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부모에게 자식은 전생의 빚이다"

kongbak 2007. 9. 15. 15:29
"부모에게 자식은 전생의 빚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참으로 묘유하다. 묘한 존재라는 뜻이다. 과연 자식은 부모에게 어떤 존재일까?

 부모와 자식 같은 애증의 관계도 없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쁘다가도 부모 속을 태울 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게 자식 아니던가. 오죽했으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을까.

 미국에 있을 때 어떤 학부모가 자녀 문제로 나를 찾았다. 부모의 말을 들어보니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 하는 천하의 문제아였다. 그래서 한번 데리고 오라고 했다. 같이 온 자녀의 얘기를 듣다보니 나를 찾아온 학생은 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자식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그 학부모가 사고뭉치였다. 그 부모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홀로 사는 여인이 애완동물로 무엇을 키울까 이리저리 고르다가 앵무새를 사게 되었다. 외롭게 살다가 정을 나눌 대상이 생기니 생활에 활기가 돌아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먹이 갈아주고, 새장 청소하고, 심지어 심심할 까봐 말벗까지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누가 보면 눈물겨울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앵무새가 켁켁거리며 기침을 해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여인은 애를 태우며 동물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이 약 저 약을 먹였다. 그래도 차도가 없자 이번엔 찬바람을 쏘이지 않기 위해 집으로 수의사를 불러다가 앵무새의 병을 고쳐주면 재산을 나누어 준다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리저리 진찰을 마친 수의사의 처방은 이랬다.

 "당신이 담배를 끊으십시오."

 알고 보니 여인이 담배를 피워 잔기침을 자주 해댔는데, 앵무새가 주인을 그대로 따라했던 것이다.

 생각을 열심히 했다고 난초의 키가 크지 않는 것처럼 자식을 열심히 생각했다고 좋게 되지는 않는다. 자신을 돌아 볼 줄 모르는 자신을 탓해야 한다. 자식 또한 그대로 닮지 않겠는가.

 대개의 구명시식이나 면담 이유가 자녀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부모에게 자식은 전생의 빚이라고 틈나는 대로 말을 한다. 잊지 않고 당부하는 또 한 가지가 있는데 자기 자녀를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들판의 나무는 서로 비교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데 유독 사람만 이것저것에 비유하여 남 탓을 해댄다.

 어린 자식이 교통사고로 죽은 부모가 있었다. 한창 재롱떨고 귀여운 짓을 하는 아이를 비명에 보냈으니 부모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모두들 동정을 하겠지만 부모는 평생을 한으로 가슴에 사무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눈으로 보면 그렇게 평생 동안 죽은 자식을 끌어 앉고 있을 일만은 아니다. 왜 죄 없는 아이가 비극적으로 죽었을까? 이는 일차적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 당사자들 간의 문제인 것이다. 전생을 거슬러 올라가면 부모는 아이에게 큰 빚을 진 것이었다. 금생에서 빚을 청산한 것뿐이다. 부모가 이런 결과를 어느 정도에서 진정하지 못하고 또 다른 집착과 비극을 저지른다면 다음 생의 아이에게 빚을 떠넘겨주는 꼴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혼을 돌아볼 통찰력이 필요하다. 다만 맹목적으로 '모든 게 전생의 업이다'라고 둘러대면 안 되고, 그 인과를 철저하게 스스로가 각성해야한다.

 왜 영혼이 불편한 육신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혹자는 천국에 가기 위해 신에게 영혼을 복종하라고 하지만, 내가 보는 견지에서는 보이지 않는 영혼이 육체에 잠시 갇혀 있을 때 발견하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기 영혼을 발견하는 데는 스승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스승은 단지 계기를 마련해 줄 뿐이고, 결국 혼자 해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부모가 자식을 대함에 있어서 물귀신처럼 '너는 내 운명'하는 식으로 대하면 문제가 더욱 곤란해진다. 자식을 귀한 손님으로 대하면 편하다. 왔을 때는 극진히 대접하지만 갈 때는 흔쾌히 배웅할 줄 알아야 한다. 비록 부모 자식 간에 영혼의 인과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탁 놓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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