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가장 긴 동지는 음양의 분수령이 된다. 로마 사람들은 동지를 전후로 태양이 죽고 새로운 태양이 태어난다고 믿었다. 사투르누스 축제가 점차 발전해 매년 12월 22일을 전후해 대대적인 태양 탄신 축일로 이어졌다. 이 날은 주인들이 노예에게 먹을 것을 직접 차려주고 선물을 주었으며 연회를 베풀었다. 평소 주인들에게 원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는 이른바 '야자 타임'도 있었다고 한다. 성탄절의 기원을 이 축제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고대인들에게 해와 달의 운동은 시간이다. 로마인들에게 시간의 신은 야누스(Janus)였다. 그리스 신화에는 없는 로마인들만의 독특한 신 야누스. 해가 바뀌어 첫 시간과 공간이 열리는 문을 단속하는 임무를 맡았다. 1월은 영어로 제뉴어리(January)다. 이 단어의 어원이 바로 야누스인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나왔다. 요즘은 '표리부동', '위선자'로 변의되었지만 야누스의 본질은 '천지창조'다.
야누스는 동양의 태극 음양에 해당한다. 시간에서는 밤과 낮 두개의 얼굴, 공간에서는 동서남북 네 개의 얼굴로 묘사되기도 한다. 왕의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로 점차 격하되다가 이중성의 대명사로 전락되고 만 것이다. 야누스의 진면목은 달력 첫 장에 남아있다.
어떤 경전에서는 창세기가 따로 정해져 있다. 로마인들의 창세기는 매년 동지였다. 동양에서는 우주의 사계절에 소우주를 잘게 반복 적용해 연 월 일 시간에 음양오행 십간십이지를 배정하고 있다. 천부경에서는 본체인 천지인(天地人=신, 육, 영) 3극이란 개념을 적용하고 팔괘나 음양오행을 운행원리로 적용하고 있다.
'하나의 시작에는 그 시작점이 없어서, 삼극(三極)으로 나누어졌다하더라도 그 근본은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一始無始 一析三極無盡本).'
우주는 시작과 끝이 따로 없으며, 매 순간이 창세기라는 뜻이다. 그래서 새롭게 마음을 고쳐먹는 그 순간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초발심 변정각'이란 말이 생겼다. 서양에서는 '현재(present)'가 신의 '선물(present)'이라고 한다. 결국, '중요한 일, 중요한 때, 중요한 사람이 따로 없이 매순간 일상이 중요하다'는 것.
차길진 법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의 정해년 신년사에서 '사소한 것'을 재발견하라고 당부한다.
"새해에는 늘 포부를 갖습니다. 송구영신이라고 지난해를 회고하고 새해를 설계합니다. 언론에서는 앞 다투어 10대 뉴스를 다룹니다. 지나간 일을 돌아볼 때, 우리는 너무 큰 일만 떠올리는 습관이 배어있지 않은지 다시 되돌아보게 합니다. 큰 강물도 이름 없는 옹달샘에서 시작됩니다. 사소한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모든 것은 사소한 것에서 결정납니다. 사소한 것을 보는 사람이 본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작은 배려가 운명을 가릅니다."
그리고 국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해는 한반도 주변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여 혼탁하였지만, 정해년 올해는 앙금이 가라앉으면서 시야가 맑아질 것입니다. 이 눈치 저 눈치 외적 요인에 휘둘리기보다 우리가 중심에 서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 문제는 풀어야할 시기입니다. 정해년 돼지해는 복이 많은 해입니다."
작가/김영수(paanmiso@hoo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