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

[스크랩]

kongbak 2010. 3. 19. 12:31
추노, 시청률 40% 국민 드라마 어려운 이유
한은경

 

 

추노가 시작할 때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서 '추노, 봤어?'라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던 기억이 난다. 시청률 30%가 넘었다는 요즘보다 처음에 20%도 안되었을 때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추노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면 의견이 사뭇 갈린다. 점점 재미있어진다는 쪽재미없어서 못보겠다는 쪽이다. 흥미로운 건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남자이고, 재미없다고 이야기 하는 쪽의 대다수가 여자라는 점이다. 왜 똑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걸까?

 

chunobad_01.jpg

 

예를 하나 들어보자.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볼 때에도 남자들이 보는 관점이 기술과 점수에 더 치중되어 있다면(혹은 무조건 연아 얼굴을 보며 예쁘다를 연발하거나) 여자들은 같은 선수들 사이의 의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누구 옷은 촌스러워 못봐주겠고, 누구 화장은 이상하기만 한데 연아는 옷도 제일 세련되고 화장도 예쁘다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할 때마다 '나는 남자인데 옷을 봤어요. 나는 여자인데 기술에 관심이 더 가요'라고 하는 사람 꼭 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거나, 무 자르듯 반 가르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냥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전부가 아니라...

 

chunobad_02.jpg

 

어쨌거나 내가 느낀 주변 반응을 보자면 추노의 전반적인 흐름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풍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초창기에 여자들이 모여 추노 이야기를 했던 건, 뛰어난 영상미와 짐승남들의 근육이었지 어느 시대의 노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대신 남자들은 추노의 누구가 현 정치의 누구 같다는 둥, 현 시대를 어떻게 반영한다는 식의 이야기(혹은 포스트)가 대다수였다. 그러던 것이 영상미에 익숙해지고 스토리가 복잡해지며, 로맨스다운 로맨스가 힘을 잃자 많은 여성들이 등을 돌리게 되었던 것이다.  

 

나 역시도 처음에 추노에 혹 했던 것은 쫒고 쫒기고의 단순한 구조와 10년간 품고 있던 사랑이라는 로맨틱한 요소 때문이었다. 그런데 비호감 여주인공 때문에 상당부문 로맨스 요소가 떨어지다가 언년이의 혼례로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 흥미를 느낄 거리를 찾지 못했다. 노비와 양반, 혼탁한 사회, 반란.. 모두 좋은 얘기지만 나와는 밀접한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다. 보면서 웃음을 짓거나 행복해 지는 기분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특히 잔인한 걸 잘 못보는 내게 허구헌날 피 튀기고 죽어나가는 드라마는 영.. 버겁다. 멋있는 드라마일지 모르지만 본방사수를 해야하는 드라마는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chunobad_04.jpg

 

그런데 시청률 40%를 넘는 국민 드라마라는 드라마들을 보자. 대장금은 성공 스토리이긴 하나 끝까지 로맨스 요소를 놓지 않았던 드라마다. 게다가 여성들도 열렬히 사랑할만한 주인공이 있었다. 파리의 연인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드라마 스토리 면에서 막장이라는 하늘이시여 같은 드라마가 아줌마들의 파워로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다. 최근 간신히 40%의 벽을 깼던 선덕여왕은 미실이라는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던 악역이 없어지자 로맨스 요소로 급선회 하며 그 명맥을 유지해나갔다. 즉, 시청률 40%를 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드라마 주 시청층인 4~50대 여성들을 배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chunobad_03.jpg

 

그런 면에서 추노는 상당히 빈약하기 짝이 없다. 엮었으면 하는 주인공들이 없다. 일단 여주인공이 지나치게 남녀노소 모두에게 비호감이었고, 대길은 멋있게 그려졌지만 언년이와도 설화와도 엮였으면 하는 바램이 없다. 송태화와의 삼각관계에도 긴장감은 제로! 그나마 업복이 초복이 커플이 좀 귀엽다 뿐일까? 기생 행수는 매력적인 악역이기엔 너무 빈약하다. 그러니 남는 건 사나이들 사이의 의리와 우정, 옳은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 결국은 실패하게(역사적으로) 될 혁명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시청률에 대한 기대는 하기 어렵다. 역시나 뒷심이 부족한 드라마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스토리 상으로 여러마리 토끼를 잡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대신 남성형 웰메이드 드라마로라도 기억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뭐, 30%의 시청률도 대단한 거니까. 

출처 : 추억속으로
글쓴이 : 그림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