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사고와 학술적 글쓰기
성균관대학교 부설 [비판적사고와 문화 연구소]에서 개최한 비판적사고 워크샵에서 발표된 김영정교수님의 논문입니다
목차
도입
제1장: 비판적 읽기: 자료의 분석과 평가 1. 비판적 사고의 9요소 2. 비판적 사고의 9기준 3. 비판적 사고의 요소와 기준의 결합
제2장: 문제 해결적 글쓰기 1. 글쓰기의 기본 구성: 서론, 본론, 결론 2. 글쓰기와 문제 해결의 과정 (1) 문제해결의 9단계와 비판적 사고의 9요소 (2) 본론 쓰기와 문제해결의 9단계 3. 수정하기
부록: 글쓰기 기법 1. 글쓰기 기법 I 2. 글쓰기 기법 II |
도입
여러분은 아마도 수업시간에 보고서 숙제를 받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교수님이 주제와 함께 읽을 글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고, 주제만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주제조차도 여러분이 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주제와 함께 읽을 글을 제시한 경우는 다른 경우들보다 보고서 쓰기가 쉬울 것 같다. 그러나 그 경우라 해도, 어떤 학생은 보고서에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주어진 자료를 읽고 그것을 요약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요약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을 것이다. 요약하는 것 이외에 자신의 견해는 써야 하는가? 그것을 쓴다면 어느 정도 써야 하는가? 또 자신의 견해를 어떻게 전개시켜야 하는가? 또한 자료가 주어지지 않고 교수님이 어떤 주제만 제시했을 때, 어떻게 자료를 찾으며, 그 자료들을 읽으면서 어떻게 내 입장을 만들어 가고 전개해 갈 것인가? 주제조차도 자신이 정해야 하는 경우 그 강좌의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을 때에는 주제를 정하는 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은 수업시간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쓰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안내서이다. 이 책에는 자료를 어떻게 읽고 분석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글쓰기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들어 있다. 그 지침은 보고서를 쓰는데 어려움을 느꼈던 학생이나 별로 어려움 없이 보고서를 작성한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보고서를 쓰는데 어려움을 느낀 학생들이 이 책의 지침을 숙지한다면, 글쓰기에 대한 공포심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과정을 충실히 따라 가다보면 누구나 체계적이고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갖춘 보고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쓰는데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학생들에게는 이 책이 자신의 글쓰기를 더욱 향상시키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이 책의 내용에 따라 의식적으로 반성해 봄으로써 여러분의 글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수업 시간에 제출하는 보고서 중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었을 경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주제만 제시된 경우나 주제도 여러분이 찾아야 하는 경우도 이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럴 경우 자료를 찾는 과정이나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주제가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주어진 경우에 우리는 다른 경우들보다 단순한 과정을 거쳐 글쓰기를 완수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글쓰기는 여러분의 개인적인 심정이나 의견을 단순히 토로하는 글쓰기가 아니다. 수업시간에 그런 류의 보고서가 부과되기도 하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보고서란 바로 학술적인 보고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인간 복제를 허용할 것인가?” 라는 주제가 제시되었다고 하자. 학술적인 보고서는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단순히 문장력이나 글재주에 의존해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글재주가 뛰어나고 글쓰기의 기법을 알고 있으면 좋은 학술적인 보고서를 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학술적인 글쓰기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의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학술적인 글쓰기를 한마디로 특징짓자면 비판적인 글쓰기라고 하겠다. 비판적인 글쓰기는 비판적인 읽기와 비판적인 사고하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분이 어떻게 글을 써 내려갈 것인가?” 하는 내용이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다. 학술적인 보고서는 글쓰기에 앞서 어떤 주제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할 것인가?”하는 주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나 반대하는 입장을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 그 글을 읽을 때 우리는 수동적으로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의 의미를 꼼꼼히 따져보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즉 “저자는 어떤 목적을 위해 글을 쓰고 있는가?” “저자는 안락사에 대해 찬성하는가?” “저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독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저자의 주장이 과연 그 글에서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는가?” “저자의 주장은 적절하게 정당화되고 있는가?” “저자의 주장으로부터 더 나아가 어떤 주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등등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글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글을 읽는가?”로부터 시작한다. 즉 여러분은 먼저 학술적으로 글쓰는 법을 배우기 전에 비판적으로 글을 읽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 비판적으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위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글을 읽는 것이다. 그것은 곧 위의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글을 읽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 단순히 문제점을 찾아내고 흠집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판적 사고란 사람들의 주장을 보다 깊이 있고 다각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기 위해 그것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반성적 사고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환경파괴를 이유로 반대하는 부안 핵폐기장 건설을 부안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의 일환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고 하자. 그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주장은 분명한가?” “그 사람은 어떤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가?” “그 근거는 믿을 만한가?” “그것에 대한 반대 주장은 없는가?” “그 주장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가?” “중요하다면 왜 중요한가?” “이 주장은 어떤 다른 주장을 함축하는가?” 등등. 이 모든 질문은 어떤 사람의 주장에 트집을 잡을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더 깊이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다. 이 모든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우리는 그 주장에 대해 맹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비판적인 사고는 우리가 학술적인 보고서를 쓰는데 또, 그것을 위해 구체적인 자료들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데 궁극적인 기초가 되는 사고이다. 비판적 사고를 구성하는 요소는 목적, 문제, 개념, 전제, 정보, 결론(추론), 관점, 함축, 맥락의 9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이 요소들 각각에 대해, 분명함, 정확성, 명료성, 적절성, 중요성, 논리성, 폭넓음, 충분함, 깊이라는 9가지 기준에 의거해 평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판적인 사고를 기초로 한 읽기를 마친 후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 것인가? 비판적으로 글을 읽고 나면 여러분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피력해야 할지 대략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이제 떠오른 생각들을 실마리로 해서 글을 구성해야 한다. 학술적인 글은 보통 서론, 본론, 결론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개 서론에서는 주제를 소개하고 그것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려준다. 용어를 정의하기도 하고 글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학술적인 글의 본론은 자신이 다루려는 문제에 대한 상세한 진술과 그 문제에 대한 해결 과정을 담고 있다. 문제에 대한 여러 가능한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그것들의 장단점을 평가한 후 자신이 선택한 해결책을 옹호하는 부분이 본론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 그리고 자신의 해결책에 대한 가능한 비판을 생각해 보고 그것에 대한 답변이 본론에 포함되기도 한다. 결론에서는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고 이후의 과제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
