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야구와 수학
야구장은 내야․외야․파울그라운드․관람석(스탠드) 등으로 되어 있다. 내야에는 홈․1루․2루․3루의 4개 베이스가 있으며, 각 거리는 약 27.4m(90피트)의 직사각형이고, 각 베이스를 잇는 변은 동일 수평선상이어야 한다. 홈과 2루를 잇는 직선상에 홈으로부터 약 18.4m(60피트 6인치)의 자리에 투수판(피처플레이트)을 둔다. 높이는 홈플레이트보다 약 38㎝(15인치) 높으며 가로 61㎝(2.54인치), 세로 15㎝(6인치)의 고무판으로 만들어져 있다. 홈과 1, 3루를 잇는 직선과 그 외야에 뻗는 연장선을 파울라인으로 하여 그 바깥쪽을 파울지역, 안쪽을 페어지역으로 한다. 홈플레이트 및 파울라인으로부터 적어도 18.3m(60피트)는 플레이할 수 있는 파울그라운드를 두어야 하며, 대개 이 바깥쪽이 스탠드가 된다. 홈으로부터 외야스탠드까지의 거리는 약 76.2m(250피트) 이상이지만, 91~120m가 일반적이다. 홈은 5각형의 흰색 고무판으로 표시되며, 지면과 수평이 되게 고정시킨다. 1, 2, 3루는 속을 부드러운 것으로 채운 두꺼운 천으로 만든 캔버스 백을 고정시켜 표시한다. 소년야구의 경우는 베이스간 거리, 투수판과 홈과의 거리를 다소 좁혀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문제) 거리가 27.4m인 정사각형의 홈, 1루, 2루, 3루의 4개의 베이스로 구성된 내야가 있다. 그리고 홈으로부터 외야스탠드까지의 거리가 120m인 야구경기장이 있다. 100m를 14.6초로 달리는 2루 주자가 있고 136.8km/h의 속도로 공을 던지는 외야수가 있다. 타자가 우측 센터 필드로 공을 처서 91.4m까지 보냈다.(홈에서 1루와 2루 사이 91.4m 3루에서 2루 방향쪽으로의 연장선상의 87.1m) 2루 주자는 외야수가 공을 잡는 정확한 순간에 2루를 떠나서 3루에 도달하기 전에 외야수가 공을 잡아서 3루에서 2루 주자를 태그아웃 시켜야 한다. 외야수는 태그아웃 시킬 수 있을까?
풀이) 2루 주자가 3루 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고, 외야수가 공을 잡아서 3루까지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3초 걸린다. 그 이유는 시속 136.8km/h를 m/s로 고치면 (36.8*100)/(60*60)=38m/s이므로 시간은 87.1/38이다. 따라서 t=2.292이다.
여기서 외야수의 던지기와 3루수가 태그 하는 데 1.7초의 시간이 이용될 수 있다. 외야수가 던지는 공이 정확하게 3루수에게 도달해야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3루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3루에 정확하게 도달한다고 해도 3루수는 2루주자의 몸에 태그를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 세이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외야수는 2루주자가 3루로 갈 것인지 아닌지를 결심하고 있을 때 이 모든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28. 한 방울의 잉크가 우주에 퍼진다면
물을 채운 컵 속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잉크는 순식간에 퍼져서 물은 파랗게 변한다. 다음에 물 통 속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전보다는 엷은 색깔로 물들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목욕통의 물, 수영장의 물… 속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물 색깔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즉 물의 양이 많아지면 확산된 잉크의 입자는 이미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아주 정밀한 감지 장치(感知裝置, sensor)를 사용하면 미량의 잉크 입자를 검출할 수 있다.
