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11의 우연' [한국일보 공동] 수학으로 세상읽기(1) | ||||||||||||||||
사이언스타임즈는 한국일보와 공동으로 세상을 수학으로 풀어보는 고정란을 마련해 매주 월요일에 게재합니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의 안내에 따라 흥미로운 수학의 세계를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세계무역센터는 두 동의 110층 짜리 건물로 되어 있어 110에서 0을 제외하면 11이 되고, 쌍둥이 빌딩의 모양마저 11을 닮았다. 테러 때 납치된 첫 번째 비행기의 편명이 AA11이므로 11을 포함하고 있고, 2명의 조종사와 그 외 9명이 탑승하여 승무원은 모두 11명이었다. 또한 승객 수가 92명이므로 자리의 수를 더하면 11이 된다. 뿐만 아니라 테러의 희생물이 된 두 번째 비행기 UA77에 타고 있던 승객 수는 65명으로, 각 자리의 수를 더하면 11이 된다. 또 테러 당일 비행기의 충돌로 빌딩이 완전히 무너진 시간이 10시 28분인데, 시각을 이루는 수 1, 0, 2, 8을 더하면 11이 되어 우연치고는 대단한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테러를 당한 뉴욕주는 미국에서 11번째로 편입된 주이며, 뉴욕의 핵심부인 맨하탄섬은 이름이 11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헨리 허드슨(Henry Hudson)에 의해 1609년 9월 11일 발견됐다. 테러로 공격을 받은 New York City와 미국방성 The Pentagon, 그리고 빈 라덴의 은신처 아프카니스탄 Afghanistan은 모두 11개의 알파벳으로 되어 있다. 미국에서 911은 우리나라의 119와 같은 긴급전화 번호인데 그 날 긴급 상황이 일어난 것도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이래저래 9․11 테러와 11은 끈질긴 인연을 가진 것 같다. 얼마 전 3월 11일에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대형 열차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의 배후로 처음에는 바스크 분리주의자를 지목했지만, 결국 빈 라덴 조직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설이 유력해졌다. 여기에는 일련의 물증과 더불어 수에 의한 심증이 한몫을 하였다. 스페인 테러는 2001년 9월 11일로부터 정확하게 911일 지난 2004년 3월 11일에 발생했고, 날짜 역시 11일이므로 숫자상으로 정교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라크전과 관련하여 작년에는 666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이라크전에 파병하는 우리 군의 숫자가 요한 계시록에서 짐승의 수로 지목한 666과 일치한다고 해서 논란이 벌어졌다. ‘종교전쟁’, ‘문명의 충돌’로 불리는 이라크 전쟁에 악마의 숫자로 간주되는 666명의 군을 파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기술병 몇 명을 추가해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학파는 숫자 하나 하나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신비화하는 수비(數秘)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전통 탓인지 인간은 여러 현상이나 상황을 숫자로 표현하고 해석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수 11과 관련된 다채로운 해석을 보면서 테러나 이라크전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