處世

[스크랩] 영재 만들기’가 아이 미래 망친다

kongbak 2011. 4. 8. 12:20

 

영재 만들기’가 아이 미래 망친다

 

[뉴스메이커] 2007년 08월 09일(목) 오후 01:17 
 
천재소년 김웅용 박사의 조언… "학원 선행학습 부작용 크다”
1980년판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지능지수 보유자로 오른 김웅용 박사.
일반적으로 영재는 지적 능력와 집중력, 창의력 등이 앞선다. 영재교육의 관건은 이 가운데 창의력을 최대한 발현하는 교육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은 이미 선행학습을 통해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한 과정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영재는 선행학습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영재양성을 내건 학원에 보내 지속적으로 선행학습을 하면 영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영재는 학원이 만들어내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의 영재교육 정책의 부재와 학원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도 하다. 영재교육은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로 진학해서 국내 유명 대학에 진학하는 ‘루트(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가면 평범한 학생으로 전락
하지만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일부 학생들은 더 이상 영재가 아닌, 평범한 학생으로 전락하고 만다. 영재교육원이나 사설 영재학원에서 배운 ‘선행학습’이 대학공부에 방해가 되는 실정이다. 이미 선행학습을 통해 공부를 끝낸 상태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대학생활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것이다.

영재는 자칫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없으면 오히려 평범한 학생이 되거나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40대에 들어선 김웅용 박사(충북개발공사 단지조성팀장)는 이미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폐해를 톡톡히 경험한 주인공이다. 그는 IQ 210으로 1980년판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지능지수 보유자로 올랐다. 6살 때 일본 후지TV에 출연해 미적분을 풀어냈다. 4살부터 7살 때까지 한양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8살이 된 1970년에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초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에 다녔다. 1974년부터 5년 동안 나사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16살 때 돌연 귀국한 그는 이때부터 ‘실패한 천재’로 낙인찍히다시피 했다. 그는 국내에서 정규학교를 졸업하지 못해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했다. 더욱이 그가 충북대에 입학하자 주변에선 "천재가 지방대밖에 못가느냐?”는 투다. 수리학 분야의 권위자가 되었고 세계적인 인명사전에도 올랐지만 여전히 대학에서 찬밥 취급을 당한다. 천재가 한국 대학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대학 교수 지원을 포기하고 처음으로 직장을 구했다. 충북개발공사에 취직하자 또 사회에서는 "천재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산다”고 입방아에 올렸다. 그렇지만 김 박사는 "마흔이 넘어 조직생활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재미있고 의욕이 난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직장생활의 재미를 뒤늦게 만끽하는 셈이다.

특수목적고 합동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경향신문>
김 박사는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은 한마디로 ‘선행학습’에 지나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초등 3학년이 중학교 3학년 수학을 풀거나, 중학생이 고 3학년 수학을 풀면 영재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까지의 수학은 평범한 학생도 집중해서 한 달 정도 공부하면 누구든지 대부분 풀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어려운 문제는 풀기가 쉽지 않지만 집중해서 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영재학원’에서 공부한 중학생들이 고교 수학을 푸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중학생이 고교 수학을 풀면 영재로 대우받고 특목고에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영재 만들기가 아니라 ‘과학고 입학생 만들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김 박사는 초등학교 3학년 경시대회 모의 문제를 풀이하고 그 소감을 전해주었다. 그는 "초등 3학년생용 수학문제는 중학생이 돼야 풀 수 있는 수준이 대부분”이라면서 혀를 찼다. 이게 바로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이유다. 학원이 성업하는 것도 그래서다.

"초등학생 저학년 때부터 ‘영재학원’이라는 곳에서 수학 문제를 풀면 누구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결국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 대회는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것과 같습니다. 영재학원은 한발 앞서 성적 올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곳에 불과합니다.”
김 박사는 초등 3년생과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큰아들 순후(청주교대부설초등 3년)는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벌써부터 영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주변에서는 ‘영재학원’에 보내 수학을 선행학습할 것을 권유한다. 그렇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이 때문에 아내조차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천재라고 말한다.

"현재 일부 학교는 영재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학교와 사설 학원이 서로 ‘연계’해 있다는 점입니다. 영재반을 운영하는 학교에서조차 아이들을 학교가 지정하는 학원에 보내라고 은근히 부추기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칠 상황이 안 되니까 학원에 보내 공부해야 한다는 거죠.”
김 박사는 "교사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실정”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지도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학원에 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학원이 수학의 원리나 기초보다 먼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방법에 치중하는 한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후가 유일하게 다니고 있는 학원은 피아노학원이다. 그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 수 없다”면서 "수학도 음악 공부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교서도 "학원 보내라” 부추겨
김 박사가 이미 4살 때 미적분을 풀 수 있었던 것은 대학교수 아버지의 지도 덕분이다. 그는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김 박사는 요즘의 ‘만들어진’ 영재가 아니라 그야말로 ‘타고난’ 영재인 셈이다. "누구나 집중적인 교육을 받으면 영재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영재들은 둔재가 되고 말죠. 오히려 영재 아닌 평범한 인재들이 영재들을 앞서곤 합니다. 이제라도 창의력 있는 영재를 만들어내는 데 정책과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일부 평범한 부모들은 ‘영재 만들기’를 위해 ‘영재 학원’에 보내면서 조급해하는 반면 ‘천재소년’ 김웅용 박사는 결코 자녀의 ‘영재 만들기’에 나서지 않는다. 김 박사는 "선행학습을 통한 영재교육은 결코 영재교육이 아니며 자칫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영재교육의 관건은 창의적인 영재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단기 숙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박사의 이 말은 어쩌면 자녀에게 자신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교육당국자나 영재만들기에 나서는 학원업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일 것이다.

최효찬<객원기자>

 

 

출처 : 에너지환경
글쓴이 : howm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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