증기선이 처음으로 대서양을 향해하던 1838년의 어느 날, 승객중의 한 사람이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잉크 한 방울을 바다 속에 떨어뜨렸다. 그로부터 1세기 반이 지난 지금도 그 승객이 떨어뜨린 잉크 한 방울 속의 입자는 지구상의 온 바다를 누비면서 확산을 계속하고 있다. 먼 미래의 언젠가는 이 잉크 입자가 세계의 바닷물 속에 고루 퍼지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인간의 능력으로는 물론 모르긴 하지만, 미래 세계의 가장 발달한 초고감도(超高感度)의 감지기를 사용하여도 그 입자를 검출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지구상의 바닷물의 양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결국은 유한하다. 그러므로 어느 바다에서 1cc의 바닷물을 건진다 하여도, 그 속에는 아주 미량이기는 하지만 그 잉크의 입자가 섞여 있음이 틀림없다. 요컨대, 지구 전체에 퍼져서 희석화 될 대로 희석화 된 잉크일지라도 그런 대로 무한소의 “존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희석화”의 극한값은 물론 0이지만, 확산 작업을 전 우주에까지 넓힌다 하여도 극한값 0에는 도달할 수가 없다. 즉 극한값을 셈할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상태가 우주상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것은 한낱 지어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사고 실험(思考實驗)이다. 그러나 이와 똑같은 추측을 우주의 탄생인 저 “빅 뱅(big bang)"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가 있다. 우주의 역사는 약 150억 년 전에 시작하였고, 그 시점에서 시간도 시작하였다는 것이 현재 정설로 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에게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이 대폭발(빅뱅)의 순간, 즉 시간이 태어난 그 시점이다. 그러나 현재의 물리학이 그런대로 가설을 세울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폭발이 일어난 “시점”의 내지는
초 후 정도이다. 실제로 거대한 가속기(加速機)를 사용한 실험으로 검증된 것은
초 후, 그러니까 100억 분의 1초 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빅뱅”으로부터
초 후쯤의 우주 탄생의 시점에 아주 가까운 시간 내의 상황에 관해서는 현재의 물리학 이론으로는 원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 탄생의 순간이란 하나의 극한값이며, 그것이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정할 수 없을뿐더러, 그 내용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는 “관념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현대 우주론의 밑바탕도 극한값은 존재하지만 그것에는 도달할 수가 없다는 파라독스에 의해서 가려져 있다. “아킬레스와 거북”의 이름으로 알려져 제논의 파라독스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파스칼의 다음 글은 그가 이미 이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음을 여실히 말해준다.
“무한과 무(無)라는 두 심연 사이에서 불가사의한 자연을 대할 때, 인간은 두려움에 몸을 떨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팡세』)
29. 체감온도와 불쾌지수
수학은 기호의 학문이라는 말이 있다. 숫자(0, 1, 2, …, 9)와 미지수를 나타내는 문자(x, y, z, …), 그리고 기지수를 나타내는 문자(a, b, c, …), 여기에 이것들을 연결하는 기호(+, -, ×, ÷, =, <, >, …)들이 있으니 말이다. 또 특수한 용도로 이용되는 수많은 기호도 빠뜨릴 수 없다(예를 들어 { }, ∈, ⊂, ∩, ∪, lim, Σ, ∫, π, e, …).
수학의 문장은 이런 기호들을 결합시킨 식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수학은 자연 언어와 매우 다른 특별한 언어다. 이런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히 수학은 많은 사람들의 불만과 원성을 들을 만하고,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이런 기호 때문에 수학은 일상 언어로 표현하면 매우 길고 모호할 수 있는 내용을 매우 간단한 형태로 명백하고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 수학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발견된 결과와 법칙들을 수학적인 식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많은 수치 계산에도 수학적인 식이 이용된다. 그 중 겨울철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체감온도가 있다. 체감온도는 기온, 풍속, 습도 등에 따라 신체가 느끼는 온도다.
가. 바람이 세찰수록 낮아지는 체감온도
겨울철에는 바람 때문에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온도에서도 바람이 세차게 불수록 체감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풍속을 고려해서 체감온도를 구하는 한 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온도가 t(℃)이고 풍속이 v(m/초)일 때 체감 온도 T(℃)를 구할 수 있다. 이때 T를 풍랭지수(wind-chill index)라고 하는데 구하는 식은 다음과 같다.
이 공식은 풍속이 초속 1.79m(빠르게 걷는 속도)와 초속 20m(시속 72km) 사이일 때 사용되며, 피부의 온도를 33 ℃로 가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온도가 0℃이고 풍속이 초속 5m(시속18km), 초속 10m(시속 36 km), 초속 15m(시속 54km)일 때의 체감 온도는 각각 -8.6℃, -15℃, -18℃이다.
