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學산책

양자컴퓨터 실현하는 기초원리 규명

kongbak 2008. 2. 12. 20:03
양자컴퓨터 실현하는 기초원리 규명
전자의 입자∙파동 발현 원인 밝혀
2008년 02월 05일 | 글 | 서금영 기자ㆍsymbious@donga.com |
 
삼성전자와 인텔, 도시바 같은 업체는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전선의 폭을 누가 더 좁게 만드는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마치 화선지에 굵은 붓보다 가는 붓으로 글씨를 쓸 때 더 많은 글자를 쓸 수 있는 원리와 같다.

하지만 전선 폭이 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크기로 작아지면 전선을 따라 흐르던 전자가 입자성을 버리고 파동성을 나타낼 수 있다. 입자성을 갖는 전자는 공처럼 굴러가지만 파동성을 띠는 전자는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즉 예측 불가능한 경로를 따라 전자가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텍 물리학과 이후종 교수와 부산대 물리학과 정윤철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전자가 파동성과 입자성 중 어떤 특성을 나타낼 지 여부는 간섭계 내부의 전자경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는 가에 달려 있다”고 ‘네이처 피직스’ 온라인판 2월 3일자에 발표했다.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소립자는 파동이나 입자 중 하나의 형태로 관찰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파동성과 입자성의 발현이 결정되며, 무엇에 의한 것인지는 과학계의 오래 숙제였다. 연구팀은 도넛 모양의 간섭계(사진)를 제작해 이 구조를 통과하는 전자의 간섭현상을 관측했다. 간섭현상이란 두 개의 파동이 한 점에서 만나 진폭이 함께 상승하거나 상쇄하면서 소멸하는 것을 일컫는다.

연구팀이 제작한 전자 간섭계. 사진 제공 네이처 피직스
전자가 파동성을 나타낼 경우, 간섭계의 한 지점(Source)에서 출발한 전자는 도넛 모양을 따라 양쪽으로 나뉘어 흐르다가 반대편(Drain)에서 합해져 간섭현상을 일으킨다. 이때 전압을 측정해 보면 전자가 파도를 타듯 전압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린다.

반면 전자가 입자성을 지니면, 간섭계의 한 지점에서 출발한 전자는 도넛 모양의 어느 한쪽 경로만 지나게 된다. 간섭계의 반대편에서 측정한 전압이 출발할 때와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간섭계의 한쪽 경로에 전자를 붙잡는 함정(F1-F2구간)을 설치했다. 함정의 벽면에는 또 다른 전자가 흐르고 있어 이곳을 지나는 전자는 미는 힘으로 인한 간섭으로 잠시 머문 뒤 흘러나갔다.

이후종 교수는 “간섭계 내부의 전자전달 경로를 알 때는 전자가 입자성을 나타내지만 알지 못할 때는 파동성을 띠게 된다”며 “이번 연구로 입자의 불확정성을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터나 반도체 메모리에 대한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킬 만한 단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서 전남대 물리학과 강기천 교수는 이론을 제안하고 이후종 교수와 정윤철 교수가 실험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