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높이는 필기법, 마인드맵

kongbak 2007. 1. 10. 23:50
기억력 높이는 필기법, 마인드맵

노트정리잘하면 우등생된다

과학동아 1996년 11월 임선하/우리창의성연구소장




김선생님은 평소에 노트 검사를 자주 한다. 그의 지론은 학생들이 노트를 깨끗이 쓰게 하면 부수적으로 내용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즉 노트 정리의 수준이 학습 내용의 이해 수준과 같다.

김선생님의 지론은 한편으로 틀린 생각이다. 깨끗이 써야 이해를 잘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깨끗한가 지저분한가는 쓰는 사람의 개성을 반영할 뿐이지 지적 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과학자들은 틈틈이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낙서하듯이 정리한다.
하지만 노트 정리를 보면 정리자의 내용 이해도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이는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인드 맵‘(mind map)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마인드 맵의 기본 전제는 노트 정리를 할 때 글자를 이용해 선형적으로 쓰기보다 그림을 이용해 병렬적으로 그리는 것이 기억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기억해야 할 전체 내용을 하나의 공간에서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노트 정리법



빠른 회의에서 어떻게 노트를 정리하는지가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마인드 맵은 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독창적으로 기억법을 연구한 캐나다 출신의 토니 부잔이 처음으로 고안한 노트 정리법이다.
1988년 가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 사고력 교육 학술대회’에서 토니 부잔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연단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큰 종이 위에 그림을 하나 그렸다. 그러더니 그 그림을 중심으로 방사형의 그림과 글씨를 써 나가며 사고력에 대해 강연을 했다. 한 시간이 지난 뒤 강의 내용은 한 장의 종이에 모두 기록됐다. 그는 이 종이를 흔들며 ‘이것이 마인드 맵‘이라고 말했다. 마인드 맵은 현재 토니 부잔이 소유하고 있는 상표명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스스로의 암기력을 증진시키고 있었다. 전통적인 방식은 생물학에서 사용되던 계통수다. 생물학자들은 생물의 분류를 하나의 나무에 위치 지워 전체 계통을 좀더 쉽게 이해하고자 했다. 이보다 발달된 형태가 언어학에서 사용하는 의미 지도(semantic map) 작성법이다. 한 주제에 포함된 다양한 내용들을 나름대로 설정한 상대적인 연관성에 따라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이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과 환경’이라는 주제를 생각해보자. 흔히 정리하는 방식은 각 주제별 내용을 선형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의미 지도 작성법은 평면 공간에서 각 주제들을 선으로 연결하는 ‘그림’을 그려 의미를 파악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그림들을 개념도(cognitive map)라 부른다. 개념도의 목적은 특정한 내용을 하나의 평면에 위치지워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형태는 사람마다 얼마든지 다양하게 그려질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인드 맵은 무엇인가. 마인드 맵은 기존의 개념도를 발전시켜 효과를 높인 것이다. 기본 원리는 개념도와 같지만,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림을 이용하고 색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뇌기능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림과 색은 우뇌에서 다룬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은 좌뇌의 기능이다. 따라서 마인드 맵은 좌뇌 기능에 치중해 온 기존의 학습방식과 두뇌이용의 한계를 넘어 좌우뇌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함으로써 두뇌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고력 중심의 두뇌개발 프로그램이다.

사람은 고유의 인지 구조를 통해 지식을 받아들인다. 기존의 선형식 노트 필기가 전제하고 있는 인지 구조는 책과 같은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머리에 기록되지 않은 빈 종이가 여러장 있어 보고 듣는대로 한 장씩 기록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인지 구조가 그물 구조 형태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그물 구조에서는 지식을 하나 하나 받아들일 때마다 그물의 특정한 부분에 그 개념들을 위치시킨다. 이전의 것과 유사한 개념이 들어오면 그것과 가까운 곳에 위치시키고 먼 개념이 오면 먼 곳에 위치시킨다.

(그림 4)에서 개념1과 개념4의 거리는 개념1과 개념2의 거리보다 더 멀기 때문에 그물 구조에서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는다. 이처럼 사람이 이해한 복잡한 개념은 커다란 그물에 걸려 있는 물고기처럼 보인다.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정교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물에 물고기가 촘촘히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마인드 맵의 목적은 우리가 최종적으로 갖게 되는 인지적 그림을 그물 구조로 상정하고 이와 동일한 구조를 가진 노트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기억도 잘 될 뿐만 아니라 기억된 내용이 그림 이미지로 남아 오래 유지될 것이다.


