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길남 KAIST 교수
"인터넷에 일찍 눈 뜬 우리나라
관련산업 성장 못해 안타까워"
현 인터넷망 10년 안에 포화상태 이를 것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한중일 협력해야
지난 6월 1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주최로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만든 인터넷의 역사자료를 발굴해 사이버공간에서 전시하는 사이버인터넷역사박물관 오픈식이었다.
이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 중 `최초'라고 이름 붙여진 것에는 대부분 전 교수나 전 교수 연구실의 이름이 붙어있다. 행사에 참석한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은 "전길남 박사가 없었으면 오늘 우리나라의 인터넷 발전은 없었을 것"이라며 전 교수의 공로를 치하했다. 참석자들 모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인터넷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막연히 인터넷을 도입하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겠다고만 생각했지요. 진작에 차곡차곡 기록을 보관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처음 인터넷을 연결했을 때의 일이 그렇게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장난스럽게 웃는 전길남 교수의 모습은 영락없는 멋쟁이 할아버지다. 하지만 그는 연구실에서 무섭게 일을 밀어붙이고 학생들에게 언제나 최고의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집이 셀 것 같다는 물음에 전 교수는 "원래 고집 센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척박한 우리 연구환경에서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 추진하다보니 자연히 고집 센 사람이 됐죠. 귀국하면서 최소한 5년에 한 명은 나보다 훨씬 나은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연히 학생들에게 남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요구했고, 그게 학생들에게 부담이 됐겠지요. 귀국한지 25년이 넘었으니 5명은 우수한 인재를 육성했어야 하는 데, 제 생각엔 그 목표는 달성한 것 같네요.(웃음)"
전 교수의 연구실 출신들은 업계를 비롯해 학계와 연구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전길남 사단'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제자를 기르다보면 예상외로 성과를 내는 제자도, 아쉬움이 남는 제자도 있을 것이다. 전 교수는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낸 제자로 넥슨의 김정주 사장을 꼽았다.
"우수하고 열정도 있어서 무슨 일을 하든 잘 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비즈니스적인 재능이 뛰어난 건 몰어요. 아주 잘 하는 것 같아요. 아쉬운 사람은...박사학위를 얼마 안 남기고 벤처기업 부사장으로 간 친구가 있었죠. 그 때 연구실에서 리눅스와 비슷한 모델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리눅스보다 기술면에서 앞서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내심 그 프로젝트를 그 친구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갑자기 벤처를 하겠다는 거예요. 계속했다면 공개소프트웨어의 역사를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르죠."
제자를 길러내는 데 평생을 바친 전 교수는 최근의 이공계 위기나 IT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 까.
"KAIST의 경우, 상위권 학생의 역량이나 우수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중간층이 엷어지는 것입니다. 더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가 벤처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사업을 해 보고 싶다고 하면 차라리 미국에서 하라고 말합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스카이프와 다이얼패드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금 규모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전 박사는 우리나라가 인터넷에는 일찍 눈을 떴지만 그에 비해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한다.
"요즘엔 구글에서 일하는 제자들이 많아요. 구글에 취직했다고 제자들이 연락해 오면 축하의 인사말은 하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아요. 최근 우리 IT기업이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이 예전만 못한 것 같기도 하고요. 자신 있게 제자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우리 기업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은퇴를 앞둔 원로교수로 좀 편안하게 지내도 좋으련만, 전 교수는 언제나 바쁘다. 인터넷과 관련된 국제행사를 직접 주관하기도 하고 학회나 행사에 참여해 열심히 강의를 듣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인사를 하면서 제가 10년 전에 한 이야기를 인용하더군요. 제가 무심히 한 말도 듣는 사람은 큰 의미를 두는 겁니다. 그러니 부담을 안 느낄 수가 없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하지 않겠어요?"
요즘 전 교수는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금 인터넷망은 연구 목적으로 30년 전에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속도로 이용자가 늘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 인터넷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네트워크가 필요하게 됩니다. 지금 인터넷망에서 아시아의 기여도는 2~3%나 될까요? 하지만 앞으로 인터넷 늘어나는 이용자의 50%는 아시아인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차세대 인터넷망을 만드는 데도 그만큼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이 서로 협력한다면 20~30%의 기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세 나라가 협력하는 데 고리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전길남 교수는 "지금은 물리적 대역폭은 확보돼 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앞으로 승부는 지금 활용 못하고 있는 대역폭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콘텐츠, 기술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인터넷의 대부인 것은, 지금껏 그가 달성한 업적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관련산업 성장 못해 안타까워"
현 인터넷망 10년 안에 포화상태 이를 것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한중일 협력해야
지난 6월 1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주최로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만든 인터넷의 역사자료를 발굴해 사이버공간에서 전시하는 사이버인터넷역사박물관 오픈식이었다.
