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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체인지 :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kongbak 2010. 9. 6. 19:59

 

체인지 :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기본 스토리는 학교 교사를 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총리가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이다.

뛰어난 배우진에다 무겁지 않은 여러 재미있는 장면들이 보는 재미를 계속 이끌어주며 기본적으로 사회 풍자적 요소들이 보는 사람의 기분을 시원하게 해준다.

초반에 상당히 빠른 전개와 재미를 주던 연출이 후반으로 갈수록 느려지면서 진중해지면서 극적인 재미는 감소하며, 중반 이후의 로맨스의 추가는 극의 중심을 흐트러뜨린다.

최후반의 30분에 걸친 롱테이크는 최종 메시지를 전달한다지만 너무 길지 않았나 싶다.

 

한 집단 모두가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있고, 누군가 옳은 일을 하면 그 집단 전체에 나쁜 결과가 올 때 사람들은 주저하며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내기란 어렵다.

옳은 일을 하는 순간 그 집단에서 배제되게 되며 어느 집단에서 배제된 사람은 원인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채 배제됐다는 이유 만으로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좋지 않게 보기도 한다.

국회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자신만 옳게 하겠다고 하면 다른 의원들에게는 손해가 오며, 그 의원은 왕따를 당하게 된다.

신진 의원으로 아무리 갈아치워도 국회가 바뀌지 않는 이유다.

 

일본의 리얼리즘적 전통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와 관료들의 세계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잘 몰라왔던 것들을 참으로 잘 그려내주었다.

초반부 연출에서 특히 그러한 묘사가 강했었고, 거기서 춤추는 대수사선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연출가가 사와다 켄사쿠로 동일인이었다.

중국이 허풍과 픽션에 강하다면 일본은 세세하고 현실 묘사에 강하다고들 하는데 우리나라도 약간은 강렬한 극적 픽션을 더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모습과 관련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르나 배경으로 그려지는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실제하는 그들의 모습을 너무 잘 묘사해주고 있어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묘사는 이런 실제적으로 숨겨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적실한 묘사는 없고, 언론에 나타나는 수준의 묘사에 불과하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극적 캐릭터에 불과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국가'라고 정치인들이 칭하는 것들이 결국 '정부'라는 국민과는 따로 떨어진 독자적인 조직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장면은 리얼리즘이 가진 실제적 진실을 깨닫게 해주는 힘을 보여준다.

국가를 지키겠다고 떠드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들의 속내라는 것과 그 말의 실체가 전혀 다른 곳에 있다는 것 그리고 국가라는 이름으로 가리워지는 정부 또는 정권을 지키려는 의도가 국민과 시민을 배제하게 된다는 현실을 깔끔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 드라마라는게 기껏해야 정치인들끼리 벌여왔던 사건들을 극적으로 포장해온 스타일이라면, 이 드라마 같은 이러한 리얼리즘적 접근은 꽤나 부러운 일이다.

 

국가수장이 현실 정치인에게 막혀서 국민을 위한 뜻을 펼치지 못할 때는 국민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 담화를 실시하고 국민 여론을 힘 입어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것을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정책이 국민에게 거부 당하는데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고 온갖 매스컴과 국가 기관을 이용해서 홍보하고 국민담화를 하면서 억지를 피우는 모습은 소위 스스로 말하는 국민과의 소통이 전혀 아니다.

같은 국민담화로 국민의 뜻을 구하는 모습도 천지차이인 셈인데, 국민을 생각하려는 드라마의 주인공과 우리 현실의 국가수장의 모습이 자꾸 대조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연상이었다.

 

최종적으로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정치라는 것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서 정치가라는 전문집단들이 서로 술수와 기술을 쓰면서 서로 싸우고 승리해내는 경기장의 선수들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정치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잘 하는 이가 프로 정치인이라 생각한다.

그런 정치인들의 집단끼리의 더럽고 추잡한 일들을 정치라고 보기에 정치에 관심이 없다하고 정치를 멀리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이란 그저 세상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누구나 한 번쯤 바래왔던 것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인들만이 따로 하는 일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하는 일이다.

드라마는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을 일깨우며 정치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가치를 뽑는다면 바로 정치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일깨워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드라마는 선거에서 투표로 올바른 정치인을 뽑으라고 말한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매우 후진국인 일본의 드라마가 보여준 답의 한계다.

일본의 정치란 우리나라의 일정 정도의 다이나믹한 그것에도 다다르지 못한 수준이다.

일본의 내각제는 국민들에 의한 정치보다 정치 전문가들에 의한 정치에 더 방점을 찍는 체제이며, 그것으로 인해 정치는 안정되지만 변화가 요원하다.

국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좀 더 활발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참여 민주주의적 방식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으며 그러한 것에 대한 참여를 요구하는 것으로 극의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진짜 국민이 바라는 상의 대통령을 그리는 정치 드라마 하나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출처 : 대똥퍼
글쓴이 : RedPe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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