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

[스크랩] 서른의 당신에게。

kongbak 2007. 12. 4. 14:49
저자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출간일
2007.02.09
장르
한국에세이
책 속으로

삶 앞에 서성이며 갈등하는 인생 후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착지할 자리를 찾아 불안하게 흔들리는 청춘. 거기 삶이 시작되었던 나이를 돌이켜 보니 ‘서른 즈음’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한국 최고의 엘리트 코스에다 성공의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듯 보이는 강금실이지만 그라고 해서 왜 인생에 갈림길이 왜 없었겠는가.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 성찰’이라는 부제를 단 《서른의 당신에게》는 저자가 인생의 갈림길 굽이굽이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찾은 삶의 철학에 대한 고민의 해답이며, 확신 없이 흔들리며 사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처럼 세상 앞에 벌거벗고 선 듯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그 시기는 자신에게도 역시 방황과 갈등의 시기였다고 다독인다.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되고, 싸움에서도 도망치지 말라고 따끔한 충고도 전한다. 먼저 세상과 대면하여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강금실만의 단단한 삶의 내공이 묻어 있어 더욱 빛난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어기찬 윤리의식, 세상과 사람살이에 대한 포용력, 약자에 대한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마음, 삶을 조망하는 깊은 시선으로 가득한 글은 왜 강금실이 다른 이들과 달리 그토록 당당하고 매력적인지를 대변한다.

 

너그러우면서 단호하고, 내향적이면서 외향적이고, 무디면서 예민한 그래서 차가우면서 뜨거운 강금실. 이런 대립항들이 그에게 전혀 이율배반적이지 않은 것은 내면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가지런한 질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질서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강금실만의 ‘마음의 닻’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질서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꽃들은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사람에게는 고민 끝에 선택해야 하는 결단의 지점들이 새끼줄처럼 엮어가는 인생의 구비마다 매듭과 같이 놓여 있다. 그 선택에 따라 물꼬가 트이기도 하고 흐름의 방향이 바뀌면서 인생은 흘러간다. 만일 그때 이랬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디에 가고 있을까?

 

판사 생활 10년 쯤 되었을 무렵, 남편의 구속이라든지 3차 사법파동 등 다른 이들보다 좀 더 굴곡이 있어 도드라졌던 조직 생활과 판사로서의 부담과 갈등,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방황, 거기에 어머니의 죽음까지. 그 시기는 저자에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으면서, 인생에 있어서 큰 깨달음과 위로를 얻은 시기라 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삶에 대한 성찰이 깊었던 H부장님이 선물한 시집에 수록된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의 한 구절이다. ‘삶은 흔들리면서도 계속되는 것이고 그 속에서도 꽃은 핀다’는 간단하면서도 인생을 관통하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저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이 시집을 골라 고민 많은 후배에게 말없이 건넸던 부장님의 마음처럼, 저자 역시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저자의 따뜻한 바람을 《서른의 당신에게》에 담았다.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전사

 

두려움 없는 삶, 순간순간에 그 바닥의 체험으로 긴장하는 삶이야말로 세상 끝에 놓인 지점이 아닐까. 나는 세상을 걸어가는 길에 지칠 때마다 길목에 기대어 서서 두려움 없는 기세로 세상을 베어내어 진면목이 드러나는 살아 있음을 그린다.

 

저자가 애송시와 같이 곁에 두고 읽는 책 중에 《선방일기》가 있다. 오대산 상원사에 전국 각지의 스님들이 모여서 외부 출입을 금하고 수행하는 나날의 모습을 기록한 책으로, 법무부장관 시절 검사들과의 엠티에서 검사들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저자에게 그리도 소중한 이유는 뭘까. 세상살이란 다른 사람들과 삶을 섞어 같이 엮어가는 것인데, 거기에서 오는 고통과 번뇌를 자기와의 싸움으로 받아들여 이겨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하나의 가치관으로 마음 한쪽에 다잡은 ‘자기 욕망으로 거울에 비추인 그림자와 같이 흔들대는 허상들을 전부 벗어내고 그저 깨끗이 비어져 있는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충만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이런 가치관은 법무부장관 재직시 화제가 되었던 검사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잘 나타난다.

 

추억은 지나도 사랑은 남는 것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하는데 혹 외로운 것 아닌가요? 진실을 말해 봐요. 당신 마음 깊은 곳, 허전하지 않나요? 내가 과연 얼마나 진실한 생얼의 사랑 속에서 삶의 관계를 맺으며 내 존재를 빚어가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만하다. 우리 살아 있는 날까지 사랑은 포기될 수 없다. 잠시 그 정류장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있다 한들.

