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82) 생각은 인생의 소금

kongbak 2007. 12. 10. 22:14
[(82) 생각은 인생의 소금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여러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있다. 특히 사람은 영적인 존재라 생각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일찍이 철학자들도 이에 대한 명언을 많이 남겼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으며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이처럼 생각을 중요시하는 것은 삶 속에서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 바로 이 생각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생각이란 인생에서 음식물에 넣는 소금과 같다. 소금이 모자라면 생각 없이 사는 싱거운 사람이 된다. 하지만 너무 지나쳐 스스로 끊임없이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다. 매사에 생각이 많다는 것은 소금이 많으면 오히려 맛을 못 내는 것과 같다. 쉽게 말해 주객이 전도돼 기초에 충실하지 못한 삶이 된다. 생각은 본래 사는 데 필요한 것이지 생각하려고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금의 많고 적음을 아는 지혜가 있다면 자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고질적인 질병으로 시달리던 어떤 분도 그랬다. 기관지염을 비롯해 잦은 기침과 만성 편두통을 호소했다. 다들 쉽게 고칠 수 없는 병이라 해 항생제를 달고 살았다. 약의 복용이 잦으니 오히려 몸이 편할 날이 없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좋다는 큰 병원은 다 가도 차도가 없었다. 게다가 등산을 해서 폐활량을 높이려 하면 땀이 나 오히려 감기가 자주 걸리는 악순환도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작은 병원에서 그는 의외의 치료를 받았다. 만성 질병의 원인은 희귀병이나 특수한 원인이 아니었다. 아주 기본적이었는데 의사의 진단인 즉 고혈압이었다.

 혈압을 내리는 약을 먹자 두통이 사라졌다. 이후 차근히 병의 원인을 따져나가자 기관지염도 많이 호전됐다. 기초에 충실한 치료가 그를 살렸다.

 그동안 그가 다녔던 대형병원의 의사들은 사회 저명인사인 그가 의료계에 지인이 많다는 사전정보를 갖고 있었다. 담당 의료진은 기본보다는 밝혀지지 않은 심각한 요인을 찾고자 첨단 장비를 동원했다. 결국 생각이 많아 먼 길을 돌아간 것이다.

 미술품을 감정할 때 너무 많은 작품을 봐온 감정사들은 때로는 혁신적인 작품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원고가 출판사마다 퇴짜를 맞아 몇 년 넘게 인고의 세월을 거쳐 겨우 독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이야기는 너무나 흔하다. 얼마 전 백남준의 유작에 대해 미술품 경매 전문가는 500만 달러 이상으로 구입하면 바가지라고 했지만, 현 시세는 몇 배를 넘어가고 있다. 너무 많이 아는 전문가가 오히려 눈이 어두운 경우였다. 조금만 생각하면 충분히 보이는 것이, 생각에 생각을 더하면 어느 순간 눈앞에서 사라진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매 순간 어느 길로 갈까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한 생각에 달렸다. 평소 과중한 업무나 인간관계에 함몰되어 생각의 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수면 전후로 잠깐이라도 생각을 가다듬을 것을 권하고 싶다.

 고요한 가운데 차분함으로 스스로 한 생각과 만나는 것, 그렇게 적절한 소금을 삶에 배어나게 하는 것이 인생의 참맛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