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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쥐띠해 이야기] 예지력 탁월… 근면·다산 상징

kongbak 2008. 1. 1. 16:44
[재미있는 쥐띠해 이야기] 예지력 탁월… 근면·다산 상징
일상과 가장 가까운 동물 인식
서양 ‘배신자’ · ‘귀여움’ 평가
2008년 01월 01일 (화) 전제훈
   
▲ 십이지 동물 중 첫자리를 차지하는 쥐
2008년은 무자년(戊子年) 쥐띠해. 쥐는 뛰어난 번식력으로 다산을 상징한다. 12지의 첫 번째 동물인 쥐는 방향으로는 정북을, 시간으로는 오후 11시에서 새벽1시이다. 달로는 음력 11월에 해당하는 동물이다.

쥐의 근면성은 재물과 풍요를 지키며 미래를 예측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습성을 가져 예지력을 지닌 동물로 인식된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권제9 혜공왕 5년에는 “치악현에서 8000여마리나 되는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고 그 해 눈이 내리지 않았다.” 고 했다. 이는 쥐의 예지력을 표현한 예로써 사람들은 쥐 떼의 이동을 보고 지진해일의 위험을 감지하거나 사고에 대비하기도 한다. 바다 속신에 선원들이 쥐가 없는 배는 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는 이유도 그 예지력 때문이다.

열두 띠 동물 가운데 쥐가 차지하는 위치는 그 첫번째이다. 신라 흥덕대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이 능의 12지 신상을 살펴보면 오직 자(쥐)상만이 천의를 입고 있다. 이는 열두 띠 동물 가운데 그 첫 번째 동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대접받고 있다 하겠다.

우리조상들은 쥐를 근면과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쥐의 특징적인 면모를 살펴보면 쥐가 왜 다산과 생명력의 상징인지 알 수 있다. 쥐는 잘 발달된 감각기관과 촉각을 담당하는 긴 수염, 무엇이든 잘 갉아 먹을 수 있는 앞니 등의 특성을 지녀 환경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번식률도 대단하다. 4개의 앞 발가락과 5개의 뒷 발가락은 한 몸에 음과 양을 갖췄다. 무한대의 도깨비 수를 의미하는 발가락 수의 곱은 왕성한 번식력과 관련된다.

쥐의 번식력은 실로 대단하다. 때문에 우리 설화에는 쥐의 번식력과 관련한 설화가 많다. 왕의 노여움을 사 , 상자 속 쥐의 숫자를 맞히라는 시험을 받은 고구려의 점쟁이 추남의 이야기다. 추남은 쥐의 숫자를 정확히 맞히지 못해 죽음을 당한다. 추남이 죽음을 당한 뒤 쥐의 배를 갈라보니 그 숫자만큼의 새끼가 쥐의 뱃속에 들어있었던 것. 추남은 정확히 점괘를 맞추었던 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숫자로만 쥐를 해아려 억울하게 죽은 추남의 사신이 바로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이다.

쥐와 관련된 세시풍속으로는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전국 곳곳에서 쥐불놀이를 한다.도내서는 강릉이 유명하다. 쥐를 없애기 위해 논과 밭두렁을 태우는 쥐불을 놓는다는 데서 쥐불놀이가 유래된 것. 이 놀이를 통해 해충을 없애고 풍농을 기원하며 마을 공동체의식을 기르기도 했다.

또 부녀자들은 콩을 볶으며 “쥐주둥이 끄시리자”고 주문을 외웠다. 이렇게 하면 그 해에 쥐의 피해가 없다고 믿었다. 쥐에 관련된 풍속 가운데 윷점도 빼놓을 수 없다. 윷점은 섣달 그믐날 밤이나 설날에 행해졌다. 윷을 던져 나오는 결과로 그 해의 운세를 점치는 민속놀이다. 동국세시기에도 도·개는 쥐가 창고에 들어가는 괘로, 걸·개·모는 고양이가 쥐를 만난 격으로 보았다. 여기서도 우리는 쥐의 습성을 통해 길흉을 점치고 풍농을 기원했던 조상들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 서양인의 쥐에 대한 시각과 쥐는 어떤 존재일까. 페스트가 창궐했던 중세 유럽. 공포와 혼돈 속에서 중세인들은 페스트 등의 전염병을 옮기고 생명을 파괴하는 동물이 바로 쥐라고 생각했다.

또 쥐에 대한 인식은 양면성을 가져 랫(Rat)과 마우스(Mouse)로 구별돼 불린다. 랫은 소리 없이 나쁜 짓만 하는 존재, 즉 배신자를 나타낸다. 그러나 생쥐를 뜻하는 마우스는 귀여움 영리함으로 상징된다. 동화나 만화에 등장해 힘센 고양이를 골탕 먹이는 쥐 캐릭터는 긍정적인 시작을 엿보게 하지만 일반적으로 쥐는 더럽고 징그러운 존재로 여겼다.

한국인의 쥐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나. 쥐는 몸집이 작고 재빠르며 영리한 것으로 그림 등지에 표현하고 있다. 또 부지런하고 저축성도 밝으며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타고난 성실함으로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쥐를 표현한 그림을 보면 이런 인식의 단면을 알 수 있다. 그림 속에서 쥐는 그 생태와 습성이 사실적이고도 재미있게 나타난다. 당근이나 수박을 갉아먹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을 준다. 이는 쥐가 우리 일상과 늘 가까이 한다는 조상들의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열두띠 동물 가운데 그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며 앞날을 알아맞히는 예지력을 갖고있는 동물인 쥐. 쥐는 부지런하다. 그래서 쥐띠해에 태어난 사람은 비록 큰 부자가 되지 못해도 평생 굶주리지 않는다고 한다. 쥐는 다산과 재물의 상징이자 민첩함과 성실함으로 약자의 대변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쥐는 풍요와 희망, 행복을 가져다주는 지혜로운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