종이와 연필로 시작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고있다. 이에 따라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테크닉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많은 사람들이 마인드 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숙달될 정도로 오랫동안 연습해서 자기의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기존의 노트 정리법에 익숙해 있는 사람에게는 저항감이 나타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논리가 있는 글로 나타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진 사람도 배우기 어렵다. 그래서 습관화되기 전까지 의식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기존의 노트 정리법으로 돌아가버린다. 그러나 마인드 맵의 이점을 기존의 노트 정리법과 대비해서 살펴보면 금방 배워서 써보고 싶어진다.

이제 직접 마인드 맵을 만들어 보자. 마인드 맵을 만들 때는 항상 자신이 다루는 주제의 전체적인 면을 마음으로 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마인드 맵이 완성됨에 따라 더욱 선명한 전체상이 얻어지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부분이 아닌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종이와 필기구만 있으면 된다. 종이는 크고 질이 좋은 백지를, 필기 도구는 색과 굵기가 다양하게 준비하자. 참고로 앞에서 시도한 ‘원자력 발전과 환경’이란 주제로 마인드 맵을 작성했다.


마인드 맵 작성법

1. 종이를 펴놓는다. 기존의 노트 정리 방법과 다르다는 신선감을 주기 위해 종이를 노트처럼 놓지 말고 좌우로 넓게 편다.

2. 종이 한 가운데에 중심 이미지를 표현한다. 가능하면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이 좋다. 기존의 노트 정리법과의 차별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뇌적인 요소를 자극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림의 자극이 강하면 강할수록 전체적인 모습이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커진다.

3. 주가지를 그린다. 주가지는 너무 많이 설정하지 않아야 한다. 중심 이미지와 강하게 연결되는 내용으로 한정한다. 주가지 위에는 핵심되는 내용을 단어나 구절의 형태로 기록한다. 선으로 그리는게 습관화돼 있지만, 다양한 도형이나 곡선으로 그려도 된다. 달리 말해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4. 주가지에서 퍼져 나온 부가지를 그린다. 물론 주가지와 깊은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도 단어는 물론 그림 또는 상징물이 허용된다. 강의를 들으면서 마인드 맵을 만드는 경우에는 나름대로 기록 순서를 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시계바늘 방향으로 순서를 정해 기록한다.
어느 정도 기록이 완료되면 다시 소주제를 정해 다른 종이에 기록하는 것이 좋다. 이때 전체 구조에서 어느 부분이 다른 종이에 무슨 주제로 기록돼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색이나 기호로 표시한다. 잔가지들 끼리는 서로 가는 선으로 연결해 관련성을 맺도록 한다.

이런 방식으로 20개 정도만 그려 보면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색이나 도형을 예쁘게 그리려는 멋부리기는 그 다음에 할 일이다.

마인드 맵은 노트 정리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사고의 다양성과 논리성을 깨치고 싶은 사람은 마인드 맵을 이용해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로 중심 이미지를 만든다. 그런 다음 주가지를 그 주제와 관련해 자기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린다. 물론 빈 곳이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 또 다른 생각을 추가한다. 이런 작업을 기초로 논리적인 관계를 맺어주면 된다. 강의를 들으며 마인드 맵을 만들듯이 회의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마인드 맵을 자주 활용한다는 한 교사는 학생들의 말하기와 듣기 시간에 이 방법을 활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주제만을 던져주고 별다른 단서를 제시하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말하라고 할 때 먼저 마인드 맵을 만들라고 지시하면 평소 말을 잘 못하는 학생들도 매우 다양하고 길게 말한다고 한다.


논술작성에도 효과



머리에 그려지는 인지 지도에 맞게 노트를 작성한다면 기억력 향상에 큰 효과를 낼 것이다.
어떤 교사는 논술 시간에 마인드 맵을 활용해 학생들이 매우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을 쓰게 한다. 자기가 경험한 것을 기초로 글을 쓰더라도 그냥 쓰다 보면 전후 관계가 바뀌거나 특정한 체험이 언급되지 않을 수 있지만, 마인드 맵을 활용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인드 맵이 좋은 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글을 읽으면서 주로 핵심적인 아이디어만을 찾기 때문에 문장 속에 스며 있는 맛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강의 순서대로 따르지 않고 뒤죽박죽으로 그리게 되면 교사의 논리를 놓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대는 지식의 폭발 시대다. 기억해야 할 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학생들은 그것들을 암기할 필요가 있는 현실이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더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마인드 맵은 이런 시대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해서 매우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