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구논단-티베트, 그 고단한 역사

kongbak 2009. 8. 22. 16:53
<오피니언>  대구논단-티베트, 그 고단한 역사

 장의식 (대구대 사범대 교수)

며칠 전 티베트의 수도 라싸 곳곳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수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 화면에는 시위대가 차량을 전복하고 중국인이 경영하는 상점들의 유리창을 깨트리기도 했다.

시위대 속에는 붉은 가사를 걸친 승려들도 다수 목격되었다. 최루탄이 난무하는 속에 총에 맞았음직한 시위대가 피를 흘리며 피신하는 장면도 있었다. 티베트에서 또 다시 대규모 독립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올림픽을 불과 몇 개월 앞에 둔 상황에서 자신들의 처지와 요구를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함이리라.

이러한 상황은 비단 티베트만이 아니라, 역시 강압에 의해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웃 신강에서도 마찬가지다. 위구르 족의 신강에서도 중국 남방항공을 납치하려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 역시 올림픽 개최를 이용해 위구르 족의 독립 요구를 천하에 알리고자 한 사건으로 보인다.

122만 제곱킬로미터로 남한의 12배 면적에 인구 200만의 티베트. 현재 중국 서장 자치구로 되어 있는 곳이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히말라야 북측 평균 표고가 4900m가 넘는 세계의 지붕, 은둔의 나라 티베트.

티베트의 고단한 역사는 짧지 않다. 티베트가 건국된 것은 600년대, 유명한 송첸 캄보는 티베트 왕조의 33대 왕으로 말해지지만, 티베트를 최초로 통일하여 실질적으로 티베트를 개창한 인물이다. 이때부터 역사도 기록하기 시작했다.

독살 당한 부왕에 이어 13세에 즉위, 나라를 통일하고 남서쪽으로 히말라야와 중국을 공략했다. 중국과 인도의 우수한 문화를 수용하고 라싸를 수도로 삼아 포탈라 궁을 건설했다. 당나라 수도 장안을 위협하자 그 유명한 당 태종도 641년 티베트와 화의하고 자신의 딸 문성공주를 그와 혼인시켰다.

문성공주는 기실 공주가 아니라 궁녀였다는 설이 있지만, 그녀에 의해 티베트에 최초로 불교가 전래되었다. 그렇게 전래된 중국의 대승 불교에 티베트 민간 신앙이 가미되어 탄생된 티베트 불교, 즉 라마교는 오늘날까지도 티베트의 국교로 숭상되고 있다.

송첸 캄보는 불경을 번역하기 위해 재상 등 16명을 인도에 유학시키고 인도 문자로써 티베트 문자도 만들었다. 티베트는 그 후 약 500년간 중국을 위협할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고원에서 자신들의 가축을 키우며 자신들의 역사를 영위하며 살아가던 그들도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가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이 지역을 먼저 공략하면서 고된 시련을 겪게 되었다. 결국 몽골에 항복하였지만, 몽골이 라마교를 받아들이고 국교로 삼으면서 조공 국으로 비교적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1300년대 몽골이 물러가면서 독립을 유지하였지만 1600년대 청나라 강희제가 이 지역을 정복하면서 다시 시련이 시작되었다. 강희제의 아들 옹정제가 이 지역을 다시 정복하였고, 그 아들 건륭제가 다시 정복하고 티베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주장대신(駐藏大臣)을 두어 본격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직접 통치에 나섰다.

이는 오늘날 중국이 티베트를 자신들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근거의 하나지만 우리에 대한 동북공정처럼 역사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청나라를 타도하는 신해혁명이 터진 어수선한 상황을 이용해 티베트는 1913년 독립을 선포하였다.

군벌 혼전과 국공내전으로 정신이 없던 중국이 이를 방치하는 듯한 것도 잠시, 국공내전에 승리한 중공의 인민해방군은 1950년 이 지역을 물밀 듯이 진군해 들어갔다. 막강한 무력 앞에 티베트는 다시 중국의 지배 아래 들어갔고 달라이 라마 법왕체제는 중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1958년 참다못한 티베트인이 대규모 민중 봉기를 일으켰으나 또 다시 무참하게 진압되고 달라이 라마는 인도 북부로 망명했다. 그 후 3,700개나 되던 사찰은 13개만 남고 모조리 파괴되었고 중국은 다수의 중국인을 이곳에 이주시켜 실질적인 중국 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고요한 은둔의 땅 티베트에서 다시 작렬하는 독립시위를 보면서 그들의 미래가 어찌될 지 궁금할 따름이지만 또 다시 막강한 무력 앞에 쓰러지는 나약한 사람들의 피는 제발 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력시간 : 2008-03-16 18: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