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워터쇼크를 대비하라

kongbak 2007. 6. 9. 12:38
우리나라는 봄만 되면, 가뭄에 시달린다. 올 봄만 해도, 5개월 동안 가뭄앓이를 했지 않은가.
겨우내 가뭄으로 인해 낙동강의 수질은 사상 최악의 수준인 4급수로 떨어질 위기까지 맞았었다. 낙동강뿐만 아니다. 한강, 금강, 영산강 유역도 최근 4개월 동안 강수량이 1년전 같은 기간의 30% 수준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상수원 등의 수질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상수원의 수질이 떨어졌으니, 수돗물의 수질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긴 요즘 세상에 수돗물을 그냥 먹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수질 걱정할 수 있는 지역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고지대 지역에서는 아예 수도조차 공급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연초부터 말 그래도 ‘물’ 비상에 걸렸던 것이다.
비단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만은 아닌 것 같다. 중동지역은 9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수자원국장이 3월 13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뭄 때문에 요르단에 대한 물공급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이에 질세라 요르단 측도 “요르단도 가뭄을 겪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고통을 나누고자 요구할 권리가 없다”며 “당연히 물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점차 “물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물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 세계 물회의에서는 유네스코와 세계기상기구(WMO)가 앞으로 25년 안에 중동-미국 등의 심각한 물부족 사태를 예견했으며, 현재 25개국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2025년경에는 이러한 국가가 34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물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도 2050년에 가면 세계 인구의 13~20%인 10억~24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말이다.
이제 오일쇼크(OIL-SHOCK)보다 워터쇼크(WATER-SHOCK)를 걱정해야 할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돈으로 물을 산다”고 하면 코미디에나 나올만한 이야기였지만 생수(生水)를 사는 것이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먹을 수 있는 물이 줄어든 까닭이다. 가뜩이나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인한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때, 환경오염까지 발생, 물부족 현상을 가속화시킨다면 워터쇼크를 염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만약 워터쇼크 시대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오일쇼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재앙을 초래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름은 대체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물은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00년대에는 물값이 석유값보다도 더 비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물로 인한 전쟁도 경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유엔에서는 우리나라를 물이 부족한 나라로 분류하고 적절한 대책마련을 경고하고 있으니, 곧 우리나라도 물을 수입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웃마을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개울에는 군데군데에 ‘물챙이’라는 허술한 둑을 만들었다. 이 ‘물챙이’는 윗마을에서 버린 오물이 아랫마을로 직접 흘러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인데, 여기에 걸리는 각종 오물은(오물이래 봤자 나뭇가지 정도지만) 나중에 건져서 소각하기도 하고 거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다. 환경오염이라는 말도 없었을 시대에도 이렇듯 수질을 보호했던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미래의 워터쇼크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에겐 ‘물챙이’의 지혜가 필요하다. 풍족할 때, 아껴쓰고, 깨끗하게 쓸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것, 조금만 신경쓰고 앞날을 대비하는 ‘물챙이’의 지혜로 물과 더불어 살아갈 때, 우리에게 ‘워터쇼크’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