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學산책

메르센 소수

kongbak 2006. 6. 18. 10:21
메르센 소수
[한국일보공동기획] 수학으로 세상읽기
▲ 소설 콘텍트  ⓒ
1997년 개봉된 영화 「콘택트」는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자신이 남긴 유일한 소설이 영화로 완성되기 직전인 1996년 12월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이 영화는 칼 세이건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For Carl’이라는 자막을 넣었으며, 영화의 장면 중에는 모래를 이용해 Carl의 앞 자인 C자를 연출한 부분도 했다.

영화「콘택트」는 외계인과의 접촉(contact)을 소재로 하는데, 수학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 영화 콘텍트  ⓒ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는 외계에서 보내온 신호음을 포착해서 분석한 결과,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 떨어지는 소수(素數, prime number)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나서 조디 포스터는 “수학은 우주 어디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universal) 언어”라고 말한다.

소수에 대한 연구는 몇 천년 전부터 이루어져,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이미 소수가 무한히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소수는 무한히 많으므로 제일 큰 소수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더욱 큰 소수, 새로운 소수를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프랑스의 성직자이자 수학자인 메르센(Mersenne)은 자신의 이름을 딴 ‘메르센 소수’라는 것을 만들었다. 메르센 소수는 2의 거듭제곱에서 1을 뺀 수가 소수인 경우를 말한다. 첫 번째 메르센 소수는 22-1=3 이고, 두 번째 메르센 소수는23-1=7이다. 24-1=15는 소수가 아니기 때문에 세 번째 메르센 소수는 25-1=31이 된다. 1963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는 23번째 메르센 소수를 발견하였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211213-1은 소수이다’라고 새긴 우편 스탬프를 찍기도 했다.

▲ 소수의 발견을 기념하는 일리노이 주의 우편 스탬프  ⓒ

몇 년에 하나씩 발견되던 메르센 소수가 최근에는 매년 하나씩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2003년에는 40번째, 2004년에는 41번째, 2005년 2월에는 42번째 메르센 소수가 발견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큰 소수인 42번째 메르센 소수는 225964951-1로, 그 값은 781만 6230자리나 된다. 독일의 안과전문의이자 아마추어 수학자인 마르틴 노바크(Martin Nowak)는 개인용 컴퓨터로 50여일 작업한 끝에 이 소수를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수학자들은 왜 이렇게 큰 소수를 찾는 일에 관심을 쏟는 것일까? 소수를 찾는 것 자체가 수학적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오늘날 소수는 암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주 큰 두 소수를 곱하여 수를 만들고, 그 수가 어떤 두 소수의 곱인지 알아야 암호를 풀 수 있게 만든다. 두 소수를 곱하는 것은 금방이지만, 주어진 수가 어떤 두 소수의 곱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를 돌려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소수를 이용한 암호는 해독되기까지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

쌍둥이 소수(twin prime)는 (3, 5), (5, 7), (11, 13), (17, 19)와 같이 (p, p+2)가 모두 소수인 경우를 말하는데, (3, 5)를 제외한 모든 쌍둥이 소수는 6, 12, 18과 같은 6의 배수를 중심으로 1을 더하고 1을 뺀 형태이다. 사촌 소수(cousin prime)는 (p, p+4)가 모두 소수인 경우로, 그 예로 (19, 23), (37, 41)이 있다. 쌍둥이 소수와 사촌 소수는 서양에서 붙여진 명칭이지만 쌍둥이의 촌수가 2이고 사촌의 촌수가 4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촌수를 반영한 명칭인 것 같다. (31, 37), (41, 47)과 같이 (p, p+6)이 모두 소수인 경우는 섹시 소수(sexy prime)라고 한다. 생뚱맞게 등장한 sexy 때문에 어리둥절할지 모르지만 six에 해당하는 라틴어 단어가 sex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상은 모두 두 소수씩 짝지은 이중 소수이고, 세 소수씩 묶여 있는 삼중 소수도 있다. (17, 23, 29), (47, 53, 59)는 (p, p+6, p+12) 형태의 삼중소수이다. 네 개의 소수로 이루어진 사중 소수도 있으며, 이런 소수들을 총칭하여 소수 별자리(prime constellation)라고 한다.

수학자 골드바흐가 1742년 동료 오일러에게 적어 보낸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素數)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추측’이다. 대부분의 미해결 문제들은 문제를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난해하지만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s Conjecture)’은 4=2+2, 6=3+3, 8=3+5와 같이 짝수를 두 소수로 분해하는 예를 떠올릴 수 있어서 쉽게 느껴진다. 물론 모든 짝수에 대해 성립함을 ‘증명’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소수에 대한 정보 한 가지 더. 북한에서는 소수를 ‘씨수’라고 한다. 모든 자연수는 10=2×5, 12=2×2×3 과 같이 소수의 곱으로 낼 수 있다. ‘씨수’는 ‘씨’라는 은유를 통해 소수가 자연수를 생성하는 원천이 된다는 점을 잘 드러낸다.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한자 용어 ‘소수’와 한글 용어 ‘씨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지금부터 생각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