 

《서른의 당신에게》에는 판사와 변호사 시절 해야 했던 운명적인 선택, 법무부장관 시절의 고뇌 등 공적 역할 뒤에 숨겨졌던 속내, 그리고 개인적이고 낭만적인 주변 사람들과의 따뜻한 인연, 고정관념을 깬 인생관 등 강금실의 진짜 모습도 담겨 있다. 법무부장관직에서 물러나 살풀이를 취미로 한다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저자는 사실 전통춤 외에 이철수 선생에게 판화를 배우기도 해고, 클래식 기타, 피리, 장구, 북, 요가, 단학, 재즈댄스, 판소리, 민요, 성악까지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꼭 필요한 운전면허는 아직도 따지 못했다고 털어 놓는다. 법무부장관 시절 검사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간 엠티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으로>를 불렀던 이야기, 첫 근무지에서 사소한 학생들 시위사건도 꼭 잡아넣으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풀어주는 바람에 법원을 발칵 뒤집었던 이야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 받는 날 사람들 앞에서 구성지게 팝송을 불러주었던 큰언니 이야기, 서로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마음으로 흐르는 것이 있었던 친구 향숙이 이야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작은 선물이라도 꼭 건네는 남산 옥탑방에 사는 친구 황인숙 시인 이야기, 런닝셔츠에 슬리퍼 차림으로 베트남까지 갔던 김정환 선배 이야기 등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특유의 유머스런 감성으로 들려준다.

 

 오늘의 상처가 내일의 희망이다

 

민주주의, 인권, 개혁은 우리의 삶 속에 동떨어져 자기들끼리 어느 골방에 모여 사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 숨쉬며 서로 만나서 일하고 살아가는 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 모든 공간에 스며들어 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예의를 잊지 않는 것인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우리 삶의 목적은 아무래도 행복에 있지, 혁신 그 자체는 아니기에.

 

결국 그의 삶을 관통하는 가장 근원적인 목표는 ‘행복’일 것이다. 법무부장관 당시 ‘혁신’이라는 주제로 각 실국의 국장, 과장들과 대표자 50여 명이 회의를 진행하는데, 다들 입을 다물고 앉아 있고 발표자만 의무적으로 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때 강금실은 회의를 중단시키고 ‘여러분은 정말로 행복하냐, 그런 이야기를 좀 해보자’라고 하며 회의 분위기를 바꿨다. 결국 공무원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존재고, 우리 삶의 목적 역시 아무래도 행복에 있지 혁신 그 자체에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금을 긋고 벽을 쌓아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긴장된 지점인 ‘경계’를 슬퍼하며 사람 간의 따뜻한 소통이 꽃처럼 피어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임에도 부지불식간 우리 안에 내면화된 사람 차별이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고 인간 삶의 기본 원칙이다. 우리의 일상이 민주적이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약속을 잘 지키며 예의를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계속 스스로를 점점해 보고 고쳐나가는 것, 그리하여 서로의 마음을 채워 주는 느낌으로 바꿔나가는 행복이야말로 강금실에게 삶의 목적이고, 정의인 것이다.

 

  본문중에서

 

폐쇄의 억압으로부터 기어 나오던 나의 서른과 당신의 서른은 너무 다르다. 나의 삼십대 체험이 어찌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랴. 그런데도 우리가 체험을 교감하고 말이 통할 수 있다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 신기함은 아마도 나와 당신이 같은 공간에 쌓인 시간의 역사 속에 있어, 나의 서른이 당신의 과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신기함은 아마도 우리가 역사 속에 서로 다른 지점에 있으면서도 무언가 그 밑바닥에 변함없이 흐르는 강물에 서로 두 손을 담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에게 언제나 저 밑바닥에 흐르는 강물을 기억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흐르는 강물에 두 손을 담그고 점차 몸이 따뜻하게 젖어오는 대로 편안히 몸을 맡기자. 지나가던 빗방울이 당신 얼굴에 얼룩진다 한들, 밤하늘의 별빛이 멀리 외롭다 한들, 천둥소리가 무섭다 한들 다 흘러가 버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만 남는 것은,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나 흐르는 저 강물은 기억하여 주리라는 것.

