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가게의 수학 [한국일보 공동] 수학으로 세상읽기 (3) | ||||||||||||||||||||||||||||||||||||||||
과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이 쌓기 방식은 주어진 공간에 공을 가장 빽빽하게 쌓는 방법이기도 하다. 직관적으로 또 경험적으로 자명해 보이는 공 쌓기 문제는 1611년에 케플러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케플러는 동일한 크기의 공을 쌓을 때 과일 가게의 방법보다 더 촘촘하게 쌓는 방법은 없다는 가설을 내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390년 가까이 미제로 남아있던 ‘케플러의 추측’이다.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쌓아 올리는 방법은 ‘면심입방쌓기’이거나 ‘육각조밀쌓기’이다. 면심입방쌓기는 네 개의 공을 모아놓은 위에 생기는 틈에 공을 배열하고, 육각조밀쌓기는 세 개의 공 사이에 생긴 틈에 공을 배열한다. 언뜻 생각하면 세 개마다 하나씩 올려놓는 육각조밀쌓기의 밀도(전체 공간에서 공으로 채워진 공간의 비율)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면심입방쌓기에서 생기는 틈이 더 깊기 때문에 밀도는 0.74로 같다. 실제 과일 가게의 방식으로 공을 쌓았을 때 그림에서 보듯이 아래나 위에서 보면 면심입방쌓기이고, 어슷하게 자른 단면으로 보면 육각조밀쌓기가 된다. 결국 이 두 방식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라 쌓아 놓은 것을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초콜릿 애호가인 채킨 교수가 제자들에게 연구실의 큰 드럼통을 초콜릿으로 채우라고 농담을 던졌고, 가장 많은 양의 초콜릿을 담기 위해서는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이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발견을 가져온 것을 보면 초콜릿도 좋아하고 볼일이다. | ||||||||||||||||||||||||||||||||||||||||
2004.05.16 22:04 |
'理學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르센 소수 (0) | 2006.06.18 |
---|---|
섬뜩한 '11의 우연' (0) | 2006.06.18 |
기하급수적 증가 (0) | 2006.06.16 |
수다쟁이손님 (0) | 2006.06.15 |
매듭이론과 DNA 복제 (0) | 2006.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