학술적인 글쓰기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그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채워 넣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본론의 주요 내용에 대한 구조화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 해결책들을 제시할 수 있는가? 또 가능한 해결책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가능한 선택지들 가운데 내가 택한 것을 어떻게 옹호할 것인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더 필요하다. 이 책의 강점은 그런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론, 본론, 결론의 내용을 구조화하려면, 여러분은 자료 읽기에서 동원했던 비판적 사고의 9요소와 9기준에 의거해 사고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본론에서 풀어야할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를 실제로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게 된다. 그 문제 해결 과정에서, 여러분은 어떤 개념을 정확하고 더 자세하게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또 여러분은 필요한 추가적인 정보를 찾아야 하고 그 정보를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주장(결론)과 그 정당화 근거(전제)를 찾아내 추론을 구성하고 그 추론을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가능한 여러 해결책들 중 자신의 해결책을 선택하려면, 역시 필요한 추가적인 정보를 찾아내고 전제와 결론을 확인하고 추론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능한 반론들에 대해 답변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여러분은 본론에서 여러분이 설정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구조화하여 써야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본론 구성은 문제 해결 과정에 상응한다. 그래서 여기서 학술적 글쓰기를 문제 해결적 글쓰기라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장과 하나의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비판적 읽기”에서 우리는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 법을 배울 것이다. 1절에서는 비판적 사고의 9요소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글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때 고려하게 되는 주요 사항들이다. 2절에서는 비판적 사고의 9기준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그것은 어떤 글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때 고려해야할 주요한 기준들이다. 앞의 9요소에 따라 분석한 글을 9기준에 의거해 평가하게 된다. 3절에서는 이 9요소와 9기준이 구체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제2장: 문제 해결적 글쓰기”는 주어진 자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 것을 바탕으로 여러분 자신의 보고서를 구성하는 방법을 다룬다. 즉 보고서의 내용을 무엇으로 구성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구성된 내용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써 가는가를 다룬다. 이 단계에서 여러분은 자신의 보고서에서 다룰 문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해결하여 글로 옮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학술적인 글은 통상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절에서는 서론, 본론, 결론의 각 단계별로 어떤 내용을 담으며 어떤 식으로 조직화해야 하는가 하는 지침을 제공한다. 1장에서 배운 대로 비판적으로 글읽기를 하고 나면, 보고서에서 여러분이 어떤 문제를 다룰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여러분이 설정한 문제를 개진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바로 여러분 보고서의 내용이 된다. 2절에서는 문제해결의 과정이 9단계로 구성되며 그 각각의 단계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 9단계로 구성된 문제 해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여러분의 보고서에 담길 내용들이 항목별로 구조화된다. 이제 글로 옮기는 문제가 남는다. 그런데 여러분이 설정한 문제와 그 해결을 글로 옮길 때, 그 글을 서론, 본론, 결론의 단계로 조직화해야 한다. 2절 후반부에서는 여러분의 문제 설정과 해결방식이 구체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에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어야 할 것인가를 보여줄 것이다. 3절에서는 완성된 초고를 수정하는 것에 대한 지침을 줄 것이다.
“부록: 글쓰기의 기법”은 서론 본론, 결론을 써 내려갈 때 그 내용을 독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글쓰기의 구체적인 기법을 고려하는 단계를 다룬다. 여기서는 10가지의 1차적인 글쓰기 기법과 14가지의 2차적인 기법을 소개할 것이다.
이 책을 따라 글쓰기를 공부해 가는 동안 여러분이 전반적으로 유의할 사항이 있다. 글쓰기, 읽기, 사고하기의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습득하는 일이다. 물론 이 기술은 일반적인 기술과는 구분되는 지적인 기술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학술적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두 가지를 해야 한다. 하나는 학술적 글쓰기에 관련된 개념이나 방법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그 개념이나 방법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 책을 가지고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연습문제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다른 구체적 경우들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여러분이 강의에서 접하는 글들을 가지고 연습해보기를 권한다. 글쓰기는 반복 연습을 통한 체화 학습에 의해서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제1장. 비판적 읽기: 자료의 분석과 평가
비판적 글쓰기를 훌륭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우선 읽은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선 비판적 사고의 상호 연관된 두 차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차원은 비판적 사고의 요소들로 이뤄져 있고, 두 번째 차원은 그런 요소들이 만족시켜야할 보편적인 기준으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인간 복제는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하자. 비판적인 사고란 그 주장을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 그 주장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꼼꼼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저자가 그런 주장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저자는 어떤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가?” “그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저자는 어떤 맥락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가?” “다르게 주장할 수 없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비판적 사고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이런 질문의 측면들을 보다 체계화하여 정리한다면 우리는 비판적 사고의 9요소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비판적 사고의 9요소에 집중함으로써, 순전히 연상적이고 미숙련된 사고로부터 개념적이고 조직화된 사고로 보다 용이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9요소들은 함께 작용하면서, 사고를 모양짓고 또 이성을 사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논리를 제공한다. 이 요소들은 목적, 문제, 개념, 전제, 정보, 결론(추론), 관점, 함축, 맥락 등으로, 이 요소들은 학술적인 글읽기와 글쓰기에 필요한 사고력의 주요 핵심을 이룬다.
학술적인 글쓰기를 위해서 요구되는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란 사고의 9요소들을 적절한 9 기준들에 맞춰 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 기준들은 분명함, 정확성, 명료성, 적절성, 중요성, 논리성, 폭넓음, 충분함, 깊이 등으로, 이 기준들이 사고의 요소들이 만족시켜야할 보편적인 지적 기준이다.
비판적으로 글을 읽거나 쓴다는 것은 글 속에 담겨있거나 담고자 하는 비판적 사고의 요소들이 비판적 사고의 기준들에 맞춰 잘 정돈되어 있는지를 반성적으로 사고하면서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학술적인 글읽기와 글쓰기는 필자가 글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옹호했는가, 필자가 다른 관점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유연하고 공정했는가, 글 속에 나타난 필자의 목적이 얼마나 의미있고 현실적인가, 그가 현안 문제를 얼마나 명료하고 심도있게 천착했는가 하는 것 등등을 반성적으로 사고하면서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말한다.
1. 비판적 사고의 9요소
먼저 “비판적 사고의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이 “비판적 사고의 요소들”은 종종 “추리의 요소들”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아래의 설명에서 ‘비판적 사고’라는 용어를 ‘추리’라는 용어로 바꾸어 놓아도 그대로 성립한다.)
