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00살 시대 30대부터 준비해야

kongbak 2006. 5. 15. 09:43
100살 시대 30대부터 준비해야
[한겨레   2006-05-08 17: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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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래로 가는 가계부 이젠, 재무설계다 Q 30대 맞벌이 막연한 노후현아무개(31)씨 부부는 지금까지 목돈 마련을 위한 ‘재테크’에만 관심을 가져온 젊은 맞벌이 부부다. 현씨는 회사원, 부인은 월급쟁이 약사다. 그런대로 소득도 많고 나이도 젊다. 따라서 은퇴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해 본 일이 없다. 남들보다 일찍 은퇴한 뒤 그때까지 모아놓은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전원생활도 하며 살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전부다. 투자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주로 단기투자를 통한 돈불리기에만 집중됐다. 보험에 대해선 부부 모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현씨 부부에게 ‘은퇴’란 좀 더 나중에 고민해도 늦지 않을 문제로 여겨져 왔다. A 평균수명 80살에서 100살로…세상이 달라진다=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다. 그러나 개인들이 고령화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매우 막연하다. 공원에서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노인, 자녀에게 버림받는 노인,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혼자 살아가는 노인 등 극단적인 사례를 자신의 미래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 수준인 젊은 층들은 더욱 그렇다.

지금같은 속도라면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조만간 100살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00살 시대의 노인문제는 80살을 사는 노인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첫째가 ‘시간’ 문제다. 60살에 은퇴한다고 가정하고 은퇴 이후 40년을 소득없는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 현씨 부부는 은퇴시기를 50살로 잡고 있는데, 평균수명 100살 시대에는 평생의 절반인 50년을 직업없이 보내야 한다. 설령 모아놓은 재산이 많더라도, 무려 50년을 직업없이 보내야 하는 건 축복이라기 보단 불행이다.

노령화의 피해갈 수 없는 산, 질병=인간의 수명이 100살까지 연장된다고 질병으로부터 해방되는 건 아니다. 특히 80살 이후의 건강문제는 그 이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현재도 치매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80살 이후 노인이다. 해마다 노인 의료비 지출은 두자리 수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건강보험에서 65살 이상 노인들의 의료비는 4조3700억원으로, 전체 의료비 20조5300억원의 21.3%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의료비 증가율 7.7%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노후의 또다른 어려움은 ‘자녀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다. 평균수명 80살인 지금은 자녀의 나이가 50대로 ‘은퇴전 중년’이지만, 100살 시대에는 70대 ‘노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살아야 한다. 한 마디로, 지금 은퇴 뒤 경제적 자립을 준비하지 않으면 90살 이상인 자신과 60살 이상인 자녀가 미래의 손자에게 의존하면서 3세대가 힘든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은퇴시기 미리 정하라=100살 시대를 앞두고, 앞으로 남은 긴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제는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첫째로 해야 할 것이 퇴직 시기를 스스로 정해놓는 것이다. 퇴직시기를 정하고 은퇴를 맞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정신적으로 여유있는 은퇴를 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여유있는 은퇴는 다른 직업을 찾을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현씨 부부의 경우, 막연히 돈많은 조기은퇴를 꿈꿀 게 아니라 현실적인 은퇴시기를 정하는 게 좋다. 먼저, 부인은 약사라서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게 가능하다. 다른 계획이 없다면 최대한 70살까지를 일할 시간으로 잡아라. 중소기업 전산직에 종사하는 남편은 일의 특성상 변화도 많고 퇴직도 빠를 수 있어 50살을 ‘퇴직시기’로 정하되, 이직·창업을 준비하면서 70살을 ‘은퇴시기’로 잡는다.

50대 소득감소·70대 소득중단 대비하라=보험과 장기투자를 미루거나 소홀히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최대한 활용해 연금소득 준비에 나서야 한다. 현씨 부부는 아직 젊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연금수령액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또 일찍 연금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적어도 2개 이상의 연금상품에 가입해 하나는 소득감소가 시작되는 50살에 개시(연금수령)하고, 나머지 하나는 소득이 중단되는 70살에 개시하는 게 좋다. 현씨 부부가 50살이 되면 앞으로 태어날 아이는 겨우 16살이다. 이때부터 자녀에게 본격적인 교육비가 들어간다. 미리 들어놓은 연금상품을 개시해 부족한 월지출을 보충하면 훨씬 든든해진다.

70살 이후에 돈 쓸 일이 뭐가 있냐는 생각은, 남은 30년을 무료하게 보내겠다는 말과 같다. 또 첨단의료 기술이 개발되는 미래에 건강관리를 위해 70살 이후의 충분한 현금소득은 많을 수록 좋다. 젊은 시절 못다한 일을 은퇴 이후로 미뤄 놓되, 넉넉한 자금 준비로 ‘기다려지는 노후’를 만들어야 한다.

정리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한겨레-에셋비 재무설계·금융 강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