腦力

[커버스토리]뇌를 춤추게 하라

kongbak 2007. 3. 8. 10:58
[커버스토리]뇌를 춤추게 하라
[경향신문 2007-03-08 10:15]    

요즘 인기있는 스타들은 누리꾼들이 그린 ‘뇌구조’ 그림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행동으로 미루어 그린 ‘상상도’라고 할 수 있죠.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순재씨의 머릿속에는 ‘야동(야한동영상)’이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고, ‘무한도전’에서 ‘호통개그’로 유명한 박명수씨의 머릿속에는 ‘비난, 시기, 질투’와 ‘고정 MC의 자리’ 등이 보입니다. 아침 식사 때도 삼겹살을 즐긴다는 강호동씨의 뇌구조 그림에는 고기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네요. 어떤가요? 다소 과장됐지만 그 사람의 독특한 개성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요?

‘나의 뇌’도 한번 그려보면 어떨까요? 의학적 지식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는 겁니다. 어떤 주제들이 들어있고 얼마만한 크기로 들어 있을까요? 기회가 된다면 친구나 가족, 연인과 서로의 것을 그려 바꿔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차이를 비교해볼 수도 있겠죠? 약혼자가 결혼준비에 소홀하다고 느끼는 연인은 불만의 표시로 상대방의 뇌구조에 점만한 크기로 ‘결혼준비’라고 그려넣을지도 모르고, 회사일로 바쁜 아빠가 서운한 아이는 아빠의 뇌 가장 큰 부분에 회사라고 굵게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심스레 내 진심을 전할 수도 있겠죠. 미처 생각지도 못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너무 장난같다고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성의 상징인 것 같은 뇌도 감정의 영향에 매우 민감하거든요. 마음먹기에 따라 뇌를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정신분석학자인 사이토 시게타는 ‘기적의 두뇌습관’이라는 책에서 “뇌에서 정보교환은 ‘정(情)-의(意)-지(智)’의 순으로 계속 신호를 받으며 진행해 나간다”고 밝혔습니다.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적 자극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시게타 박사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오감으로 동시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충고합니다. 이 원리는 ‘좋아하는 일은 더 잘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죠. 일단 무엇에 대해 호감을 느끼면 뇌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를 취합니다. ‘온맘’과 ‘온뇌’를 다하여 내 것이 되기를 바란다면 지식쌓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뇌가 ‘마음하기’에 달린 것을 보여주는 예는 또 있습니다. ‘당신의 뇌 얼어붙고 있다’를 쓴 일본 신경외과 전문의 쓰키야마 다카시는 “뇌기능 저하와 나이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나빠진다고 느끼는 것은 늘 쓰던 방향으로만 머리를 써서 오는 부작용일 뿐이라는 겁니다. 종종 바로 조금 전 일도 기억이 안 나거나,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브레인 프리즈’ 현상은 노인이나 머리가 나쁜 사람에게만 보이는 현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한 분야에만 집중해온 학자나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젊은이들에게서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시게타 박사에 따르면 뇌는 쾌락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데, 그중 목표를 이루고 난 뒤 느끼는 달성감이 뇌를 발전시키는 최고의 감정이라고 합니다. 혹시 공부나 일이 잘 안된다고 부모탓, 환경탓, 나이탓을 하고 있다면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볼까요? 새로운 도전과 환경에 직면해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즐겁게 노력했는지 말이죠. 나이에 비해 늙은 마음을 갖고 있거나,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새로운 도전 없이 익숙한 방향으로만 살아온 이들의 뇌는 쉽게 굳습니다.

너무 바빠서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핑계도 더이상은 하지 맙시다. 다카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멀티플레이어’가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군요. 신입시절에는 잡무부터 어려운 일까지 동시에 잘해나가도 오히려 한가지 업무만 전문으로 몰두하면 업무능력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답니다. 동시에 다양한 자극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뇌의 특성상 바쁠수록 아이디어가 샘솟고, 하나만 몰입하는 경우에 뇌가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일과 상관없이 놀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 다들 있으시죠?

다시, 뇌구조 그림으로 돌아가볼까요?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최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그려보세요. 혹시 감동보다는 걱정과 근심, 불평으로 가득차 있지는 않나요? 영국 소설가 G.K 체스터 턴은 “이 세상에 부족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감탄”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신의 뇌도 마찬가집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뇌세포들을 움직여보세요.

〈글 장은교·사진 박재찬기자 indi@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