이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 중 `최초'라고 이름 붙여진 것에는 대부분 전 교수나 전 교수 연구실의 이름이 붙어있다. 행사에 참석한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은 "전길남 박사가 없었으면 오늘 우리나라의 인터넷 발전은 없었을 것"이라며 전 교수의 공로를 치하했다. 참석자들 모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인터넷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막연히 인터넷을 도입하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겠다고만 생각했지요. 진작에 차곡차곡 기록을 보관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처음 인터넷을 연결했을 때의 일이 그렇게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장난스럽게 웃는 전길남 교수의 모습은 영락없는 멋쟁이 할아버지다. 하지만 그는 연구실에서 무섭게 일을 밀어붙이고 학생들에게 언제나 최고의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집이 셀 것 같다는 물음에 전 교수는 "원래 고집 센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척박한 우리 연구환경에서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 추진하다보니 자연히 고집 센 사람이 됐죠. 귀국하면서 최소한 5년에 한 명은 나보다 훨씬 나은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연히 학생들에게 남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요구했고, 그게 학생들에게 부담이 됐겠지요. 귀국한지 25년이 넘었으니 5명은 우수한 인재를 육성했어야 하는 데, 제 생각엔 그 목표는 달성한 것 같네요.(웃음)"
전 교수의 연구실 출신들은 업계를 비롯해 학계와 연구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전길남 사단'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제자를 기르다보면 예상외로 성과를 내는 제자도, 아쉬움이 남는 제자도 있을 것이다. 전 교수는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낸 제자로 넥슨의 김정주 사장을 꼽았다.
"우수하고 열정도 있어서 무슨 일을 하든 잘 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비즈니스적인 재능이 뛰어난 건 몰어요. 아주 잘 하는 것 같아요. 아쉬운 사람은...박사학위를 얼마 안 남기고 벤처기업 부사장으로 간 친구가 있었죠. 그 때 연구실에서 리눅스와 비슷한 모델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리눅스보다 기술면에서 앞서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내심 그 프로젝트를 그 친구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갑자기 벤처를 하겠다는 거예요. 계속했다면 공개소프트웨어의 역사를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르죠."
제자를 길러내는 데 평생을 바친 전 교수는 최근의 이공계 위기나 IT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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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의 경우, 상위권 학생의 역량이나 우수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중간층이 엷어지는 것입니다. 더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가 벤처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사업을 해 보고 싶다고 하면 차라리 미국에서 하라고 말합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스카이프와 다이얼패드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금 규모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전 박사는 우리나라가 인터넷에는 일찍 눈을 떴지만 그에 비해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한다.
"요즘엔 구글에서 일하는 제자들이 많아요. 구글에 취직했다고 제자들이 연락해 오면 축하의 인사말은 하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아요. 최근 우리 IT기업이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이 예전만 못한 것 같기도 하고요. 자신 있게 제자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우리 기업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은퇴를 앞둔 원로교수로 좀 편안하게 지내도 좋으련만, 전 교수는 언제나 바쁘다. 인터넷과 관련된 국제행사를 직접 주관하기도 하고 학회나 행사에 참여해 열심히 강의를 듣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인사를 하면서 제가 10년 전에 한 이야기를 인용하더군요. 제가 무심히 한 말도 듣는 사람은 큰 의미를 두는 겁니다. 그러니 부담을 안 느낄 수가 없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하지 않겠어요?"
요즘 전 교수는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금 인터넷망은 연구 목적으로 30년 전에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속도로 이용자가 늘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 인터넷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네트워크가 필요하게 됩니다. 지금 인터넷망에서 아시아의 기여도는 2~3%나 될까요? 하지만 앞으로 인터넷 늘어나는 이용자의 50%는 아시아인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차세대 인터넷망을 만드는 데도 그만큼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이 서로 협력한다면 20~30%의 기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세 나라가 협력하는 데 고리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전길남 교수는 "지금은 물리적 대역폭은 확보돼 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앞으로 승부는 지금 활용 못하고 있는 대역폭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콘텐츠, 기술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인터넷의 대부인 것은, 지금껏 그가 달성한 업적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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