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버리고 또 버리는 게 '복테크'

kongbak 2006. 7. 23. 15:56
버리고 또 버리는 게 '복테크'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됩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곤란해진다. 나도 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돈을 잘 쓸 뿐, 모으는 데는 소질이 없다. 다만 복이 있다면 쓰는 돈만큼 들어온다는 것이다.
 내 버릇 중 하나가 버리기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이 생기면 쌓아두지 않고 써버린다. 내 성격상 과소비나 유흥비로는 돈을 쓸 줄 모른다. 신기하게 돈이 들어오면 꼭 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생기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돈이 나가버린다.
 하도 돈이 잘 나가는 바람에, 얼마 전엔 아내 몰래 생전 처음으로 마이너스 통장이란 걸 만들었다. 처음엔 이름이 왜 '마이너스 통장'인가 했는데, 한 달이 지나니 알게 됐다. 마이너스 통장은 이름대로 항상 잔액이 마이너스였다.
 돈을 잘 모르니 재테크에 소질도 없다. 대신 복(福)테크는 바빠졌다. 떡 나눠줄 곳이 많아지면서 떡 수레가 늘었다. 돈을 많이 나눠주면 자연히 모자랄 줄 알았는데, 어디선가 자연스럽게 돈이 들어와 고이지 않고 회전하면서 규모도 커지게 됐다.
 돈 모으는 복은 없지만 돈 굴리는 복은 있는 셈이다. 진즉 돈의 흐름을 알고 나니 남들은 돈 모을 궁리를 하지만 나는 일찌감치 버릴 궁리부터 하게 됐다. 버리고 또 버리고. 버리는 재테크야말로 돈을 부르는 '복(福)테크'다.
 부자가 되려면 일단 버리라고 충고한다. 버리는 게 어렵다면 숨쉬기를 생각해보자. 숨을 마시면 반드시 내쉬어야 한다. 내쉬지 않으면 죽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항상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만나면 헤어지고, 올라가면 내려가고, 쥐었으면 놓아야 하고, 태어났으면 죽어야 한다. 버릴 때 잘 버려야 잘 산다.
 문제는 역방향으로 살려고 할 때 생긴다. 떠나야 할 때 떠나지 않고, 내려갈 때 내려가지 않고, 죽을 때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 추해지고 만다. 늦가을, 거센 바람에도 죽도록 매달려 있는 잎새를 보면 아름답기는커녕 애처로워 보이지 않던가.
 깨달음도 얻는 게 아닌, 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려던 제자가 있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도 스승은 아무 말도 없었다. 참다못한 제자는 스님과 대좌했다. "삶과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스승은 "바람이 차다."며 딴 소리만 했다.
 "도란 무엇입니까?" "문 닫아라."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 스승이 계속 딴청만 부리자 제자는 그 즉시 짐을 챙겼다. 하산하던 제자는 문득 떠날 때 스님이 주신 쪽지가 생각나 펴보았다. 쪽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버리니 후련하지 않더냐. 이것이 깨달음이다."
 돈, 명예, 지식, 지위는 물론이고 혈육, 인연, 목숨까지도 버릴 때는 버려야 한다. 보이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렌탈'이기 때문에 언제든 반납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얼마 전 백두산으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뜻밖의 후원금을 받았다. "비자가 해결되지 않아서 여행경비를 돌려받았습니다. 이 돈을 후원금으로 내고 싶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여행경비를 돌려받았으면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을 텐데, 후원금으로 내놓다니.
 백두산 천지에 올라 염력을 다해 기도하면서 그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버리는 용기는 무릇 사람을 감동시키는 법이다. 부자가 되고 안 되고는 버릴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