한겨울에 기온이 영하 12℃이고 풍속이 시속 30km이면 이때의 체감온도는 약 영하 31℃가 된다. 겨울 바람을 매섭게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 온도와 습도로 구하는 불쾌지수
체감 온도가 주로 겨울에 사용된다면 여름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는 불쾌지수(discomfort index)다. 불쾌지수 D 는 건습구 습도계에서 건구 온도(통상적인 온도) d℉와 습구 온도 w℉를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구한 화씨 온도로 D = 15 + 0.4(d + w) 식으로 주어진다. 이때 화씨 온도 F 와 섭씨 온도 C 사이의 관계는 F = C + 32이다. 불쾌 지수가 70 이하일 때, 즉 식에서 구한 화씨 온도가 70℉ 이하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쾌적하게 느낀다. 그리고 70이상이면 약 10%, 75이상이면 약 50%, 80이상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불쾌지수를 발표함으로써 불쾌감을 더욱 조장한다고 해서, 이를 온습 지수(temperature-humidity index, THI)라는 말로 바꾸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섭씨 온도를 기준으로 보면 건구 온도가 a℃이고 습구 온도가 b℃일 때, 불쾌 지수 D는 D= 40.6 + 0.72(a + b)로 나타난다. 요즘과 같이 건조할 때 건구 온도가 18℃이고 습구 온도가 15℃일 때 불쾌지수는 약 64정도로 여름에 느낄 수 있는 불쾌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너무 건조해 정전기가 자주 발생하므로 여름과는 다른 형태의 괴로움을 느낀다.
휘발유 통, 음료수 캔, 보온병 등 액체를 담는 용기이다. 액체를 담는 용기들은 대부분 원기둥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데 대해 평소에 주의한 적이 있는가? 여기에 어떤 수학적 이유가 있을까?
용기를 만들 때는 언제나 재료를 적게 들이고도 많은 양의 액체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같은 재료로 제일 많이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야 한다.
원의 넓이와 일부 정다각형의 넓이 그리고 둘레의 길이를 직접 구하여 비교하여 보자.
그림에서처럼 면적이 똑같이 ㎠인 정사각형의 둘레의 길이는 40cm이고, 같은 면적인 정삼각형의 둘레의 길이는 45.6cm이다. 그러나 같은 면적인 원의 둘레의 길이는 약 35.4cm밖에 안 된다. 다시 말하면 넓이가 같은 원, 정사각형, 정삼각형 등의 도형에서 원의 둘레의 길이가 가장 짧다.
그러므로 같은 양의 액체를 담을 수 있고 높이가 같은 용기들 가운데서 원기둥 모양의 용기가 그 옆면에 드는 재료가 가장 적다. 그래서 휘발유 통이나 보온병 등 액체를 담는 용기는 대부분이 원기둥 모양으로 되어 있다.
원기둥 모양보다 재료가 더 적게 드는 모양은 없겠는가? 있다. 수학적 원리에서 보면 같은 재료로 만든 용기들 가운데 구 모양의 용기의 용적이 원기둥 모양의 용기보다 더 크다. 즉 구 모양의 용기를 만들면 재료가 더욱 절약된다. 그러나 구 모양의 용기는 잘 구르기 때문에 불안정하며 덮개도 만들기 어렵다. 그러므로 구 모양의 용기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함, 상자, 궤 등과 같이 고체를 넣는 용기는 무엇 때문에 원기둥 모양으로 만들지 않는가? 원기둥 모양의 용기를 만들면 재료는 비록 적게 들지만 고체와 같은 물건을 넣기에는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고체를 넣는 용기는 일반적으로 직육면체 모양으로 만든다.