<표1>
사고의 9요소(PIC-PIC-PIC) | ||
목적(purpose) |
전제(presupposition) |
관점(point of view) |
문제(question at issue) |
정보(information) |
함축(implication) |
개념(concept) |
결론(conclusion) |
맥락(context) |
(1) 목적(purpose), 목표(goal)
비판적으로 사고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또는 어떤 필요를 채우기 위해 어떤 목표를 향해 사고한다. 사고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원천 중 하나는 목표, 목적 차원의 결함에서 나온다. 가령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던가 다른 목표와 모순적이라던가 또는 목표가 어떤 방식으로 혼란되고 뒤섞여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사용된 사고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반드시 필자들이 적절한 지적 기준들에 맞게 목적 차원을 잘 다루고 있는지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것을 검토하는 물음의 예들은 다음과 같다. 필자의 목적은 분명한가? 필자가 밝힌 목적은 중요한가 아니면 사소한가 아니면 그 사이의 어떤 중간치인가? 필자가 밝힌 목적은 현실적인가? 그것은 성취 가능한 목표인가? 필자의 전체적인 목표는 그 글의 큰 틀의 진행과정 속에 녹아 있는가? 그 목표는 바뀌고 있는가 아니면 계속적으로 일관적으로 유지되는가? 필자는 모순적인 목적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2) 현안 문제(question at issue), 풀어야 할 문제(problem to solve)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려고 할 때마다, 거기에는 적어도 하나의 현안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쓰는 일과 관련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현안 문제를 정식화하는 것이다. 현안 문제를 정식화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문제가 분명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정식화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가 언급하고 있는 문제가 중요한 것인지, 대답될 만한 것인지, 필자가 문제해결을 위한 요건들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주목하여야 한다.
(3) 개념(concept) : 사고의 개념적 차원
모든 비판적 사고에는 어떤 개념(concept) 또는 관념(idea)이 사용된다. 이런 개념들은 우리의 사고 속에 암묵적으로 들어있는 어떤 이론과 원리(principles), 공리(axioms) 그리고 규칙(rules)을 포함할 수 있다. 사고의 개념 혹은 관념상의 “결함”은 필자가 사고를 하는데 있어서 문제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론과 규칙에 대한 필자의 이해가 깊은지 피상적이기만 한지에 대해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가 사고과정에서 사용하는 개념은 분명한 것인가? 필자가 사용한 개념은 현안 문제에 적절한가? 필자가 사용한 원리는 필자의 관점에 경도되어 있지는 않은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4) 전제(presupposition, premise), 가정(assumption)
모든 사고는 어디에선가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고 어떤 것을 당연하게 놓을 수밖에 없다. 사고의 시작점이 되는 가정(assumptions)이나 전제(presuppositions)에서 발견되는 “결함”은 필자의 사고에 있어서 문제 발생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글을 읽거나 쓸 때, 필자가 적절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전제를 인식하고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여야 한다. 필자의 전제는 분명하게 혹은 불분명하게 진술될 수도 있다; 그 전제는 정당화 가능할 수도 있고 정당화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핵심적일 수도 있고 관계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관적일 수도 있고 모순적일 수도 있다.
예: 철수는 미국에서 1년간 살다 왔으니 영어를 잘할 거야.
=> 전제 : 미국에서 1년간 살다온 사람은 대부분 영어를 잘한다.
(5) 정보(information) : 사고의 경험적 차원
비판적으로 사고를 할 때마다, 사고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어떤 “제재”, 어떤 현상들이 있다. 이 때, 사고가 기반하고 있는 경험, 자료, 증거, 관찰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은 문제 발생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우리들은 필자가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가, 그리고 또 제공된 자료들이 분명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것인지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 자료는 적절한가? 그 정보는 필자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가? 그것은 일관되게 적용되었는가 아니면 필자가 자신의 관점에 맞게 왜곡하였는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6) 결론(conclusion)과 추론(inference)
글 속에 암묵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함축과는 달리 결론은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다. 추론의 결과로 결론이 얻어진다. 추론은 전제로부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으로서 다음과 같은 사고 단계들을 밟는 과정이다: “이것이 그러하기 때문에 저것 또한 그렇다(혹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 또는 “이것이기 때문에 따라서 저것이다.” 추론에서의 결론은 주장의 역할을 하며, 전제(premise)는 정당화 근거 역할을 한다. 추론에서 나타나는 “결함”은 우리가 하는 사고에 있어 문제발생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 추론이 건전한가? 어떤 경우에 추론은 합당하고 적절한 추론의 기준들을 만족시키는가? 필자가 하고 있는 추론은 정당화가능한가? 필자가 이끌어낸 결론은 분명한가? 필자는 심도있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가 아니면 사소하고 피상적인 결론에 집착하고 있는가? 필자가 이끌어낸 결론은 일관적인가?
예: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로 빠질 염려가 있기 때문에 나쁜 제도이다. <= 추론
=> 결론(주장) : 민주주의는 나쁜 제도이다.
(7) 관점(point of view), 준거틀(frame of reference), 지평(perspective)
사고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관점이나 준거틀 내에서 사고한다. 관점이나 준거틀에서 드러나는 어떠한 “결함”도 사고에 있어서 문젯거리의 가능한 원천이다. 관점이 너무 좁고 편협한 것일 수도 있고, 잘못되었거나 오도된 유비 혹은 은유에 기반해 있을 수도 있고, 모순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또 관점이 제한되어 있거나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 필자의 사고는 관점과 관련하여 상당한 정도로 적절한 기준들을 만족시킬 수도 있다. 필자의 관점은 넓고 유연하고 공정할 수도 있으며, 필자의 관점이 분명하게 진술되고 일관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필자가 언제 기준들을 만족시켰고, 언제 만족시키지 못했는지 모두 지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8) 함축(implication)과 귀결(consequence)
함축은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함축은 글 속에 암묵적으로 내포되어 있으므로, 독자가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다.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사고를 멈추든 상관없이 사고는 언제나 더 나아간 함축과 귀결을 갖게 될 것이다. 사고가 전개되어감에 따라, 어떤 함축들이 사고로부터 논리적으로 따라 나올 것이다. 우리가 하는 사고의 함축 또는 귀결에 포함되어 있는 “결함”은 문제발생의 원천이 될 수가 있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쓸 때 우리는 사고의 함축과 귀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여야 한다. 우리는 함축을 추리해내는 적절한 기준들과 사고가 그런 기준들을 만족시키는 정도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들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고의 함축들을 밝혀냄에 있어 우리는 과연 의미있고 현실적인 함축들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는가? 아니면 중요하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함축들에 갇혀 있는가? 필자는 그의 견해에서 나오는 함축들을 충분히 분명하고 명료하게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언명했는가?