  - <나의 서른과 당신의 서른> 중에서

 

 나에게 이 시기는 성숙한 시작을 준비하는 다짐의 시기였으나, 나의 주변 여건은 반대로 흘러서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미 인생이 틀어져가고 있었다. …… 나에게는 어떤 생각의 꼬투리를 잡고 그침 없이 그 바닥에까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답을 찾는 습벽이 있는데, 어려움에 부딪히면 그 어려움을 이기려고 하거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몰두하는 그 무엇의 긍정적인 힘으로 상황을 극복하여 가는 편이 더 현명한 생활방법인 것 같다. (중략) 노상 같이 있다 보니 부장님도 내 마음속에 움직이는 몰입하고자 하는 열정과 갈등과 고뇌들을 읽으셨다고 할 수 있겠다. 그 해 마지막 날쯤 ,송년회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침에 쑥스러운 채로 출근을 하고 보니 부장님께서 배석 판사실로 책 한 권을 들고 건너 오셨다. 그 책을 건네받았을 때 마음에 잔잔하게 번지던 따뜻한 파문을 잊기 어렵다. 도종환 씨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가 담긴 시집이었다.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중에서

 

삶의 진정성은 전사로서의 삶이고, 전사의 영혼이 순결함을 표상한다는 믿음에 이른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래서 ‘전사’와 ‘투사’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투사는 무언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싸우지요. 그러나 전사는 자기 삶을 이미 죽음 속에 던지고 살아남음의 미련이 없는 자정까지 가서 삶 그 자체를 대면하고 싸웁니다. 저는 검사라는 직업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전사로서의 삶이라는 믿음으로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살아 있음의 안온함과 평화를 원하지만, 삶의 전장은 그것을 방해하는 무엇들과 그침 없이 다투고 다투면서 궁극에는, 결국은 자기 자신 안의, 세상의, 방해하는 무엇들의 힘 속에 투항하고자 하는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아닌가.

  - <혹독한 자기와의 싸움> 중에서

 

나의 색채 취향은 어머니를 닮았다. 어머니는 분홍, 보라, 옥색과 같은 연하고 화사한 색깔을 좋아하셨는데, 내가 그러하다. …… 보라색을 왜 좋아하느냐고 하면, 제 눈에 안경이라고 ,취향이니까 좋아하는 것이고 ,유전인데 난들 이유를 알겠는가. 기억을 더듬어 보면 꽤 오래전부터 유별나게 보라색을 좋아하였다는 확인을 할 수 있을 뿐. 나는 옷을 좋아한다기보다, 색깔을 좋아해서 그런 색깔의 옷을 둘러쓰고 다닌 적은 자주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것도 초봄에 하얀 스웨터에 보라색 긴 치마, 보라색 스타킹에 하얀 샌들을 신고 다녔는데, 그 직후 학교는 큰 시위사건으로 휴교까지 하게 되었으니, 나의 보라 패션은 썰렁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꼭 보라색만 고집했던 것도 아니고 , 빨간 치마에 빨간 스타킹, 빨간 구두를 신고 다니기고 했고, 한때는 내가 쓰는 집 안의 방 전체를 분홍색으로만 덮어씌운 적도 있었으니, 색채에 대한 몰입과 향유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보라색이 수난을 겪은 것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다.

  - <나는 왜 보라색에 집착하는가> 중에서

 

우리가 사는 시대의 사회는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거나 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마땅한 도리로 주어져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지불식간 우리 안에 내면화된 사람 차별이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뿐 아니라, 그 차별을 빌미로 몰래 축재하고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 가장 근본적으로는 사람 차별이 마음에 그냥 거슬린다는 본성이 우리에게 체화되어야 제대로 치유된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옛날 노예 해방을 주도했던 링컨 대통령이 청년 시절 어느 날 길을 지나다가 흑인 여성을 세워 놓고 사고파는 장면을 보고서 저건 아니다, 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 마음 깊은 곳의 느낌을 신념으로 받아들였기에 나중에도 그와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어다.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그와 같은 본성이 내 마음속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는가 하는 것과, 적어도 학교에서, 사회 속에서 체득할 기회가 있는가 하는 것.

  -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예언> 중에서

이 책은..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생일 선물로 친구에게 선물 받아

갓 출판된 따끈따끈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도 서른의 당신에게, 도대체 뭘 어쩌라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읽어도 도통 담겨진 메세지가 무언지 모르겠더란 말이지..

내가 서른이 안되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자신의 지나온 일들을 이야기 함으로써 기쁨이 있고, 노여움과 슬픔이 있고, 즐거움이 있는 희로애락을 통해

시간과 시간이 쌓여서, 감정과 감정이 모이고, 고뇌와 번뇌가 만나 비로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장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아울러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우리의 삶의 목적인 행복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우리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출처 : 서른의 당신에게。
글쓴이 : 엄지소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