31. 음수의 역사
처음으로 수가 등장한 것은 물건, 이를테면 원시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기르는 사냥감이나 사축들의 수를 셈하기 위해서였다. 수에는 어떤 물건의 모임이 대응한다. 그러나 음수에 해당하는 물건은 없다. 가령 -3마리의 양떼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1, 2, 3과 같은 자연수는 금방 그 수에 해당하는 눈에 보이는 물건의 집합이 있다. -1, -2, -3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점에 있다.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취급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은 상상력을 가졌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도 머리 속에서 그려 낼 수 있다. (-3마리의 양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반 물질로 된 양이거나 빚을 진 3마리의 양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1, 2, 3 …과 같은 자연수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자연스럽게 발견되었다. 그러나 음수를 발견하는 데는 그 후로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하였다. 학생들이 음수를 어렵게 느끼는 데에는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수라고 하면 모두가 자연수뿐이었으므로, 따로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음수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그와 대조적인 수(자연수)를 새삼 새로운 이름을 붙일 필요가 생겼다. 자연수를 음수의 반대 개념인 '양수'로 부르게 된 것은 그래서였다. 그러다 보니, 양수․음수에 0을 덧붙인 전체를 부르는 이름도 필요하다. 정수가 그것이다. 고대에 음수를 이해하고 있었던 곳은 중국뿐인 것 같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3년경의 진․한(秦漢)시대에 [구장산술]이라는 책이 쓰여졌으며, 신라의 수학교과서로 쓰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양수, 음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양수를 나타내는 수막대는 빨간색, 음수는 검정색으로 표시했다. 요즘도 손해를 봤을 때 '적자(赤字)'라고 하는데, 이것은 빨강과 검정의 뜻이 엇바뀌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들은 음수․양수를 이용하여 연립 일차방정식의 해법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7세기경에 인도의 브라마굽타가 0 및 음수의 개념을 도입했다. 그것이 8세기경에 아라비아로 건너가고 12세기경에 유럽에 전해진다. '플러스', '마이너스'는 피보나치(1180?-1250?)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는 라틴어의 et(영어의 and)를 갈겨쓴 것에서, -는 minus의 m을 갈겨 쓴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수 방정식의 해로서의 음수를 인정하게 된 것은 16세기경이다. 중국에서 일찍? ?음수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동양사상의 기본인 음양론 덕분이다. 우리 태극기는 음과 양이 조화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사상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동양인은 음수를 생각해낸 것이다. 이런 옛적의 사상(음양론)을 모르는 독자 여러분이 음수를 이해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데카르트 이전의 서양의 수학 대가들에게 이미 음수가 알려져 있었지만 그들은 음수를 가공의 수, 불합리한 수, 가짜의 수로 여기고 있었다. 서양인에게의 음양의 사상이 없었기 때문에 수로서 실감나지 않았던 것이다.
32.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누가 이길까?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토기와 거북이 경주이야기가 있다. “거북아, 거북아, 이 세상에서 너만큼 느림보는 없을 거야!”하고 걸음이 빠른 토끼는 느림보인 거북을 놀려댔다. 그리하여 이 두 동물이 경주를 하게 되고 도중에 토끼가 낮잠을 잠으로써 있을 수 없는 패배를 맛보게 되었던 것이다. 낮잠만 자지 않았더라면 물론 토끼가 이긴다고는 할 수 없으며, 경기의 규칙 여하에 따라서는 영원히 토끼가 승리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토끼는 거북이의 출발점보다 100m 뒤에서 출발을 한다. 그리고 토끼와 거북이는 출발신호와 동시에 출발한다. 이러한 규칙아래에서 토끼의 속력은 매초 1m, 거북이의 속력은 매초 0.1m 로 달린다고 가정한다. 이렇게 되면 토끼가 거북이의 뒤를 쫓아가는 셈인데, 토끼가 거북의 출발점까지 가려면 100초가 걸린다. 그런데, 그 100초 사이에 거북이도 역시 가고 있으므로 거북은 10미터 전방에 가 있게 된다. 이 10미터를 토끼가 가는 동안에 거북은 또 1미터 전방까지 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되풀이하면 토끼가 거북을 따라가는데 무한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토끼의 승리를 볼 수 없게 된다. 더구나 토끼의 생명은 10년이나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토끼가 살아 잇는 동안에는 도저히 거북을 따라 잡지 못한다. 또한 거북의 수명은 몇 백 년이 되는 것 같으므로 결국 장기전의 마지막 승리는 거북의 것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경주를 시켜 보면 토끼가 승리하게 된다. 그건 어째서일까?
토끼가 거북의 본래의 위치에 올 때까지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첫 번째는 A에서 B가지의 시간으로 1초, 다음은 0.1초… 등등. 이런 식으로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이들 시간을 무수히 더하면 무한등비급수의 공식이 된다. 즉, 단 1분 51초 정도로 토끼가 거북을 제치게 된다. 토끼가 뇌출혈이라도 일으켜서 급사하지 않는 한 역시 거북 쪽의 패배이다. 이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형의 무한등비급수의 계산을 ‘토끼와 거북의 계산’이라고 흔히 부른다.
33. 책상과 수학
다리가 3개 있는 탁자는 아무리 다리 길이가 서로 다르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또한 다리가 3개인 탁자는 항상 3다리 모두 그 끝이 바닥에 닿아 있다. 왜냐하면 임의의 3점은 오직 하나의 평면만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삼각 탁자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며, 이것은 순전히 기하학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지 물리적인 이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토지 측량기구나 사진기의 스탠드가 모두 3각대인 것도 바로 이 이유이다. 만일 좀 더 견고하게 한다고 다리를 4개로 만든다면 더욱 불안정하게 흔들릴 뿐이다.
