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영웅' 아닌'조용한 리더' 주인공

kongbak 2007. 6. 2. 11:38
'영웅' 아닌'조용한 리더' 주인공

매년 5월이면 지리산은 진분홍 철쭉으로 뒤덮인다. 지리산에서 가장 유명한 봉우리의 철쭉이 바로 바래봉 철쭉이다. 바래봉 아래 갈림길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에 가득히 피어난 철쭉은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빼앗을 정도로 절경이다.

 지리산의 철쭉은 우리 민족과 함께 했다. 철쭉길을 따라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 오면 아름답지만 슬픈 지리산의 역사가 떠오른다.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민족끼리 죽고, 죽이고를 반복했던 피의 땅. 낮에는 태극기를 달고 밤에는 인공기를 달았던 지리산 주민들의 피 말리는 하루. 그 아픔 속에 피어난 철쭉이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철쭉이 되었다.

 철쭉길을 따라 바래봉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등산로에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이렇게 영기가 맑은 지리산에 오셨으니, 차기 대권에 대해서 힌트 좀 주십시오." 대선 시즌만 되면 늘 받아오던 질문이라 웃고 말았다.

 이런 질문에 시달리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나와 가깝다는 이유로 가족 뿐 아니라 지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누가 되는지는 말할 수 없다. 내가 예언한다고 해서 그 예언대로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국의 리더를 결정하는 힘은 국민에게 있음과 동시에 하늘에 있다. 바로 하늘이 그 운을 쥔 사람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 대권은 어떤 사람이 될까. 이미 작년에 출간한 '효자동 1번지'에도 언급했지만, 이번 대통령은 덕을 갖춘, 부드러움을 무기로 삼되 대한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땅과 농민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다. 요즘 글로벌, 글로벌 외치지만 정작 우리의 땅과 농업은 소홀히 하고 있다. 안방을 내주면서 밖으로 나돈다는 것은 주권을 빼앗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글로벌 시대에 농업 쇄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처럼 무역전쟁에서 우리 농산품도 외국 상품에 대항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사람이 농심을 잡을 것이다.

 여기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일 것이며, 그 뜻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만약 그런 마음이 없다면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통일을 향해 온 국민을 이끌고 간다고 해서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영웅처럼 보여서도 안 된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영웅이 되는 자, 현세에 살고 있으면서 남이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자는 모두 그 뜻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웅이 이순신 장군이다. 그는 분명 영웅이었지만 시대는 그가 영웅이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어떤 정권 때는 성웅이라 했지만, 유난히 이순신 장군에게는 까다로운 잣대로 판단하려 드는 사람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순신 장군이 영웅인지 아닌지에 대해 분분하지 않던가.

 차기 대통령은 '영웅' 컨셉이 없는 평범한 듯 조용한 사람이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힘, 섬광처럼 빛나는 판단력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남과 북을 모두 포용하는 어머니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소양을 갖춘 이라면 자연스럽게 대통령이 될 것이니, 자신이 되려고 하지 않아도, 하늘의 선택이 이뤄지면 그 운명을 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과연 산이 좋아선지, 기가 좋아선지, 아니면 나라의 국운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선지 지리산 철쭉은 한껏 힘을 받아 진분홍 꽃망울을 시원스레 터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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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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