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복은 스스로 찾는 것이다.

kongbak 2007. 9. 16. 11:03

복은 스스로 찾는 것이다.


“나는 인복(人福)이 없다.”
“난 참 인복이 없어.”
이 말은 평소 우리 귀에 참 많이 들리는 말이다.
친구에게 언짢은 일을 당했다든지 직장 동료에게 기분 나쁜 일을 당했다든지, 아니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체의 유능한 직원이 다른 곳으로 전직하려 할 때, 심지어는 아내, 남편, 자식에 대한 푸념에 이르기까지 이 말은 너무도 널리 쓰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확한 개념도 모르는 체 인복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다.
옛말에 ‘입성수 구성수’, ‘입이 보살이다’라는 말이 있다.
푸념처럼 입으로 하는 말이 그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 말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모두 불행하고 각박한 사람들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경쟁하듯 자신들이 인복이 없다는 말을 너무도 자주 되뇌곤 하기 때문이다.
인복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잘 사귀고 상종하여 도움을 받는 복을 말한다. 인덕(人德)이란 말과 같이 쓰였던 말인데 요즘엔 그 의미가 약간 분화되어 쓰이고 있는 듯하다.
즉, 인복은 자신의 노력 없이 선천적·운명적으로 나타나는 복이고, 인덕은 자신이 남에게 베푸는 실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저 사람은 인복은 있는데 인덕이 없어.”
와 같은 말을 듣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튼 인복이 없다는 푸념은 이제 그만하자는 것이 필자의 제안이다.
따지고 보면 인복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획득 형질이다.
자신이 남에게 먼저 솔선해서 잘하면 되돌아오는 과보 또한 그에 못지않을 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자신이 먼저 베풀 생각은 하지 않고 남에 대한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는 것은 아닌가.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실망이 지나치면 공연한 배신감으로까지 비화되어 상대를 원망하고 헐뜯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 거론되어야 할 것이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사양의 미덕에 관한 얘기이다.
우리들은 남이 나에게 베푸는 호의에 대해서는 일단 겉으로라도 사양하고 봐야 한다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다. 현대의 서구적 관점에서 보면 솔직하지 못한 면으로 비쳐질 수 있다.
개항 초기 우리나라에 왔던 선교사 등 서구인들이 우리의 이 사양 미덕 때문에 많은 곤경을 치렀다고 한다.
……서구인들은 자신을 도운 사람들에게 관습대로 무언가 답례하려 했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를 사양했다. 그러면 서구인들은 두 번 권하지 않고 도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가 떠나면 우리는 섭섭해서 욕을 마구마구 해대고…….
괜찮다고 사양하는 마음이 본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예스와 노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잔뜩 기대를 하고 있으니…….
반면에 서구인들은 그렇지 않다. 남의 호의는 호의 그대로 선선하게 ‘마이 플레져(My pleasure)'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가. 물론 받을만한 호의에 대해서이다.
우리도 이젠 자신이 인복이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이며 솔직해져야 하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울러 엉뚱한 기대를 갖지 않는 정신을 키워야할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머물러 있지 않는, 늘 변하는 것이거늘 의사 표시는 명확하게 하지 않은 채 잔뜩 기대에만 부풀어 있는 인간 관계, 이 관계에서는 실망과 불만만이 있을 뿐이다.
먼저 베풀고, 그러나 기대하지 않는 마음. 이 무주상 보시의 정신이 바로 인복과 인덕을 극대화 시키는 바른 지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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