여기서 한가지 주의하여야 할 점은 함축이란 글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므로 함축이 분명한가 또는 명료한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암시적 또는 우회적으로 표현된 것 또한 분명함과 명료성의 여부를 따질 수 있다. 어떤 표현의 애매성과 모호성을 따질 수 있다면 그것은 곧바로 그 표현의 분명함과 명료성을 따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 : (박찬호 선수에게 “이번 한국 시리즈는 현대팀과 SK팀 중 어느 팀이 우승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점수를 많이 내는 팀이
이기지요.
=> 함축 :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군요.
(사적인 비밀 얘기를 하면서) 지금 창문이 열려있다.
=> 함축 :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함축 : 아무도 안 듣는 데서라도 말조심해야 한다.
(9) 맥락(context), 배경(background)
맥락과 관련하여 고려할 사항들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지금 창문이 열려있다”는 말은 맥락에 따라 “우리가 하는 말을 남들이 들을 수 있으니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날씨가 서늘하니 창문을 닫으라”는 말일 수도 있다. 특히 글쓰기에서는 청중 및 독자와 같은 요소들이 맥락의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된다.
2. 비판적 사고의 9기준
<표2>
사고의 9기준(CAP-RIL-BED) | ||
분명함(clarity) |
적절성(relevance) |
폭넓음(breadth) |
정확성(accuracy) |
중요성(importance) |
충분함 (enough/sufficiency) |
명료성(precision) |
논리성(logicalness) |
깊이(depth) |
(1) 분명함(clarity)
분명함은 9가지 기준들 중에서 가장 본원적인 기준으로 애매성(ambiguity)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진술이 분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이 정확한지, 명료한지, 적절한지조차도 결정할 수 없다. 어떤 진술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 막연하여 이해하기 어렵거나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가령, “한국의 교육제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은 불분명하다. 이러한 질문은 너무 막연하여 무엇을 묻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 보다 분명한 질문의 한 예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직업적 업무와 일상생활에서의 의사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텐데, 학생들에게 그러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육자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철수는 나의 숭배자이다”, “복지 제도는 썩어가고 있다”와 같은 진술들도 분명하지 못한 예들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철수가 내가 숭배하는 사람이라는 말인지 철수가 나를 숭배하는 사람이라는 말인지 불분명하고, 또 복지 제도 자체가 개악이 되고 있다는 것인지 복지 제도의 운용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인지 (또는 둘 다 잘못되고 있다는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 정확성(accuracy)
정확하다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실제에 맞게 나타낸다는 것이다. 분명하기는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진술의 예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개들은 150Kg이 넘게 나간다.” 이 진술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는 있으나, 참이 아니다.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기술을 제대로 판별할 줄 알아야 한다.
(3) 명료성(precision)
명료성은 모호성(vagueness)의 반대 개념으로, 명료하다는 것은 어떤 진술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하고 정확하기는 하지만 명료하지 않은 진술의 예는 다음과 같다. “철구는 과체중이다.” 이 진술에는 과체중의 정도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항상 명료한 진술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친구와 헤어질 때, “곧 또 만나자”라고 말한다. 이 말은, 불명료한 진술임에 틀림없으나, 불명료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적절히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4) 적절성(relevance)
진술이 적절하다는 것은 그 진술이 현안 문제 거리와 잘 관련되어 있고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적절하게 사고하는 것은 논점이 일탈되지 않고 제 궤도에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분명하고 정확하고 명료하기는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진술의 예는 다음과 같다. “<논리와 비판적 사고> 한 과목을 위해 토․일요일만 빼고는 하루에 2시간씩 꼬박 투자를 하였는데, 학점이 B-가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학점을 주는 선생님은 학생이 그 과목 공부에 몇 시간을 투자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시험이나 과제물 등 학생이 제공한 결과물의 질을 평가하여 학점을 부과할 뿐이다. 따라서 학점과 그 과목 공부에 투여한 시간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보다 적절한 진술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논리와 비판적 사고> 한 과목을 위해 토․일요일만 빼고는 하루에 2시간씩 꼬박 투자를 하였는데, 학점이 B-가 나왔다는 것은 내가 질 높은 결과를 산출하는 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5) 중요성(importance, significance)
우리가 어떤 쟁점과 관련하여 사고할 때, 우리는 사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고 가장 중요한 개념들을 고려하려고 한다. 여러 개념들이 문제에 적절하다고 해서 그 개념들이 모두 똑같은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사고하는데 있어 실패하기도 한다. 그리고 종종 우리는 문제를 피상적인 견지에서만 생각함으로써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6) 논리성(logicalness)
우리가 비판적으로 사고할 때, 우리는 다양한 사고들을 어떤 질서에 맞게 정리한다. 논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결합된 사고들이 상호 지지하고 있으며 결합을 통해 유의미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그 사고의 결합이 상호 지지하고 있지 않고 모순적일 때, 혹은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때, 그 사고는 논리적이지 않다.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상반되는 믿음들을 종종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 생활과 사고에 있어 비일관성을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7) 폭넓음(breadth, 多角性)
어떤 사고는 폭넓지 못할 수가 있는데, 가령, 문제가 지니고 있는 한 가지 면에 대한 깊은 통찰만 보여주는 보수적 관점이나 진보적 관점에서 나온 논변이 그러하다. 우리가 적절한 모든 관점에서 문제를 고찰할 때, 우리는 넓게(다각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대안적인 견해를 생각해보고, 반대 입장에 서보는 것이 넓게 사고하는 것이다. 넓은 사고를 방해하는 것은 제한된 교육, 자기가 속한 집단이 본래적으로 우월하다는 편견, 자연적인 이기심, 자기기만, 지적 오만 등에서 비롯한다.
(8) 충분함(enough, sufficiency, completeness)
우리가 어떤 쟁점과 관련하여 사고할 때, 쟁점과 관련된 필요한 사항들을 목적과 요구에 적절하도록 철저히 고려하였는가? 어떤 문제에 대한 여러분의 사고는 그 문제를 목적에 충실하도록 철저히 추리했을 때, 그리고 필요한 요소들을 적절히 모두 다 고려했을 때, 충분하다.
