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의 통신서비스 요금 20% 인하 공약을 달성하겠다며 지난해 9월 내놓은 이동통신 요금인하 방안 가운데 상당부분이 통신업체들의 거부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초당 과금제 도입, 가입비 인하, 발신자번호표시(CID)서비스 이용료 무료화, 요금제 단순화,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자 허가 등을 통해 이동통신 요금이 대폭 인하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통신서비스 요금 20% 인하 공약이 빠른 시일 안에 달성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 가까이 흐른 4일 현재, 당시 방통위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동통신 요금인하 방안 가운데 상당부분이 흐지부지됐거나 반쪽짜리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관심을 끈 초당 과금제는 에스케이텔레콤(SKT)만 지난 1일부터 도입해, 우리나라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4800여만 가운데 절반 정도만 혜택을 보게 됐다. 케이티(KT)는 초당 과금제 도입을 거부했고, 통합엘지텔레콤(LGT) 역시 미적거리고 있다. 초당 과금제란 국내음성통화료를 1초 단위로 계산하는 것으로, 국내 음성통화료 합리화의 관건이다.
케이티와 통합엘지텔레콤이 대상인 시아이디 이용료 무료화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단말기를 스마트폰 등으로 바꾸면서 새 요금제로 전환하고 있어 머지않아 시아이디 요금이 자동으로 없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2006년 1월 시아이디 이용료를 무료화했으나 케이티와 엘지텔레콤은 안하고 버텨왔다. 케이티와 엘지텔레콤은 지금도 각각 139만명과 55만명에게 월 1000원~2000원씩의 시아이디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가입비도 일부 업체가 내리기는 했지만, 감면 대상 범위를 줄여 이용자한테는 실질적인 요금인하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케이티의 경우, 3만원씩 받던 가입비를 2만4000원으로 내리는 대신에 해지 뒤 재가입 때는 면제해주던 것을 없애 가입비 수익이 오히려 늘었다. 이 업체 가입자 쪽에서 보면 가입비 부담이 커진 셈이다.
요금제 단순화 역시 흐지부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방통위는 “이용자 선택권 강화를 위해 에스케이텔레콤은 73개인 요금제를 20개로, 케이티는 157개를 30개로, 엘지텔레콤은 60개를 20개로 대폭 단순화하기로 했다”며 “다만 전산시스템 교체 등의 절차가 필요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통신업체들은 단순화 대상은 기본 요금제이지 옵션 요금제는 해당되지 않고, 요금제 단순화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좁히는 문제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
반면에 이동통신 업체들의 ‘배당잔치’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주주 배당 총액은 7600억원, 케이티는 4800억원, 엘지텔레콤은 90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들을 위한 통신요금 인하는 거부하거나 미적거리면서, 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주주들과 약속은 악착같이 지키는 모습이다.
한석현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민중계실 간사는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달성하겠다고 생색을 내며 내놓은 이동통신 요금인하 방안이 통신업체들의 거부로 흐지부지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대선 공약 실천을 앞세워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의 이동통신 요금인하 요구에 물타기를 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