경으로 원운동만 해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러나 환호성도 잠시. 괴델의 아이디어는 불행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팽창하는 우주가 아니라 균일한 속도로 회전하는 우주에만 적용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한마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 타임머신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1963년에는 뉴질랜드의 로이 커(Roy Kerr)가 보다 입맛에 맞는 타임머신의 해를 제시했다. 그의 주제는 회전하는 블랙홀에 관한 것이다. 물론 그의 해 역시 특별한 상황에서만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해들에서는 시간선을 따라 여행하다보면 시간을 거슬러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된다. CTC 가설을 흥미롭게 접목시킨 것이 1993년에 나온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이다.

성격이 괴팍한 텔레비전 기상통보관 필은 매년 열리는 성촉절(Groundhog Day)을 취재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 주의 펑스토니 마을을 방문한다. 그런데 그는 첫 생방송을 하는 날부터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혼란에 빠지는 것도 잠시, 필은 곧바로 악몽을 기회로 삼는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벌어질 일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아주는가 하면 거지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저녁을 사주기도 한다. 결론은 하루라는 시간을 좀 더 가치 있게 이용하는 법을 깨달으며 사랑까지 얻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반복되는 사건들은 앞에서 설명한 닫힌 시간 곡선과 같다. 매일 아침 6시만 되면 코너스는 시간을 거슬러 24시간 전에 출발했던 바로 그 지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그가 하루 전 날로 돌아갔을 때 그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그는 첫 번째 시간 고리에서 24시간 더 늙었기 때문에 24시간 더 젊은 자신을 만난다고 볼 수 있다.

CTC를 과학적으로 좀 더 정확하게 묘사한 작품은 테리 길리엄 감독의 ‘12 몽키즈(12 Monkeys)’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인 제임스 콜 역을 맡았는데 그는 1996년 어느 날 부모의 손을 맞잡고 볼티모어 공항 로비를 걷고 있다가 양복 차림의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쏜 총에 흰색 바지를 입은 남자가 쓰러지는 것을 본다. 소리를 지르며 뒤따르던 여자가 쓰러진 남자를 붙잡고 울먹이지만 그 남자는 숨을 거둔다.

2주일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재앙으로 몰고 가 세계 인구의 99퍼센트에 해당하는 50억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하의 세계로 대피한다.

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콜은 지하세계로 피할 수 있었으나 중죄자가 돼 수감돼 있었다. 그런데 지하에 살고 있는 과학자들이 2035년에 완전하지 않지만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개발하자 범죄자 중에서 자원자를 뽑아 형을 감면시켜 주는 대가로 실험에 자원케 한다. 제임스가 자유를 얻는 대가로 맡은 임무는 50억 명을 죽이게 될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인 1996년 볼티모어로 가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전의 바이러스 표본을 얻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불완전한 타임머신 덕분에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기도 하고 1990년의 볼티모어로 가기도 하는 등 2035년의 서로 다른 역사적 순간들을 왔다 갔다 하는데 그는 꿈 속에서 한 아이가 공항에서 죽어가는 남자를 바라보는 장면을 본다.

그 꿈은 콜이 어릴 때 겪었던 사건인데 살해당한 그 남자는 바로 미래에서 온 콜이다.간단하게 말하면 콜은 어릴 때 미래의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지하의 과학자들이 제임스를 과거로 보낸 것은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한 번 일어난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제임스에게 부여한 임무는 바이러스 샘플을 채취해 그들이 다시 지상으로 나갈 때 필요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여하튼 일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극히 한정된 조건 하에서 타임머신이 가능하다는 희망은 학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타임머신이 실제로도 가능하다는 조그마한 실마리가 나타나자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웜홀(worm hole : 벌레구멍)을 이용하는 것이다.

타임머신 가능 이론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웜홀은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이론에 따라 198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킵 손(Kip S. Thorne) 교수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켰다. 웜홀에서는 중력에 의해 시공간(space time)이 극단적으로 변형되어 두 장소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타임머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이론은 뒤에서 설명한다.

킵 손 교수가 제시하는 타임머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웜홀을 만들어서 두 점을 잇고, 웜홀의 한쪽 입구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시킨다면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 시간의 지연 현상이 반대쪽 입구에서 일어난다. 즉 웜홀 한쪽 입구의 고유 시간과 시간지연 현상이 있는 다른 입구에서의 시간의 흐름이 서로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지하고 있는 쪽의 웜홀의 입구에서 또 한쪽의 입구까지 이동하고, 그리고 웜홀을 통과해 원래의 지점으로 되돌아간다면 출발한 시각보다도 앞선 시각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킵 손 교수가 웜홀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은 천문학자이자 저술가인 칼 세이건 때문으로 알려졌다. 세이건 박사는 공상과학소설인 ‘콘택트(Contact)’를 집필하면서 26광년 떨어진 베가성에 1시간 만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을 손 교수에게 질문했다.

원래 세이건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블랙홀을 포함한 것인데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파괴된다는 것을 알고 손 교수에게 공간 여행을 가능케 해줄 대안을 손 교수에게 의뢰한 것이다. 손 박사는 그 수단으로 유명한 웜홀을 제안했고 칼 세이건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콘택트’는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웜홀이 무엇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콘택트’의 여주인공 앨리 애로우는 밤마다 우주에서 올 미지의 교신을 기다리며 단파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그녀는 '이 거대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는 것은 공간의 낭비다'라는 생각에 외계생명체를 찾아내려고 한다.

어느날 그녀의 목표가 이뤄져 드디어 베가성(직녀성)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메시지를 수신한다. 그것은 1936년 히틀러 시대에 개최된 뮌헨 올림픽 중계방송이 발신되자 이것을 외계인이 수신해 다시 지구로 발송한 것인데 그 프레임 사이에 은하계를 왕복하는 운송 수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만 장의 디지털 신호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우주 공간의 지하철망으로 일종의 웜홀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라고 추측한다.

영화에서 애로우는 완성된 기계를 최초로 시험하는 사람이 되고 순식간에 베가성으로 이동한다(현재의 우주선 속도로는 60만 년 정도 걸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