(9) 깊이(depth, 深度性)
깊이(심도 있게) 사고한다는 것은 쟁점이나 문젯거리를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표피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 그 안에 내재된 복잡성을 파악해내고 지적으로 책임 있는 신중한 방식으로 그 복잡성을 다룬다는 것을 말한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는 깊이를 결여한 경우이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청소년들의 흡연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를 물었을 때, 여러분이 그저 ”담배를 피워서는 절대 안 된다고 청소년들에게 주지 시켜야지요“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슬로건은 분명하고 정확하고 명료하고 적절하다. 하지만, 그것은 복잡한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깊이를 결여한 것이다. 왜냐하면 청소년 흡연 문제는 사회적, 교육적, 의학적 측면, 예컨대 입시로 인한 청소년 스트레스 해소문제 및 흡연의 중독성의 문제 등등이 고려됨으로써 깊이 있게 다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사고를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사고가 정당화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루었던 위의 9가지 지적 기준들이 모두 만족될 때 우리는 정당화 가능성의 기준을 만족시킨 것이다.
3. 비판적 사고의 요소와 기준의 결합
앞에서 설명한 비판적 사고의 9요소와 비판적 사고의 9기준은 서로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판적 사고의 요소와 기준이 보다 밀접히 결합되는 경우들을 살펴보자.
(1) 목적(purpose): 모든 사고에는 목적이 있다.
기본적인 기준들: 1) 목적의 분명함, 2) 목적의 중요성, 3) 목적의 적절성(달성가능성), 4) 목적의 일관성
결함있는 목적: 1) 불분명한 목적, 2) 사소한 목적, 3) 비현실적인 목적, 4) 모순적인 목적
원리: 사고는 그것의 목적이 분명하고 중요하고 현실적이고 일관적일수록 더 훌륭해진다.
(2) 문제 (question at issue): 모든 사고는 어떤 것을 생각해 내고 물음에 답하고 문제를 풀려는 시도이다
기본적인 기준들: 1) 문제의 분명함, 2) 문제의 중요성, 3) 적절성(답변가능성 포함)
결함있는 문제: 1) 불분명한 문제, 2) 사소한 문제, 3) 부적절한 문제(답변될 수 없는 문제)
원리: 사고는 그것이 답하고자 하는 문제가 분명하고 중요하고 답변가능하고 맥락에 적절할수록 더 훌륭해진다.
(3) 개념(concepts)과 관념(ideas): 모든 사고는 개념과 관념을 통해 형성되고 표현된다.
기본적인 기준들: 1) 개념의 분명함, 2) 개념의 적절성, 3) 개념의 깊이, 4) 개념의 폭넓음(중립성 포함)
결함있는 개념: 1) 불분명한 개념, 2) 부적절한 개념, 3) 피상적인 개념, 4) 편향된(biased) 개념
원리: 사고는 그것을 형성하는 개념이 분명하고 적절하고 깊이 있고 폭넓은 만큼 그만큼 분명하고 적절하고 깊이 있고 폭넓다.
(4) 전제(presuppositions)와 가정(assumptions): 모든 사고는 전제에 근거한다.
기본적인 기준들: 1) 전제의 분명함, 2) 전제의 정당화가능성, 3) 전제의 일관성
결함있는 전제: 1) 불분명한 전제, 2) 정당화 불가능한 전제, 3) 모순적인 전제
원리: 사고는 그것이 갖고 있는 전제가 건전한 만큼 그만큼 건전하다.
(5) 정보(information): 모든 사고는 자료, 정보, 증거, 경험에 근거한다.
기본적인 기준들: 1) 분명한 정보, 2) 정확한 정보, 3) 적절한 정보, 4) 공정하게 수집되고 보고된 정보, 5) 일관적으로 적용된 정보, 6) 충분한 정보
결함있는 정보: 1) 불분명한 것, 2) 부정확한 것, 3) 부적절한 것, 4) 불공정하거나 자기임의에 맞게 수집된 것, 5) 비일관적인 것, 6) 불충분한 것
원리: 사고는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정보가 건전한 만큼 그만큼 건전할 수 있다.
(6) 결론(conclusion) 및 추론(inference): 모든 사고는 추론을 포함하는데 그 추론을 통해 우리는 결론을 도출하고 자료에 의미를 부여한다.
기본적인 기준들: 1) 추론의 분명함, 2) 추론의 정당화가능성, 3) 결론의 심오함(profundity), 4) 결론의 합당성, 5) 결론의 일관성
결함있는 추론과 결론: 1) 불분명한 것 2) 정당화 불가능한 것 3) 피상적인 것 4) 합당하지 않은 것 5) 모순적인 것
원리: 사고는 그것이 하고 있는 추론과 그것이 도달하는 결론이 건전한 만큼 그 만큼만 건전할 수 있다.
(7) 관점(point of view): 모든 사고는 어떤 관점으로부터 나온다.
기본적인 기준들: 1) 관점의 폭넓음(유연성과 공정성), 2) 관점의 분명함, 3) 관점의 적절함
결함있는 관점: 1) 제한되고 편향된 관점, 2) 불분명한 관점, 3) 관점의 부적절함
원리: 사고는 적절한 관점이 복수로 추구되고, 분명하게 규정되고, 공정하고 논리적으로 고려되고, 일관적이고 냉철하게 적용될 때 더 훌륭해진다.
(8) 함축(implications) 및 귀결(consequences): 모든 사고는 어디엔가로 향하고 있으며 함축과 귀결을 갖는다.
기본적인 기준들: 1) 함축의 중요성, 2) 함축의 적절성(현실적인 성격), 3) 함축의 분명함, 4) 함축의 명료성(precision), 5) 함축의 완전성(completeness)
결함 있는 함축 및 귀결: 1) 중요하지 않은 함축, 2) 비현실적인 함축, 3) 분명하지 않은 함축, 4) 명료하지 않은 함축, 5) 불완전한 함축
원리: 사고는 그것이 지니는 함축과 귀결이 중요하고 적절하고 분명하고 명료하고 완전할수록 더 훌륭해진다.
(9) 맥락(context):
기본적인 기준들: 1) 맥락의 중요성, 2) 맥락의 적절성(현실적인 성격), 3) 맥락의 분명함, 4) 맥락의 폭넓음, 5) 맥락의 완전성
결함 있는 맥락: 1) 중요하지 않은 맥락, 2) 비현실적인 맥락, 3) 분명하지 않은 맥락, 4) 폭넓게 고려되지 않은 맥락, 5) 불완전한 맥락
원리: 사고는 그것이 고려하고 있는 맥락이 중요하고 적절하고 분명하고 폭넓고 완전할수록 더 훌륭해진다.
