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 (35) 비류는 어디로 ]

kongbak 2007. 4. 1. 21:17
[ (35) 비류는 어디로 ]
일본 건국에 관여 가능성

TV 드라마 '주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 해도 시청자들에게 한반도의 고대사를 부여까지 끌어올려 각인시킨 것. 대단한 성과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워한다. 여전히 한반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주몽이 부여에서 분리해 고구려를 세워 유리왕을 옹립하자 소서노가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하한다. 온조는 백제를 세우지만 비류는 죽은 것으로 나와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百濟本紀)에 '비류와 온조는 고구려에서 함께 망명해 왔는데 비류는 미추홀에, 온조는 위례성에 도읍했다. 그 후 온조 쪽은 백성이 편안한데 반하여, 미추홀은 땅이 습하고 물이 짜서 살기가 어려워, 이것을 후회한 비류는 자살해 버렸다'는 기록이 유일한 근거.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믿을 수 없는 자살사건이라고 한다. 비류가 서해안의 소금을 차지하고 해상세력으로 성장하여 황해를 중심으로 해상 국제무역을 장악해 비류천황으로 등극하고, 연방의 하나인 위례성을 온조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일본 열도를 오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차길진 법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도 비류의 행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에는 '비류'라는 성씨가 존재하며 일본 건국에 깊이 관여했을 거라고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현재의 국경선 개념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파격적 연구서들이 산재해 있다.

 이른바 '동북아 단일 민족론'과 '범부여 연합국가론.' 부여를 모태로 북부여, 남부여(고구려), 반도부여(백제, 가야, 신라), 열도부여(일본)로 분화했으며, 이들 국가는 초기에는 적어도 미국의 주정부처럼 중국에 맞선 범부여 연합국가(USB : United States of Buyou)였다는 주장이다. 북한 사학자들은 일본열도를 제외한 동북아가 단일 선조라고 역설한다. 범한국인의 조상으로 알려진 맥족은 고리국(코리국)의 구성원이며 이 고리국이 바로 동호(東胡)이며, 동호(東胡)는 후일 거란과 몽골의 선조들로서 결국 이 동호로부터 북부여, 고구려, 북위, 요나라, 금나라, 몽골대제국, 청나라 등이 나왔다는 말이다.

 일부 일본 사학자들은 더 적극적이다. 일본서기를 근거로 반도부여(백제, 가야)와 열도부여(일본)가 하나의 공동운명체였다고 말한다. 일본의 한 인류학자는 '일본인의 골상과 얼굴, 모습 등을 토대로 당시의 도래인(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의 수를 컴퓨터로 계산한 결과 규슈 지방의 대부분 사람들이 도래인이다. 야요이시대부터 나라시대까지 한반도로부터 일본에 건너 온 사람이 약 100만 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인구의 수준이나 교통수단을 감안해 보면 국가적인 대이동이 아닐 수 없다.

 반도부여(백제) 멸망시 백제를 지키려는 일본의 의지가 하나의 나라가 아니었다면 곤란할 정도라는 기록도 있다. '일본서기'에 당시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천황과 왕자들이 친히 출정하여 군대를 파견하고 물자를 지원하여 백제를 지키려 한 기록이다. 백제가 멸망하자 '백제가 다하여 내게로 돌아왔네. 본국이 망하여 없어지게 되었으니 이제는 더 이상 의지할 곳도 호소할 곳도 없게 되었네'라고 한탄했고, 백제의 부흥운동이 실패로 끝나 주류성이 함락되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주류성이 함락되고 말았구나/ 어찌할꼬 어찌할꼬/ 백제의 이름 오늘로 끊어졌네/ 조상의 무덤들을 모신 곳/ 이제 어찌 다시 돌아갈 수 있으리"

 역사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신앙은 단연코 '단일민족 단일국가'다. 우리 역사서 중 가장 파격적이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의 역사관은 '민족사관'이다. 당시 삼국사기의 '중화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에 맞선 단재. 우리의 실증 역사를 단군까지 끌어올려 삼국시대를 초월하려 했고 한사군, 중국대륙의 백제, 만주의 발해를 재조명해 한반도를 넘어서고자 했다. 하지만 항일 관점이었기에 일본을 배척한 시대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민족'사관이었지만 '국가'에 가려 '민족'의 범위가 온전하지 못했다. 객관적인 한국 고대사 복원을 위한 최대 걸림돌이 '단일민족 단일국가'인 셈이다.

작가/김영수(paanmiso@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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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