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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체기행 |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kongbak 2012. 9. 16. 10:58

 

 

 

090413_오늘의 과학

인체기행 |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운동 선수의 금지약물

 

 

운동 선수들의 금지약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근육증강의 효과는 뛰어나나 그 부작용은 어마어마하다.

 

 

 

 

MLB(메이저리그 베이스볼)라고 불리는 미국 야구 리그에서는 현역 시절 커다란 활약을 한 선수를 ‘명예의 전당’ 에 모심으로써 그를 기린다. 베이브 루스루 게릭 등 우리가 아는 위대한 선수들은 다 거기 있는데, 지금 초미의 관심은 마크 맥과이어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느냐 마느냐다. 1961년 양키스의 로저 매리스가 61개의 홈런을 쳐 베이브 루스가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선 이래, 그 기록은 37년간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의 강타자 마크 맥과이어는 1998년 로저 매리스의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62호 홈런을 쳐냈고, 그 후에도 꾸준히 홈런을 추가하며 한 시즌에 70개의 홈런을 치는 대기록을 세운다.

 

 

 

 

하락세에 있던 미국 야구의 인기를 되살렸다는 평을 듣는 그는 명예의 전당의 보증수표로 일컬어지는 통산 500홈런을 훨씬 넘어선 583개의 홈런을 친 선수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 입성을 결정짓는 기자단 대부분은 맥과이어를 외면했고, 그는 75%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하는 조건에 한참 미달한, 채 25%도 안 되는 득표에 그치고 만다. 2009년 1월의 일이다.

 

도대체 왜 기자단은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을까? 바로 스테로이드였다. 맥과이어와 같은 기간 선수생활을 했던 호세 칸세코라는 선수가 자서전에 맥과이어의 약물복용 사실을 폭로한 것. 행크아론의 기록을 경신하며 통산 홈런 1위로 올라선 배리본즈 역시 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았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인지라, ‘명예의 전당’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그림과 같은 구조를 갖는 물질을 통칭한다. 그림에서 보듯이 탄소원자 17개가 4개의 고리(ABCD)를 이룬 게 기본 구조고, 그 옆에 뭐가 붙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스테로이드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 신장 위에 있는 부신이란 기관에서, 그리고 고환과 난소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뿐 아니라 체액의 균형도 맞춰주는 등 많은 일들을 한다. 하지만 운동 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할 때, 그 스테로이드는 아나볼릭-안드로게닉 스테로이드(anabolic-androgenic steroid, AAS)‘를 지칭하며, 흔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불린다. ‘아나볼릭’이란 말은 ‘짓는다’, ‘안드로게닉’은 남성적이라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것. 그러니 이 호르몬을 복용할 경우 근육과 뼈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성대와 체모가 자라는 등의 남성적 특징이 뚜렷해진다. 남성의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도 이 역할을 수행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의 구조를 변형시켜 ‘짓는 효과’를 증강시킨 게 바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합성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좋은 효과를 보이려면 남성화보다 근육증강 등의 효과가 더 커야 한다. 그래서 이것의 효과를 따지기 위해 항문 근처를 지지하는 근육인 항문거근(levator ani)이 남성화의 상징기관인 전립선에 비해 무게가 몇 배나 증가했는지를 측정해 그 비율을 수치로 표기한다. 합성된 스테로이드의 대부분이 2-3 정도의 수치를 보이지만, 스타노조롤(stanozolol)은 6-10, 난드롤론(nandrolone)은 10-12나 된다. 후자의 두 스테로이드가 각각 가장 널리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3, 2위에 랭크된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럼 1위는 뭘까? 바로 테스토스테론이다. 이게 일등인 이유는 ‘짓는 효과’ 면에서는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0.3-0.4), 원래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것인지라 외부에서 주입한 것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원래 고환이 발달하지 않아 테스토스테론이 나오지 않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그것 말고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여러 환자에 적용이 가능하다. 에이즈로 인해 지나치게 체중이 감소한, 소위 악액질(cachexia) 환자라든지 심한 화상이나 신부전처럼 영양공급이 부족할 수 있을 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근육양과 강도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대단히 유혹적이었다. 이 효과는 특히 여성에서 더 큰데, 1972년 올림픽에서 동독 여자 선수들은 육상이나 수영처럼 근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독일 통일 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시절 수천 명의 선수들이 매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중에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당시 여자 수영선수들의 모습을 보시라. 그 약의 남성화 효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결국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부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금지약품이 되었지만, 육상선수나 보디빌더 등에 의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꾸준히 이용되었고, 결국 프로야구 선수들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1990년대 배리 본즈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면, 데뷔 초 가냘픈 몸매로 49개의 홈런을 쳤던 맥과이어를 기억한다면 스테로이드가 얼마만큼 근육증강에 도움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스테로이드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사용을 금하는 것은 그 약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에서 뼈의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하고, 남성의 가슴을 크게 만든다. LDL이라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낮춤으로써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가능성을 높인다. 심지어 심장마비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을 수 있다. 과민해지고 충동적이 된다. 대머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간 기능의 이상을 초래하며, 황달을 일으킬 수 있다. 간 종양의 가능성을 높인다. 고환을 위축시키고 여성에선 무월경을 초래할 수 있다. 여드름이 난다.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29세된 여자 육상선수가 침대 옆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상처라고는 넘어질 때 긁힌 자국과 피부의 여드름이 전부였다. 그녀의 혈액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스타노조롤이 검출되었다. 그녀의 사망원인은 그러니까 이 약물에 의한 심장마비였다. 2009년 국제 법의학지(Forensic Science Internaional)에 실린 증례다. 2007년 국제 심장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에는 27-37살 육상선수 네 명이 심장마비로 죽은 사례가 나와있다. 네 명 모두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양성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와 비슷한 예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유명한 선수를 예로 들면, 서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그리피스 조이너(Florence Griffith Joyner)라는 선수가 있었다. 빼어난 미모까지 갖췄던 그녀가 100미터와 200미터에서 세웠던 기록은 아직까지도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그녀는 불과 나이 서른아홉에 죽고 말았다. 사인은 간질로 밝혀졌지만, 일각에서는 그녀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죽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87년까지 10초 96이 그녀의 100미터 최고 기록이었는데 1년 사이에 0.4초를 앞당긴 점, 도핑테스트가 엄격해지기 시작하자 곧바로 은퇴한 점 등이 그 근거였다.

 

 

 

 

스포츠스타들은 자기 분야에서 일반인은 따라올 수 없는 다른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네들이 많은 돈을 버는 건,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약물의 힘을 빈 것이라면 더 이상 그들을 존경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그 약물은 자기 자신을 해친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 마흔도 못되어 죽는 것보다 좀 덜 벌더라도 오래 사는 게 진정으로 잘 사는 게 아닐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독이 든 사과다. 아무리 그게 맛있게 보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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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기행 |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운동 선수의 금지약물

옮김|seorabeol_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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