나. 사각책상을 어떻게 하면 덜거덕거리지 않도록 할까?
식당의 둥근 테이블이 덜거덕거려서 불편을 주는 경우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다. 이러한 상태는 테이블 다리의 길이는 4개 모두 똑 같지만 바닥이 고르지 않아, 다리 하나가 떠 있는 상태가 되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때, 어떻게 하면 덜거덕거리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떠 있는 책상다리 밑에 종이를 접어서 끼어 넣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더 멋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테이블을 회전시켜 보는 것이다.
테이블을 잡고, 오른쪽 방향이건 왼쪽 방향이건 마루 위를 미끄러지게 하면서 돌리면 4분의 1, 그러니까 90도 회전하는 사이에 반드시 네 다리가 모두 마루에 닿는 부분이 있어 테이블이 안정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을 쓰면 왜 테이블이 덜거덕거리지 않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캐 보면 수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 4개의 다리에 각각 A, B, C, D의 표시를 붙였을 때, 다리 D만이 마루에 닿지 않고 떠 있는 상태에 있다고 하자.(3개의 점을 포함하는 평면은 꼭 하나 존재한다. 따라서, 책상이나 의자의 다리가 3개뿐이면 반드시 하나의 평면 위에 서 있게 되고 덜거덕거리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그림1 참조]
이때, D의 대각선 위에 있는 B가 뜨지 않도록 한 손으로 A와 B의 중간쯤의 테이블 위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C와 D 사이의 테이블 위를 누른다. 자, 이제 테이블을 4분의 1 회전시켰을 때, D가 C의 위치까지 움직이는 상태에 관해 생각해 보자. 다리 D의 끝은 마루에서 떠 있는 상태로부터 출발하여, 다리 C가 있었던 위치까지 이동하는 사이에 서서히 마루에 접근하고, 4분의 1 회전하는 사이에 반드시 마루에 닿는 부분이 있게 된다.
이 사실을 보장해주는 것이 미분학에 관한 다음의 중요한 정리이다.
<연속적인 곡선 (끊기는 데가 없는 곡선)과 x축 사이의 거리는 a로부터 b로 옮겨가는 동안에 A와 B사이의 모든 값을 적어도 한 번은 만난다.>(중간값의 정리)
한여름 방안에 있다보면 무더운 햇살에 어디론가 달아나고픈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서 수박 한 통을 비울 생각을 하면 기분마저 좋아진다. 요즘의 집들은 처마가 없어서 햇볕을 그대로 받거나 브라인드를 친다. 하지만 브라인드가 없던 그 옛날에는 어떻게 그렇게 시원하게 지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결과 처마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 길이에 따른 빛의 양에 대해 알아보자.
만약 햇볕이 머리 위에 있다면() 아주 작은 지붕만으로도 시원함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햇볕의 각도가 달라지면 그 햇볕을 가리기 위해서 처마의 길이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지상에서 처마까지의 높이가 3m라 가정했을 때, 만약 햇볕이 지상으로부터
에 있다면, 차마의 길이는
이기 때문에
즉, 처마의 길이는
가 되어야 햇빛을 모두 가릴 수 있다. 만약 햇볕이 지상으로부터
에 있다면, 처마의 길이는
이기 때문에 처마의 길이는 같은 방법으로
가 되면 햇볕을 모두 가릴 수 있다.
햇볕은 여름날 우리를 무덥게 하기도 하지만 태양의 고도가 낮은 겨울날이나 새벽녘, 저녁녘에는 따뜻하게도 하기 때문에 아마 우리의 선조들은 춘분이나 추분 때의 햇볕의 각도를 생각하고 처마의 길이를 결정했을 것이다.
35. 축구공과 지오데식 돔
주변에서 정이십면체가 변형된 숨은 입체 도형을 찾아보자. 꼭 눈으로 보이는 것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분자세계에서 건축물까지 정이십면체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알아보자.
우리는 삼차원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수학에서 다루는 입체도형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중 매우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정이십면체이다. 정이십면체는 정다면체 중에서 면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정삼각형인 면이 20개, 꼭지점이 12개, 모서리가 30개 있다.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자. 정이십면체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가. 정이십면체로 축구공 만들기
축구공은 구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의 가죽을 이어 붙인 것이다. 바람을 넣어 부풀리지 않았다면 이것은 분명히 '다면체'였을 것이다. 면이 두 가지의 다각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다면체는 아니다. 그렇다면 축구공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정답은 "정이십면체로부터 만들 수 있다."이다.
