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노 대통령 운세 완전히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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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불안에서 출발한다. ‘본 것은 기억하며, 경험한 일은 이해한다’(중국 격언)고 하지만 미지의 문제는 흔히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인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연말연시 풍경에도 역시 설렘 못지않게 두려움이 드리워져 있다. 정권교체기에 세상이 시끄럽게 마련이지만 2007년을 맞는 한반도는 유난히 요란하다. 모든 이해와 갈등이 선거라는 용광로 속에서 불타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2007년 대통령선거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새해의 한국경제의 운명은 어떨까, 과연 절망의 굴레에 빠져 있는 서민의 삶은 조금이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북핵 논란 속에서도 동북아시아의 안녕과 평화는 유지될 수 있는가, 또 한국경제의 틀을 바꿀 수 있는 한·미FTA 협상은 어떻게 결론날 것인가, 또 나의 신년운은 괜찮은가 등등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나같이 명확하지 않다. 다소나마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달래주는 게 있다. 예측과 예언이다. 연말연시만 되면 국내외 각종 기관은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 여러 가지 요인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신년을 예측한다. 또 저마다 하늘의 이치에 따라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는 역술인들은 서슴없이 세상에 ‘경고’를 보내고 개인 운세를 점친다. 그 두려움의 틈새를 예언과 예측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 2006년의 예측과 예언을 검증해본다.
경제성적표 예측치에 대체로 근접
예측과 예언은 다르다. 예언이 점술적 직관이라면 예측은 분석의 결과다. 2005년 연말에도 각종 경제연구기관들은 중요한 연례행사처럼 신년 경제예측을 내놓았다. 예측분석의 정확성은 곧 해당 기관의 경쟁력이다.
2005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0%로 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8%, LG경제연구원은 4.6%를 내놓았다. 세계경제의 성장세 지속에 따라 내수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 탓이다.
실제 2006년 경제성적표는 예측치에 대체로 근접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5.0%(12월 8일 한국은행 발표)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05년에 비해 1.0%나 높게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예측 근거와 실제 경제상황에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각종 경제연구소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지속에 따라 내수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게 전망치의 주요 근거였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는 민간소비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4.9%로 내놓았다. 내수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내수경기는 바닥세였다. 내수경기의 핵인 민간소비증가율은 4.0% 늘어나 GDP성장률은 물론 민간소비증가율 4.2%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출호조가 한국경제를 이끈 셈이다. 고유가에다 환율 하락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수출목표 3000억 달러를 지난 12월 5일에 초과 달성했다. 연간수출액은 32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악화에 대한 ‘경고’는 현실로 드러났다. 2006년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보다 최고 63% 감소하는 등 흑자폭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암울한 전망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2006년에는 52억 달러로 줄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경영연구소도 90억 달러로 전망했다. 하지만 경상수지는 예측치보다 훨씬 밑돈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281억 달러이던 경상수지 흑자가 2005년에는 165억 달러, 2006년에는 40억 달러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예측이 현저히 빗나간 것은 부동산 경기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2006년 부동산시장 전망에 관한 보고서’에서 8·31대책에 따른 신규수요 위축 등의 이유로 4% 하락(수도권지역)을 전망했다. 그러나 2006년 1년 동안 사상 최고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민은행의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29.23%나 올랐다. 특히 서울지역 재건축아파트는 36.13%나 올랐다.
혜성충돌·월드컵 브라질 우승 틀려
연말연시엔 역술인들도 경쟁적으로 새해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2005년에 주목받았던 예언은 정치인들의 운세. 언론에 소개된 노 대통령의 점괘는 한마디로 ‘길(吉)하다’는 것이었다. 2006년은 그의 해이기 때문에 힘을 더 받을 것이라는 것. 역술인 한승제씨와 박상만 동방대학원 교수 등은 노 대통령에 대해 “바닥을 친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수 애스크퓨처닷컴 대표도 “2005년에 비해 시운이 강해져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위협받고 있다. 또 ‘새로운 정치’라는 기치 아래 창당을 주도했던 열린우리당이 창당 3년 만에 공식적인 해체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실상 여당이 ‘노무현식 정치’의 실패를 자인한 꼴이 됐다.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 이재운씨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2006년 운세에 대해 “위기의 시절을 이겨내고 기회를 맞게 된다”면서 “그러나 걸림돌은 많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5·31 지방선거의 압승과 원칙적인 당운영을 통해 나름대로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그의 걸림돌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라는 ‘북풍’이었다. 반면 ‘북풍’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겐 ‘훈풍’이 됐다. 추석을 전후해서 지지도 1위를 유지하며 이후 2위 박 전 대표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 전 시장에 대해 운세는 “그를 상처내려는 사람들과 투쟁해야 하고, 싸움을 피하려 하면 그것으로 끝난다”(이재운씨)는 것이었다.
스스로 ‘유물론자’라고 말하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한 점괘(“천문과 지리가 좋단다”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게 됐다”)는 꼭 들어맞았다. 선거도 없이 당 의장에 오른 그는 노 대통령 때리기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 세간에 회자됐던 예언서 ‘송하비결’에는 2006년에 영·호남 화합, 북한 붕괴 개시, 북한 난민 유입, 행정수도 이전, 괴질 유행, 중동전 발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예언된 내용이 정확하게 맞는 것은 아니었다. 2005년 AFP가 소개해 주목받았던 2006년의 성서 예언도 브라질의 월드컵 축구대회 우승, 14㎞의 혜성과 지구의 충돌, 8월 3일 세계적 유혈사태, 검색엔진 구글의 성장세 주춤 등을 소개했으나 하나도 맞은 게 없다. 또한 2003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2006년에 사라질 것으로 예언했던 스팸메일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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