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종교 포함된 '미국학과' 왜 없나?

kongbak 2007. 5. 17. 06:50
종교 포함된 '미국학과' 왜 없나?

미국의 쌀 소비량은 매년 3%씩 늘고 있고, 일찍이 완전 쌀 개방을 한 일본의 농촌은 아직도 끄떡없다. 하지만 정부수매가 근간인 우리나라는 수매단계에서 3가지 수매 품질 등급만 있다. 소비 단계에서는 유전 종자와 조리 용도별 엄격한 품질 검증 없이 지역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전문가는 한국의 쌀에 대해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한국의 쌀농사는 완전개방을 해도 절대 미국에 의해 죽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한국의 소비자들에 의해 죽었기 때문이다. 쌀도 여타 상품과 같이 국제 교역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인재양성 없는 농정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10여 년간 100조 이상을 퍼부은 농업 구조조정. 우리나라에서 농업은 낙후된 1차 산업으로, 농민은 품팔이 노동자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현재 농촌은 유능한 두뇌는 고사하고 농사일을 할 젊은이조차 태부족이다. 중년의 총각들은 신부를 구하러 동남아를 전전하고 있다.

 생명공학은 의료와 식량생산에 응용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의학만 첨단 학문으로 인식하고 있다. 진취적인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야 하고, 농업도 대기업처럼 여러 전문 분야가 종합된 영농전문회사로 조직화되어야 인재들이 모인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번 미국과 FTA체결이 위기가 아니라 체질을 개선할 절호의 기회라고 역설하고 있다.

 농학이 육신의 식량학이라면 종교문화는 영혼의 식량학이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에서 통한다. 종교보다 밑에 깔린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읽는데 탁월하기 때문이다. 종교보다 인간의 정서가 흐르는 문화가 앞선다는 전형적인 증거다.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 이전 시대에 탄생한 종교, 철학, 이데올로기, 지역문화는 새로운 지구촌 문화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인터넷 문화에서 그 조짐이 뚜렷이 감지된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과 지구인의 정서를 꿰뚫을 유력한 인문학이 '종교문화학'이다.

 미국의 종교학과는 천재, 수재, 영재 중에 천재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다. 종교 지성인들이 과학자, 인문학자, 법률가, 문학가로 진출하여 국가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한국은 종교적 에너지가 어느 나라보다 충만하다. 세계의 수많은 종교가 밀집해 있고, 놀랍게도 그 종교들이 큰 갈등 없이 공존하고 있다. 한국에는 많은 영능력자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학문영역에 들어가지 못해 국가 역량으로 발현되지 못하고 굿당, 점집, 산속 등 변방에 고립되어 있다. 미국의 기독교는 한국의 기독교와 상당히 다르다.

 하버드 대학만 해도 기독교의 신을 거부할 정도로 개방적이고 상식적이며, 다른 나라의 종교를 배우는데 거리낌이 없다. 근래 들어 그들은 스웨덴보르그, 에크하르트같은 영능력자나 동양의 종교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최근 신문 보도에 의하면 미국 대학 캠퍼스에는 지구촌 종교 동아리들이 급격히 늘고 관련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R교수는 한국의 대학에 종교학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에 종교학과가 3개밖에 없고, 그나마 특정종교 양성과정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한국의 불교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의 종교문화를 좌우할 인적 재원과 문화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어영문과는 어느 대학이나 있지만 '미국학과'는 전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영어만 하면 미국을 안다고 생각한다. 안다고 해도 정치, 경제에 치우쳐 있다. 미국학은 종교를 포함해 미국문화 전부를 취급한다는 데서 큰 차이가 있다.

 대조적으로 일본에서 미국학은 융성하다. 전 세계 미국학회 회원은 1만 명이 넘는다. 미국은 전 세계 학문과 정보가 집중된 곳이다. 일본을 비롯해 주변국보다 늦게 출발한 한국이 이들을 따라잡으려면 미국의 문화 정보를 신속하게 흡수할 수밖에 없다. 국가 인재 양성 전략에서 미국학은 절대 우선되어야 할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