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권오길의 자연이야기] 상어 내장 90%는 간…100살 넘게 살아

kongbak 2006. 9. 13. 13:01
권오길의 자연이야기] 상어 내장 90%는 간…100살 넘게 살아

바다는 분명 물고기의 집이요, 고향이다. 한데 물고기가 사는 물을 사람들은 목을 축이거나 몸을 씻는 것으로, 신은 은총의 감로수, 아수라는 무기, 아귀는 고름이나 썩은 피, 지옥인은 끓어오르는 용암으로 본단다. 아련한 기억으로 쓴 물의 의미다. 어느새 총명(?)하던 내 기억력도 망각의 벌레가 다 파먹어버려서 안경을 들고 안경을 찾는다. 철딱서니 없기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잔인한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얼추 허접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물고기(어류)는 뼈가 딱딱한 경골어류(硬骨魚類)와 물렁한 연골어류(軟骨魚類)로 나뉘며, 거반 경골이고(민물 것은 죄다 경골임) 일부가 연골인데, 물렁뼈 고기에는 상어, 홍어, 가오리 무리가 속한다. 한데 보통 물고기는 물에 암놈이 알을 낳고 거기다 수컷이 정자를 뿌려버리는 체외수정(體外受精)을 하는데 별난 상어는 짝짓기를 하여 체내수정(體內受精, 임신기간은 8~10개월)을 한다. 수놈의 배지느러미 안쪽에 손가락꼴인 한 쌍의 긴 교미기를 가지고 있으니 뱀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고, 홍어도 유사한 음경을 가졌다. 홍어는 암놈이 크고 수놈이 작아(상품가치가 덜함) 수컷이 잡히면 어부들이 패대기를 치면서 거기다(?) 분풀이를 한다.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 뭣’이란 말이 생겨났다.

아무튼 묘한 놈들이다! 보통 물고기는 알과 치어(稚魚)가 거지반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혀 버리기에 알을 되우 많이 낳아야 한다. 하지만 상어는 어미 몸속에서 제법 커서 나오기에 알을 적게 낳는다. 수정란이 물에서 그대로 발생하면 난생(卵生), 모체에서 깨어 있다 나오면 난태생(卵胎生), 탯줄을 통해 양분을 얻어 다 커서 태어나는 것을 태생(胎生)이라 한다. 그러므로 상어는 중간 것, 즉 난태생에 해당한다.

그런데 날고 뛰는 ‘간 큰 사람’도 상어의 간(肝)에는 못 당한다. 녀석들은 내장의 90%가 간으로 채워졌다니 말이다. 상어는 왜 그렇게 간덩이가 크담. 이놈들은 다른 물고기처럼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여 부침(浮沈)을 조절하는 부레(swim bladder)가 없단다. 부레 대신 기름덩어리인 큰 간이 있어 물에 잘 뜰 수 있다. 거기서 간유(肝油)를 뽑으니 비타민 A가 그득 들어있어 눈(夜盲症)에 좋다. 살코기, 껍질(사포-砂布, sandpaper로 씀), 간까지 빼주는 상어야, 너 참 고맙다! 상어연골, 샥스핀(shark’s fin)은 어쩌고.

더러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바다의 폭군’ ‘바다의 포식자(捕食者)’는 족히 100살을 넘겨 산다. 사실 물고기는 늙어 힘 빠져 죽기도 전에 다른 놈이 달려들어 잡아 먹어버리기에 사람처럼 벽에 똥 싸 붙이면서 근근이 생명을 부지하는 녀석이 없다. 상어는 나이를 뼛속에다 묻어 두었다! 등뼈를 세로로 잘라보면 나무의 나이테를 닮은 연륜(年輪)이 있다. 그리고 보통 물고기는 눈알이 움직이지 않으나 이놈들은 안구를 굴리고 또 순막(瞬膜)이라는 얇은 막이 있어서 열었다 닫았다 하여 눈방울을 보호한다.

제사 이야기다. 한마디로 연골어류는 여느 물고기처럼 쉽게 부패하지 않기에 옛날에도 바다에서 아주 먼 동네의 제사상에 상어토막이 올랐다. 그리고 동해안의 바닷가 여염집 제사에는 고래 고기를 제물(祭物)로 쓴 것을 보면 제사도 환경의 산물이었던 것. 하여 제례(祭禮)도 지방마다 좀씩 다르다. 모름지기 어버이 살았을 적에 섬기기를 다하여라. ‘살아 탁주 한 잔이 죽어 큰 상보다 낫다’고 한다. 상어 한 토막이라도 살아서….

강원대학교 명예교수(ok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