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2) 상속자와 아들]

kongbak 2007. 6. 22. 11:05
[(12) 상속자와 아들]
상속과 효도는 비례할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서양 속담에 '부자에게 상속자는 있어도 자식은 없다'는 말이 있다. 부자는 자식을 잘 못 키운다는 얘기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풍요롭게만 자란 탓에 버릇이 없고 자기만 생각하며 남에게 해를 끼쳐도 미안한 줄 모를 때가 많다. 이렇게 자라다보니 효자로부터 멀어지기 일쑤다.

 부자가 자식을 키우는 환경은 좋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교육 혜택을 자식에게 베풀 수 있다. 좋은 옷과 좋은 음식, 좋은 장소에서 공부하게 도와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은 상속받을 생각만 하지 효도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자로 자라지 않은 사람일수록 부모의 참된 은혜를 가슴에 담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면 자신에게 효도할 것이라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식들은 부모의 재산을 기다릴 뿐, 효자가 되지는 않는다. 즉 자식이 효자가 아니라 재물이 효자가 되는 셈이다. 재물을 기다리며 효도하는 것은 참된 효도가 아니다.

 얼마 전 사회적으로 성공한 교수를 만났다. 그는 소위 말하는 4관왕이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공무원으로 최고의 지위까지 올라갔으며 변호사로도 유명했고 현재 석좌교수로 있는 분이었다. 누가 봐도 부러운 인생을 사신 분이었다.

 나도 그 비결이 궁금했다. 하나 하기도 힘든 것을 그분은 네 가지나 모두 거머쥔 분명 하늘이 내린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를 처음 만난 뒤 조금 당황스러웠다. 인생의 4관왕이면 넉넉하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할 텐데, 정말 조금도 행복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어떻게 하면 네 가지 분야에서 모두 성공하실 수 있습니까?" 내가 웃으며 묻자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성공하면 뭐합니까. 가장 성공하고 싶은 곳에서 실패했습니다." 알고 보니 교수는 자식 때문에 고충이 심했다. 자식 농사에 실패한 것이다.

 워낙 바쁘다보니 그는 자식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적었다. 사법시험을 통과해 관직에 있다가 변호사에서 교수로, 사회 고위층의 삶을 살다보니 자식이 점점 비뚤어지는 줄도 몰랐다. 좋은 머리를 타고나 학업성적이 늘 상위권이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 한다고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성적과 성격은 다릅니다. 성적이 좋다고 자식을 잘 키웠다고 할 수 없습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때부터 자식은 마치 자기의 책무를 다한 양, 밖으로 돌아다니며 부모의 속을 태웠다. 고위직 아버지를 방패막이 삼아 노는 친구들과 어울렸다.

 "아들은 저를 아버지로 보지 않고 재산을 물려줄 사람으로 봅니다. 아들에게 상속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부자에겐 상속자는 있어도 자식은 없다는 속담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만약 그가 성공한 삶을 살지 않았다면 자식이 잘 됐을까. 확실하진 않지만 적어도 아버지의 성공과 재산을 믿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을 잘 못 키운 죄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얼굴로 살고 있는 그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

 성공한 사람이 다 행복하지는 않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다. 좋은 직업에 높은 위치에 있다고 성공한 삶은 아니다. 작은 텃밭을 가꾸더라도 마음에 평온과 얼굴에 행복이 깃들어 있다면 그는 성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성공해서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해서 성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