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아시아인들의 겨울 스포츠 축제 동계 아시안 게임이 2007년 중국 창춘(長春)에서 열렸다. 중국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공들였던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성과를 자랑했다.
경기 전야제부터 중국은 프레스센터의 각국 취재진들에게 아시안게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린성(吉林省) 산하 '창바이산(長白山: 백두산의 중국식 표기)보호관리위원회' 이름으로 된 책자와 CD를 배포했다. 대회 주제가인 '아시아의 별(亞州之星)'의 작곡자 다핑(大平)은 '창바이산에서 호방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중국이 1990년 베이징 여름 아시안게임에 티베트에서 성화를 채화했을 때, 중국은 '티베트는 중국 땅'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번 성화는 백두산 천지(天池)에서 채화한 것이었다. 올해 백두산을 중국의 자원으로 유네스코에 등록하려다 남북한의 반발로 한발 물러난 상태다.
중국은 내년 1월에 백두산 인근에 바이산(白山)공항을 연다. 또한 자체 기술로 만든 중국 최초 고속열차에 ‘창바이산’이란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창바이성수(長白聖水)'란 브랜드의 생수를 공급해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백두산일대에 유치하기 위해 스키장 등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2002년부터 시작된 5년간의 동북공정이 결국 '백두산 공정'의 터를 닦기 위한 일환이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왜 백두산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가. 치열한 동북아 주도권 쟁탈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기 쉽다.
여진족(만주족)은 옛 고구려 유민들이주축이었다. 만주 일대의 여진족들은 고려의 국경을 위협할 정도로 세력이 커진다. 고려에서는 윤관이 17만 군사를 동원해 9성을 쌓아 여진의 남진을 막고자 했다. 여진족은 세를 한층 규합하여 금(金)나라를 세운다(1115년). 요나라를 정복하고 중국대륙과 한반도로 확장하려하지만 부진하다가 몽고에게 정복당하고 다시 부족단위로 흩어진다(1234년). 중국 대륙의 주인이 몽고의 원나라에서 명나라로 교체된다. 명나라가 내부적으로 분열을 거듭하고 요동 정예군을 조선의 임진왜란에 파병한 기회를 틈타 여진의 누르하치는 다시 세를 규합하여 후금(後金)을 세운다(1616년). 누르하치는 명나라에 승승장구하다가 마지막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이듬해 죽게 된다. 아들 태종은 국호를 청(淸)으로 고친다. 될 듯 말듯 최후의 순간에 늘 아쉽게 패한 금나라의 운명을 바꾸고자 취한 특단의 조치였다. 오행(五行)에서 명(明)은 태양이 밝게 비춘다는 화(火)이고, 후금은 금(金)이다. 화극금(火克金)이라 금나라의 세력이 매번 한계에 부딪혔다. 수(水)기운을 띤 청(淸)으로 나라이름을 고쳐 수극화(水克火)를 도모하고자 했다. 조선은 호란으로 청에 무릎을 꿇는다(삼전도의 굴욕). 드디어 청나라는 대륙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차길진 법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는 귀띔한다.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통일 한국의 국호는 조선(朝鮮)이 좋습니다. 중화(中華)는 중앙 토(土)기운의 황(黃)입니다. 조선은 강력한 화(火)기운입니다."
조선(朝鮮)의 조(朝)는 태양의 명(明)자가 창문에 드리운 즉, 스스로 태양이 아니라 태양을 받아들이는 창문형상이었다. 조선은 늘 태화(太火)인 명나라의 후광에 의존했고, 태수(太水)인 청에는 치욕적으로 유린을 당해야 했다. 지금은 대륙의 유일한 태화(太火)가 되었다. 조선이 백두산의 천지 수(水)까지 겸비하면 막강한 동해(東海)와 함께 일본(日本)을 작은 화(火)로 견제할 수 있고, 장차 한민족이 중앙 토(土)를 넘어 웅비할 수 있다는 풀이가 된다.
백두산은 한민족 정기의 근원이다. 한민족은 현재 남북한, 일본, 중국 등으로 흩어져 있지만 여전히 같은 업의 공동체로 백두산 정기를 받고 있다. 대륙통일뿐 아니라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위한 중국의 걸림돌은 바로 백두산. 한민족의 정기를 꺾지 않고서는 대륙의 강자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달했다. 그들의 동북공정은 단지 고구려 과거사의 편입과 북한에 대한 이권 유지가 아니라 대륙통일 야심작의 밑그림인 셈이다. 동북공정의 핵심은 결국 백두산 공정이다.
작가/김영수(paanmiso@hoo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