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는 사이보그 생체에 기계장치 결합... 이미 인공장기·신체삽입 칩·보병의 이동 보조기 등으로 현실화 | ||||||||||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인간이면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초(超)인간이 많이 등장한다. 수퍼맨이 그렇고 배트맨,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등이 초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팔과 다리를 로봇처럼 개조해 엄청난 초능력을 발휘하는 600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 로보캅 등은 몸 안에 보조기나 칩을 넣어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이보그 인간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에 반해 ‘인간을 닮은 것’이라는 뜻의 그리스 말에서 유래된 안드로이드(android)는 겉보기에 말이나 행동이 사람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로봇을 말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인조인간’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조인간이 안드로이드의 대표적인 예다. 외모는 물론 동작이나 지능까지도 인간과 다를 바 없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는 아직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사이보그는 인간의 두뇌를 대체할 수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안드로이드는 로봇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사이보그는 미래에 인간이 우주공간이나 바닷속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공상과학적 상상에 뿌리를 두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신체 일부를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개념까지를 포함하므로 인공심장, 맥박 조정기, 인공 와우각(귓속의 달팽이관), 인공뼈, 의안, 의수를 장착한 환자들도 병리학적 사이보그에 속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지금 사이보그로 진화해 간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닉 장기로는 근육마비자를 위한 바이오닉 근육, 망막이 손상된 사람에게 이식될 바이오닉 눈, 소리를 전자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바이오닉 귀, 냄새를 맡는 바이오닉 코, 그리고 화학적 메커니즘으로 맛을 감별하는 바이오닉 혀 등 다양하다. 심지어 바이오닉 신경과 심장에 도전하는 곳도 있다. 인간의 운동·감각·내장 기관 등 무엇이든 모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 가족 모두가 병리학적 사이보그가 된 사례도 있다. 2002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제이콥스씨 가족 3명은 각자의 신원과 병력을 기록한 쌀알 크기의 베리 칩(Veri Chipㆍ체내 이식용 마이크로칩)을 팔의 피부 밑에 집어넣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사이보그 가족으로 탄생했다. 컴퓨터 메모리와 무선 송수신장치로 구성된 베리 칩에는 칩을 이식한 사람의 신원과 혈압, 혈당, 체온 등 질병 이력에 관한 자료가 담겨 있다. 이들 일가족이 베리 칩을 이식한 까닭은 암 등의 중병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갔을 때 의사에게 자신의 질병을 설명하지 못해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식을 잃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의사들은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베리 칩에 저장된 환자의 이름, 전화번호, 질병 기록 따위의 정보를 읽어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또 베리 칩을 지구 위치 추적 위성과 접목시켜 개인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베리 칩을 이식한 환자는 세계적으로 10여명. 전문가들은 이러한 칩은 원격 인식시스템으로도 내부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 군사, 의학적인 면에서 대단한 수요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당분간 사이보그는 옷이나 안경 형태의 입는 컴퓨터를 주된 장비로 쓸 것이다. 그러나 곧 컴퓨터를 몸 여기저기에 이식하고 다니게 될 것이며 우리 몸 속의 작은 컴퓨터들은 독자적인 IP 주소를 갖고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우리 몸의 제2신경망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창시자인 MIT 민스키 교수의 말을 빌리더라도 사이보그는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다. 과거 인간의 진화가 찰스 다윈이 말했던 자연선택에 의해 이뤄졌다면 사이보그로의 진화는 인간의 선택에 의한 비자연적 진화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사이보그로의 진화에 대해 “가능성이 50%”라고 말한다. 50%는 브레이크 없는 과학기술로 가능하다는 얘기이고 나머지 50%는 선택이라는 뜻이다. 장애를 안고 살아온 수많은 사람에게 사이보그는 희망일 수 있다. 이런 희망은 새로운 사이보그 시장을 만들고 과학자들을 한껏 유혹한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 단체들은 베리 칩이 앞으로 의무화될 경우 사생활 침해라며 우려를 표명한다. 이러한 찬성과 반대의 어느 쪽 유혹에 빠져드느냐에 따라 사이보그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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