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51) 추석의 의미]

kongbak 2007. 9. 24. 20:04
[(51) 추석의 의미]
자녀에 큰 복 물려주는 기회로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이 있듯이 계절에도 그런 의미가 있다. 가을의 저녁에 해당되는 것이 추석인 셈이다.  

 추석은 설날, 단오, 한식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4대 명절이다. 한가위라고도 하고, 중추절이라고도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 고유어인 한가위는 '한가운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한가위는 고구려, 부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가위가 이토록 큰 명절로 자리 잡은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서양의 추수감사절처럼 우리의 음력 8월 15일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추수철이기도 하다. 수확한 곡식을 나누며 일상의 시름을 잠시 잊고 모두 모여 춤과 노래를 즐기는 잔치 문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농작물의 추수기를 인간에 빗대면 가장 왕성한 힘을 가진 때라 할 수 있다.

 명절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귀성. 잔치라는 것은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 그 자체이기에 가장 큰 잔치는 누구보다도 가족과 함께 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또한 어떻게 보면 이러한 귀향은 연어의 회귀본능 같은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는 단지 육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영적인 귀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귀향의 영적 의미는 서양의 언어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회개하다'라는 의미의 단어 repent는 '귀의하다'라는 뜻의 아람어(히브리어의 고어)에서 유래했다. 귀의라는 것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으로, 달리 말하면 '죽는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육신은 영적 성숙을 위해 잠시 입는 체험의 옷이며, 인간의 진정한 고향은 영혼의 고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종말에는 인간 자신의 종말, 즉 죽음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추석에 고향으로 돌아가 조상의 넋을 기리며 하는 성묘도, 결국 언젠가 우리 자신도 저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명절을 인간사에 빗댈 수 있듯, 인간도 명절에 빗댈 수 있다. 사람은 가장 왕성한 시기, 가장 높이 올라간 시기에는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한다. 인생의 모든 것을 추수하는 시기가 지나면 곧 겨울이 찾아온다. 휘영청 뜬 한가위 보름달의 끝에는 적막한 어둠이 있듯, 그렇게 달도 차면 기운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보이던 각계의 인사들이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결국 그들이 나누어 주고 받은 것은 대보름의 달빛처럼 누구에게나 고르고 넉넉한 인정이 아닌 한때의 권력이 주는 후광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잠깐의 황금기, 그 추수기가 지나면 그야말로 눈 내리는 겨울보다도 황량한 인생의 겨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복과 돈은 베풀어 쓰는 만큼 채워진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앞 다투어 거액의 자선기금을 쾌척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이치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부자는 돈을 많이 모아서 돈이 많은 게 아니라 돈을 제대로 많이 써서 돈이 많다. 명나라 시대의 원료범이 쓴 '요범사훈'이 운명개척서로 지금까지 큰 호응을 얻는 것 또한 선한 일을 많이 하면 운명도 바뀐다는 것을 많은 독자들이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유산은 물려줄 수 없어도 복은 물려줄 수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진정어린 미소 하나도 각박한 세상에서는 복이 된다.

 자신의 밝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언젠가 타인의 밝음도 나누어 받게 마련이다. 명절의 의미를 잊어가는 어린 세대들에게도 돈보다 더 큰 복을 물려주는 기회를 한가위를 통해 선사하면 어떨까. 추석의 의미는 '함께 함'에 있다. 한가위의 풍요로운 기쁨을 평소 자주 찾지 못했던 가족들, 그리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는 넉넉한 명절이 되시기를 기원해본다.

 결국 가을의 저녁이나 인생의 마지막이나 인연의 만남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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