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흐르는 ‘금속성 플라스틱’ 개발
이광희·이석현 교수팀 세계 처음… 네이처誌 게재
▲ 금속과 같은 전기전도도를 가진 플라스틱(녹색 투명필름). 가볍고 투명한 데다 깨지지 않아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로 개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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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순수한 금속과 동일한 수준으로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은 30년 전에 개발됐지만 순수한 금속성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의 실현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컨대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두루마리식 전자신문이나 입는 컴퓨터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산대 이광희(李光熙·45), 아주대 이석현(李碩炫·54) 교수 공동연구팀은 “기름방울을 이용한 새로운 합성법으로 금속과 같은 전기전도도(電氣傳導度·전기가 흐르는 성질)를 가진 고분자(高分子)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4일자에 주요 논문으로 소개됐다.
▲ 이광희 교수 | |
전기가 흐르는 고분자, 즉 전도성(傳導性) 플라스틱은 1977년에 처음 개발됐으며, 2000년 노벨화학상이 이 연구에 주어졌다. 가볍고 잘 휘어지면서도 깨지지 않아 휘어지는 디스플레이·태양전지·입는 컴퓨터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금속에 비해 전기전도도가 낮은 점이 걸림돌이었다. 또 금속과 달리 온도가 낮아지면 저항이 오히려 높아지는 것도 문제였다.
연구팀은 “기존의 전도성 플라스틱은 가지들이 서로 얽혀 있는 나무처럼 탄소화합물들이 배열된 불안정한 형태였다”며 “물과 기름 양쪽에 걸친 상태에서 탄소화합물들이 반응하도록 했더니 대나무처럼 일렬로 배열된 순도가 높은 고분자가 만들어져 금속과 같은 성질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 이석현 교수 | |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도성 플라스틱 자체의 근본적인 성질을 규명했다는 학문적 의미가 있다”며 “잘 휘어지고 투명한 플라스틱의 기계적인 우수성과 금속의 높은 전자 전달 능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6.05.03 22:44 26' / 수정 : 2006.05.03 22:47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