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38) 분노의 딜레마]

kongbak 2007. 8. 23. 17:01
[(38) 분노의 딜레마]
화낼 수도 없고, 참을 수도 없고

영능력이 시험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로마 최고의 정치가이자 문인이었던 시저는 살아 생전 수많은 국가와 전쟁을 했고 큰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정작 죽음을 맞이한 것은 측근이던 브루투스에 의해서였다. 시저의 배신감과 회한은 널리 알려진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마지막 말에 잘 담겨 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말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그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리라. 요즘의 나 또한 당시의 시저의 마음에 크게 공감하는 일을 겪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분노는 진실한 감정이다. 더 나쁜 것은 내 마음도 속이고 남의 눈도 속이는 가식적인 웃음이다. 내게 있어서 화는 감성적으로 상당히 예민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화가 나면 일상에서 부딪히는 일에 대해 감정 표출이 크고 날카로워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나에 대해 사전에 이런저런 이미지를 갖고 있던 분들이 나를 실제로 만나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도 무대에서나 스타라는 말이 있다. 그 어떤 재능의 유명인사라도 평상시에 볼 때마다 항상 비범한 면을 보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쉽게 속단되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무수히 재단된다.

 몇 년 전, 모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해외의 유명 영능력자에 대해 사이비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이 송출되던 그때, 지금까지도 기술적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방송이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그를 믿고 지지하는 모든 이의 분노가 한 마음으로 더해져 결국 방송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전국적으로 송출되는 전파에까지 미치는 분노의 힘이 개개인에게 간다면 그 영향력 또한 상당한 정도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은 호기심을 위해 내 능력을 시험해 보려 하거나 사리사욕을 취하고 쉽게 배신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럴 때 영적인 분노는 상대방에게 상당히 안 좋은 결과를 미치게 된다.

 임꺽정도 장보고도 측근의 배신으로 생을 마감했듯이 절친했던 사람의 배신이 무엇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직접 언급하면 상처를 받을까봐 두루뭉술하게 경고를 한다. 정작 마음껏 화는 내지 못하고, 그들에게 돌아갈 피해까지 미리 헤아리며 인내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사람의 마음을 부정적인 심상으로 물들이는 것은 영적으로 큰 과보를 받게 되는 일이다. 최근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그와 관련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처벌이 점점 강화되고는 있으나 영적인 처벌은 그보다 더욱 강력하다. 이 시대는 자신의 의견을 널리 알리기 편리한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으로도 영향을 주게 되고, 그것이 결국 모두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영적인 과보는 때로는 후손에게까지 이어진다. 말과 행동 그리고 마음의 힘을 알고 조심해가며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가 문득 그립다.

 분노에는 일종의 딜레마가 있다. 이는 마치 화 낼 때 밥을 먹으면 체하는 것과 같다. 몸을 위해 밥을 먹지 않을 수도 없고, 화를 내지 않으면 그 또한 마음의 병이 된다. 결국 분노의 씨앗이 퍼지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화가는 평소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캔버스 앞에서 비로소 붓을 든다. 나도 꼭 필요한 일에만 영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뒷공론이나 사적 흥미를 위해 내 능력을 시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까지 인내를 해야 하는 것인가. 나를 위해 마냥 화를 낼 수도 없고, 남을 위해 마냥 참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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