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6년의 화두

kongbak 2006. 8. 20. 15:47
6년의 화두

6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다. 과연 그동안 영계의 메신저, 까치의 소임을 잘 했는지 의문이 든다. 매주 원고를 준비하며 늘 급한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을 대하진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칼럼을 처음 시작한 2001년은 정치권이 거세게 흔들린 한 해였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 전 세계를 충격과 비탄에 빠뜨렸다. 그해 유난히 자살이 많았다. 칼럼도 자살 내용이 많았는데 자살은 백이면 백 자살을 유도하는 영가가 빙의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하라고 경고했었다.
 2002년은 월드컵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축제 분위기로 되살아났지만 경기침체는 가속화됐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 '인생은 스스로 터득해 가는 과정이며 감정을 직시하고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라'고 격려했었다.
 2003년은 태풍 매미의 전국 강타, 여기에 경제 한파, 사상 최악의 흉년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술렁였다. 나라가 '삼재(三災)'에 걸린 것이다. 인생에는 운의 흐름이 있다. 삼재는 미래를 위한 준비기로 더 성숙한 영혼으로 거듭나기 위해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삼재를 빠져나오는 방법은 간단하다. 많이 웃고, 항상 웃고, 크게 웃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삼재에서 탈출할 수 있다.
 2004년은 다사다난했다. 3월의 때아닌 폭설로 시작해 탄핵, 행정수도 이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동남아시아는 쓰나미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해 화두는 '법(法)'이었다. 법이란 글자를 파자하면 물 수(水)변에 갈 거(去)로 '법대로 하자'는 말은 전쟁선포가 아닌 '물 흘러가는 대로 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거(去)자가 철거, 퇴거 등 강제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2005년은 '황우석 박사 사건'으로 온 국민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청계천이 서울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나는 새로운 '김치이론'을 펼쳤다. 김치는 다섯 번 죽어야 진짜 김치가 된다고 한다. 배추가 뽑힐 때 죽고, 칼로 다듬을 때 죽고, 소금에 절일 때 죽고, 양념에 무칠 때 죽고, 마지막으로 김장독에 묻힐 때 죽는다. 이 과정을 생략한 겉절이는 첫 맛은 좋지만 깊은 맛이 없다. 다섯 번 죽는 김치처럼 인생의 깊은 맛을 알아야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것이다.
 2006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다. 소원을 이루고 싶다면 우선 버려라. 숨을 마시고 내쉬지 않으면 죽는다. 삶도 마찬가지라 항상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만나면 헤어지고, 올라가면 내려가고, 쥐었으면 놓아야 하고, 태어났으면 죽어야 한다. 버릴 때 잘 버려야 잘 산다.
 스포츠 조선 칼럼을 마치고 당분간 중국 용정에서 바쁜 일과를 보낼 것 같다. 민족의 성지(聖地)인 용정시 일송정 부근 3천5백 평의 땅을 50년 간 일구게 됐다. 한민족 백두산 대동 위령제 기간에 찾아간 일송정은 너무도 초라했다.
 우선 그곳 용주사를 복원, 종교를 떠나 중국 동북삼성 지역에서 눈감은 수많은 이름 없는 독립투사들을 위한 충렬사를 지을 예정이다. 또한 청산리 대첩 시뮬레이션을 개발, 보고 듣고 느끼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장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오래 전부터 인생의 종착지를 민족역사복원에 바치고 싶었다. 고사(枯死)한 일송정 소나무가 되살아날 그날을 꿈꾸며 마음은 벌써 만주벌판을 달리고 있다.


200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