위에서 상술한 9가지 사고의 요소들과 9가지 사고의 보편적인 지적 기준들은 학생들이 읽은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사용된다. 즉, 읽은 자료에 대한 분석을 할 때 학생들은 9가지 사고 요소(추리 요소)의 내용들을 정확히 짚어내야만 한다. 그리고 9가지 사고 요소들과 9가지 보편적인 지적 기준들을 결합시켜 읽은 자료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구성해야만 한다.
제2장. 문제 해결적 글쓰기
이제 본격적인 글쓰기로 넘어가 보자. 읽은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은 마련되었다. 글쓰기 단계는 앞 단계에서 분석 평가한 내용을 토대로 실제로 하나의 조직된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학술적인 글쓰기는 통상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의 과정으로 전개된다. 그렇다면 서론, 본론, 결론 부분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우선 1절에서는 서론, 본론, 결론을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지 알아보자. 특히 본론을 구조화하려면 여러분이 읽은 자료에서 얻은 생각들을 구조화해야 한다. 우선 자료 읽기에서 얻은 생각들을 바탕으로 주제에 대한 여러분 자신의 문제를 제기한다. 여러분은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이 설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본론의 각 부분에 적절하게 옮겨놓아야 할 것이다. 학술적인 글은 어떤 문제 설정과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이 구조화되어 서술된 것이다. 그래서 학술적인 글쓰기를 문제 해결적 글쓰기라고 부른다. 특히 서론은 본격적인 문제 해결의 준비 과정, 본론은 본격적인 문제 해결과정, 결론은 문제 해결과정의 끝마무리에 해당한다. 2절에서는 비판적 사고의 9요소와 문제해결의 9단계가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주목하기 바란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9단계가 본론 내용의 구조화와 어떻게 상응하고 있는지 유의해 보기 바란다. 3절은 완성된 초고를 수정하는 지침을 제공한다.
1. 글쓰기의 기본 구성: 서론, 본론, 결론
학술적인 글쓰기는 서론, 본론, 결론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표 3>
글의 기본 구성 |
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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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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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1) 독자의 관심유도 2) 화제와 입론에 대한 아이디어 제공 3) 글의 구조 안내 4) 핵심용어 정의 5) 배경지식 제시 6) 낯선 용어, 특수 용어 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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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진술 2) 글의 구조에 대한 진술 3) 가능한 해결책들에 대한 진술 4) 제안된 해결책을 옹호하는 논증 5) 가능적 반론들에 대한 답변 논증 6) 요약, 해결(해소) 또는 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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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내용 재진술 2) 현안문제의 광범위한 함축고려 3) 입론을 예증할 일화 제시 또는 4) 간략한 요약 |
(1) 서론 쓰기
훌륭한 서론은 독자의 관심을 끌고 독자로 하여금 논문의 나머지 부분을 읽는데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론은 보통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1) 독자의 관심을 끈다. (보통 입론을 대담하게 진술하거나, 흥미로운 통계나 인용 또는 일화를 진술함으로써 문장을 시작한다.)
2) 화제와 입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줌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준비시킨다.
3) 독자에게 글이 어떻게 조직화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준다.
4) 핵심 용어를 정의한다.
5) 글을 읽어 내려갈 때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배경지식을 알려준다.
6) 만일 용어가 친숙하지 않거나 특수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면, 그 용어를 정의해야 한다.
이런 항목 전부가 서론에 나타날 필요는 없다. 여러분이 쓰려는 글의 주제에 따라 이 항목들 중 몇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론에서는 자신이 다루는 주제를 소개하고 그것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과 자신의 반대자의 입장을 소개한다. 또 자신의 글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간단히 언급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자신이 다루는 주요한 개념들에 대해 정의한다. 그러나 짧은 글에서는 서론 자체가 생략되기도 한다.
(2) 본론 쓰기
학술적인 글을 조직화하는데는 다음과 같은 여섯 단계가 있다.
1) 문제의 진술
문제가 짧게 진술되어야 하는지 길게 진술되어야 하는지는 그 문제의 성격과 독자가 누구냐에 달려있다. 여러분이 다룰 주제와 그것에 대한 여러분의 입장이 무엇인지는 이미 서론에서 진술했다. 이제 여기 본론의 모두에서는 그 주제와 관련된 어떤 문제에 여러분이 집중할 것인지에 대해 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는데 어떤 문제가 중요하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지 간단히 서술한다. 만약 낯선 용어들 내지 자신이 특이한 방식으로 사용하려는 용어들을 아직 정의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은 그렇게 할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술하는 것(그럼으로써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 그리고 독자들이 이 쟁점에 대해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2) 글의 구조에 대한 진술
적당한 분량으로 문제를 진술하고 나서 글 쓰는 이는 종종 논문 나머지 부분의 구조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한다. 가장 흔한 구조는 설정된 문제에 접근하는 가능한 해결책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 중 어느 것이 가장 합당한 해결책인지 제안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가능한 반론들을 생각해보고, 그것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3) 가능한 해결책들에 대한 진술
설정된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결책들을 공정하고 성실하게 진술해야 한다. 여러분은 가능한 해결책들 중 자신의 기호에 맞지 않는 해결책들의 장점 또한 인정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공정한 태도를 가지고 자신의 입장이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쓴이가 자신의 반대 입장을 잘 알고 있고, 그런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성실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능한 한 그 입장의 장점을 인정함으로써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
4) 제안된 해결책을 옹호하는 논증
이 단계는 본론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물론 제시된 증거는 그 문제의 본질에 의존한다. 관련된 통계, 권위자, 예화, 혹은 유비들이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은 보통 논문의 가장 주요한 부분이다.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가장 강한 이유 혹은 가장 약한 이유를 대며 시작할 수 있다. 각각의 방법은 장단점을 갖는다. 만약 가장 강한 이유를 대며 시작한다면, 논문은 점점 힘이 없어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약한 이유를 대며 시작한다면, 절정을 향해 상승할 수 있지만, 독자는 여전히 공감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그 글이 수준 얕은 논의를 한다고 처음에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후자의 가능성에 대한 해결책은 가장 약한 논증조차도 어떤 주목을 받을 만한 강점을 갖는 논증이라는 점과 보다 강한 논증이 곧 제공될 것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확인시키는 것이다.
5) 가능한 반론들에 대한 답변 논증
자신이 옹호하는 해결책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후 그 해결책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반론을 고려하고 그것을 정식화한다. 그리고 나서 그 반론들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본다. 이 반론 논증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할 수 있다.