모든 면이 정삼각형만으로 이루어진 정이십면체로부터 정오각형과 정육각형 면을 가진 축구공이 어떻게 만들어질까. 만드는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정이십면체의 각 모서리를 삼등분하고, 각 꼭지점을 중심으로 잘라내자. 그러면 각 꼭지점에는 5개의 면이 모이므로 꼭지점의 개수만큼 12개의 정오각형 면이 새로 생기고, 원래의 20개의 정삼각형 면은 정육각형이 된다. 이것이 바로 꼭지점이 60개이고 모서리가 90개인 '끝이 잘린 정이십면체'다. 가죽으로 이런 다면체를 만들고 바람을 넣으면 축구공이 만들어진다.
두 가지 이상의 정다각형 면으로 이루어지고 구에 내접하는 다면체를 '준정다면체' 또는 '아르키메데스의 입체도형'이라고 한다. '끝이 잘린 정이십면체'는 13가지의 준정다면체 중 하나이다.
나.실험실의 축구공 풀러렌
축구공은 운동장만이 아니라 화학 실험실에도 존재한다. 다이아몬드와 흑연 분자는 순수하게 탄소로만 이루어진 것으로 유일한 탄소 분자 형제들이었다. 그런데 1985년 탄소만으로 이루어진 세 번째 분자가 실험실에서 합성됐다. 축구공의 60개의 각 꼭지점에 탄소가 위치하는 C60 이라는 합성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 합성물을 발견한 리처드 스몰리(Richard Smalley)와 로버트 컬(Robert Curl), 해롤드 크로토(Harold Kroto)는 이 공로로 199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축구공이 무수히 많은 발길질에도 끄떡없듯이 이 합성물도 대단히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안정된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윤활제, 공업용 촉매제, 초전도체, 축전지, 약품 전달 매체 등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안정된 구조 때문에 쉽게 이용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물질로서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 뒤 이와 유사한 합성물이 발견됐다. C60과 같이 탄소가 12개의 오각형 및 몇 개의 육각형을 형성하면서 이루어진 합성물들을 통틀어 '풀러렌'이라고 한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풀러렌이 과학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축구공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는 친숙함 때문이 아닐까. 한 마디로 풀러렌은 실험실의 축구공이다.
적은 재료 큰 공간
풀러렌 중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C60을 간단히 '축구공'(buckyball)이라고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벅민스터풀러렌'(buckminster-fullerene)이다. 이것은 입체도형을 활용해서 멋진 건축 구조물을 고안한 리처드 벅민스터풀러렌(Richard Buckminster Fuller, 1985~1983)의 이름을 딴 것이다.
리처드 풀러는 합금, 합판, 플라스틱 등의 자재로 돔을 형성하고 그 아래에 가능한 한 큰 공간을 얻는 건축 양식인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지오데식 돔은 정다면체와 구, 그리고 건축사이의 관계를 멋지게 보여준다. 지오데식 돔은 전통적인 건축물보다 훨씬 더 적은 재료를 사용해서 훨씬 더 큰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매우 가볍고 안정되며 견고한 구조까지 제공한다.
지오데식 돔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것도 역시 정이십면체에서 출발한다. 커다란 정삼각형을 각 면이 합동인 정삼각형으로 분할하자. 그리고 이것을 구 안에 내접시키고 각 꼭지점을 구면에 투사시키자. 그러면 모든 면이 거의 같고 거의 정삼각형이며 구와 더욱 비슷한 다면체가 된다. 이것이 바로 지오데식 돔의 구조이다.
구는 똑같은 부피를 둘러싸는 입체도형 중에서 겉넓이가 가장 작으므로, 지오데식 돔은 전통적인 건축물보다 훨씬 더 적은 재료를 사용해서 훨씬 더 큰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매우 가볍고 안정되며 견고한 구조까지 제공한다. 이런 지오데식 돔은 엄청나게 큰 건물의 구조가 될 수 있는데, 리처드 풀러는 뉴욕시의 일부를 엎을 수도 있는 지름이 3km에 달하는 반구 형태의 지오데식 돔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눈과 비도 피할 수 있고, 햇빛과 공기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지오데식 돔을 말이다.
리처드 벅민스터 풀러의 이런 제안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의 지오데식 돔은 1967년 몬트리올 만국박람회에서 미국관으로 실현됐고, 그 뒤 실내 체육관, 극장, 온실, 전시회장 등을 만드는 데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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