① 제안된 해결책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너무 비용이 많이 들거나, 인간 본성에 대해 비현실적인 요구를 한다거나 그 문제의 중심을 건드리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② 제안된 해결책은 해결된 난점보다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전병이 있어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는 부부에게 인간복제 기술은 하나의 해결책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복제 기술의 사용은 단지 유전병을 지닌 부부의 경우를 넘어서서 사회 일반에까지 확대되고 남용될 수 있는 더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6) 요약, 해결(해소) 또는 결어
자신의 입론을 요약하거나 본론의 모두에서 제시한 현안문제가 해결되었음을 보임으로써 본론을 마무리할 수 있다. 여기서 여러분은 가능한 한 반대 입장의 견해를 수용하려고 애쓸지도 모르지만, 글쓰는 이 자신의 입장이 정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결론 쓰기
1) 서론에 있는 어떤 내용을 표현을 바꿔 재진술하기
2) 이슈의 보다 광범위한 함축 훑어보기
3) 입론을 예증해줄 수 있는 일화, 또는
4) 간략한 요약
결론에서는 주요 논점을 요약하고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글을 다시 개관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글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들을 첨가시키고, 동시에 그것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만약 전체 글이 너무 짧아서 독자가 그 전체 내용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면, 자신의 견해를 재진술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2. 글쓰기와 문제해결의 과정
글쓰기의 단계들 중 본론쓰기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본론을 구성하는 위의 6가지 단계들 중 문제의 진술(1단계), 가능한 해결책들에 대한 진술(3단계), 제안된 해결책을 옹호하는 논증(4단계), 가능한 반론들에 대한 답변 논증(5단계)은 본론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 이 4가지 단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러분이 설정한 문제를 진술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구조화한 것이다. 그래서 학술적인 글쓰기를 문제 해결적 글쓰기라고 하는 것이다. 문제의 설정과 그 문제의 해결책들에 대한 실마리를 여러분은 비판적으로 읽은 자료에서 가져온다. 그러나 우리가 쓰려고 하는 글은 앞서 읽은 자료를 토대로 하기는 하지만, 새롭게 제기된 문제를 다루며 또 제기된 문제가 달라짐에 따라 그 해결책들에 대한 새로운 지평의 접근이 필요하므로,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는 다시금 새롭게 비판적 사고를 시작해야 한다. 앞장에서 도입한 비판적 사고의 9요소는 이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돋움체로 표시되어 있는 사고의 9요소들과 그 요소들을 기반으로 문제해결이 진행되는 과정에 주목하기 바란다.
(1) 문제해결의 9단계와 비판적 사고의 9요소
1) 여러분 자신의 목적을 파악하고, 그 목적을 정식화하고 평가하라.
우리 모두는 목적 지향적인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가치를 설정하고 그것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필요한 것이 있으며 그것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 만약 우리가 자동적으로 우리의 목표와 목적을 달성하고 요구를 충족시키게 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고 도전적인 결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들은 다음의 두 가지 근원으로부터 유발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① 우리의 목표에 도달하는 데, 혹은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혹은 우리의 필요를 만족시키는데 있어서의 장애물.
② 우리의 목표, 목적, 혹은 필요를 정의하는데 있어서의 잘못된 개념.
우리의 목표에 도달하는 데, 혹은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혹은 우리의 필요를 만족시키는데 있어서 장애물이 발생하면, 그것이 곧바로 문제의 발생을 의미하는 것은 자명한 듯 싶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 목적, 혹은 필요를 정의하는데 있어서의 잘못된 개념이 어떻게 문제를 발생시키는지는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이 두 번째 것에 대해서 살펴보자. 때로는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 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림에 있어 잘못된 개념이나 실수가 발생한다. 문제들은, 매우 많은 경우에 있어서, 사람들이 추구하지 말아야 할 것을 추구함으로써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 여러분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의 삶과 결정을 지배하는 것을 행복의 한 요소로 둔다면, 그 목표는 여러분 자신에 대해서나 여러분이 지배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나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인간은 때로 너무 과도한 것-과도한 부, 과도한 권력, 과도한 음식-을 추구한다. 인간들은 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불합리한 요구-다른 사람들이 내가 믿는 것을 믿고, 내가 가치를 두는 것에 가치를 두며, 내가 행동하는 대로 행동하기-를 한다. 인간들은 때로 모순적인 기준-나는 그것에 대해 만족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에 만족하기를 기대함-을 세운다.
2) 여러분 자신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확인하라.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라.
우리가 가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그것을 해결할 수가 없다. 능동적인 문제 해결자가 되는 첫 단계는 문제를 능동적으로 진술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목적, 목표, 요구를 열거하고, 명료화하고, 평가한 다음에는 여러분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정식화해야한다. 가능하다면 여러 문제들이 혼재된 채로가 아니라 문제들을 분해하여 하나씩 하나씩 다루어야 한다.
여러분의 문제를 최대한 분명하고 명료하게 진술하라. 그리고 여러분이 다루어야 할 문제들의 유형이 어떤 공통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하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한지 파악하라. 문제를 명시적으로 정식화할 뿐 아니라 여러분이 다루고 있는 문제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자신에게 명확히 하기 위해 그 문제를 충분히 연구하라.
우리가 접하는 많은 문제들은 복합적이다. 복합적인 문제들은 다중적인 복잡성을 갖고 있다. 때로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여러 다양한 입장과 다양한 주제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고유한 사고의 영역들을 결정하고, 그 각각의 영역에서 최선의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안락사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안락사는 많은 차원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가 생각해 볼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이 제정되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철저히 사고하기 위해서 우리는 최소한 다음의 영역에서 사고할 필요가 있다.
◇ 윤리적 (우선 안락사가 법으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윤리적으로 허용가능한 일인지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 문화적 (안락사 허용에 대한 문제는 부분적으로는 개인의 자율성을 얼마만큼 존중하는 문화냐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다)
◇ 과학적 (안락사 문제는 예전에는 사망하였을 환자의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는 의료지식 및 기술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 사회적 (안락사의 허용은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고 의사에 대한 불신이 조장될 수 있다.)
◇ 심리적 (안락사가 허용된다는 사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그것을 두려워하는 환자에게 자신이 원한다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가져다 준다)
◇ 경제적 (안락사의 불허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연장에 소요되는 막대한 의료비용을 개인이 또는 의료보험공단이 부담해야 한다.)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을 때 우리는 그 문제 내에 있는 모든 중요한 영역들을 확인하고 숙고했을 때에만 최선의 추론을 할 수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철저히 사고한다는 것은 여러분이 무언가 할 수 있는 문제와 여러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문제를 구별하는 것을 포괄한다. 여러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문제는 제쳐두고, 여러분이 잠재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여러분이 풀 수 없는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단지 무의미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여러분 삶의 질을 낮춘다.
3) 자신의 문제해결에 필요한 개념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정의하고 분석하라.
여러분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재정식화 하는데 어떤 개념들을 정의하거나 재정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념을 분명하고 명료화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4) 자신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그 정보를 구하라. 그 정보를 조심스럽게 해석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라.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가는 문제의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생물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생물학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복합적인 분야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 문제가 포함하는 모든 분야의 정보가 필요하다. 개념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하나의 개념을 분석해야 한다.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하나의 관련된 윤리적 원리를 확인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능동적인 문제 해결자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5) 자신이 가진 개념들을 바탕으로 해석되고 분석되고 평가된 정보에서 어떤 합당한 추론을 이끌어 내라. 그리고 추론을 이끌어 낼 때, 고려하여야 할 중요한 숨은 전제를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관련된 정보를 갖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가진 그 정보를 해석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의미를 주어야 한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 중 많은 것은 신뢰할 수 없으며, 왜곡되어 있으며, 혹은 단지 오류일 뿐이다. 정보는 분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능동적인 문제해결자로서, 여러분은 다양한 정보가 혼재해 있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그 정보 제공원에 대한 신뢰성과 적합성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추론을 이끌어낼 때, 고려해야할 중요한 숨은 전제를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6) 자신이 문제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목록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평가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의 관점과 함축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때때로 여러분이 수집한 정보는 여러분의 선택목록을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어떤 선택목록은 여러분의 더 깊은 해석과 추론을 필요로 한다. 어떤 의미에서, 더 깊은 추론 또한 정보해석 과정의 연장이다. 정보해석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정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여러분의 많은 결정들은 모두 장점도 단점도 갖고 있다. 따라서 여러분은 선택의 함축에 대해 충분한 고려를 해야 한다. 어떤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능동적인 문제해결자로서, 여러분은 장기적인 전략을 고려하여 어떤 결정을 내리려고 할 것이다.
7) 가능한 선택목록들 중 최선의 것을 택하라. 그리고 여러분의 최선의 선택과 관련하여 그 함축을 명시적 추론으로 가능한 한 정교하게 정식화하라.
여러분이 선택한 문제해결의 방식을 다른 선택지들과 비교하고 그것이 다른 것들보다 나은 점들을 생각해 보라. 그것이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고려하고 평가하라. 그리고 그 선택이 지니는 함축을 명시적 추론으로 가능한 한 정교하게 정식화하라.
8) 여러분이 선택한 입장에 대해 그 선택의 결과를 좀더 다각적이고 포괄적으로 모니터하라.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거나, 지평을 확대해 보라. 그리고 함축을 다시 한번 고려해 보라.
여러분의 선택지를 좀더 다각적이고 포괄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우리는 문제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본다. 그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을 경우에는,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전략이나 분석 혹은 진술을 변경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지금 최선으로 보이는 선택도 내일 보면 실수일 수도 있다.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거나, 지평을 확대해 보라. 그리고 함축을 다시 한번 고려해 보라. 지금 보기에 최선의 선택일지라도 그것이 어떤 결과를 유도하는가를 확인한 다음에는 방향 전환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9)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맥락을 고려하여 전략적인 접근법을 도입하라. 그리고 그 전략에 따라 실행에 옮겨라. 예컨대 글쓰기의 경우에는 독자라는 맥락을 고려하여 전략적인 접근법을 도입하고 그 전략에 따라 글을 조직화하라.
때때로 어떤 문제에 대한 최선의 전략은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생각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는 좀더 직접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의 선택을 실제로 실행으로 옮길 때는 맥락을 고려하여 미리 그 실행 방법을 철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떤 행동 방침 혹은 몇 개의 방침들의 집합이 필요하다. 예컨대 글쓰기의 경우에는 독자라는 맥락을 고려하여 전략적인 접근법을 도입하여야 한다. 자신의 목적이 왜 중요하며,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해결하려는 문제가 어떻게 적절한가를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할 것인지 생각하라. 자신의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결책들 중 자신이 선택한 해결책이 왜 최선의 것인지, 그것에 대한 반론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 독자에게 분명하고, 설득력있게 독자에게 전달되도록 전략을 강구하라. 그러기 위해 서론, 본론, 결론을 가진 조직화된 글로 구성해야 할 것이며 글쓰기의 구체적 기법들이 필요할 것이다.
<표4>
문제해결의 9단계 |
1단계 |
자신의 목적을 파악하고, 그 목적을 정식화하고 평가하라 |
2단계 |
자신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확인하라.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라. |
3단계 |
문제해결에 필요한 개념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정의하고 분석하라. |
4단계 |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구하라. 그리고 그것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라 |
5단계 |
해석, 분석, 평가된 정보에서 합당한 추론을 이끌어 내라. 이 때 빠뜨린 숨은 전제가 없는지 확인하라. |
6단계 |
문제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목록을 파악하고 평가하라. 그러기위해서는 선택의 관점과 함축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
7단계 |
선택목록 중 최선의 것을 택하라. 그리고 그것의 함축을 명시적 추론으로 가능한 한 정교하게 정식화하라. |
8단계 |
최종 선택한 입장에 대해 선택의 결과를 좀더 다각적이고 포괄적으로 모니터하라.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거나 지평을 확대하라. 그리고 함축을 다시 한번 고려해보라. |
9단계 |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독자라는 맥락을 고려하여 문제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법을 도입하고 그 전략에 따라 글을 조직화하라. |
(2) 본론 쓰기와 문제해결의 9단계
비판적 사고의 9요소에 기반하여 여러분은 어떤 주제에 대해 문제를 설정했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밟았다. 그런데 이 문제해결의 9단계는 본론의 6단계와 상응하며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상응 관계를 살펴보자.
<표5>
<본론>과 <문제해결의 단계>의 상응관계 |
▣본론의 구성요소▣ ▣ 문제해결의 단계▣
1) 문제의 진술 |
☞ |
(1)목적 (2) 문제 (3) 개념 |
2) 글의 구조에 대한 진술 |
☞ |
(9) 전략적인 글의 조직화 |
3) 가능한 해결책들에 대한 진술 |
☞ |
(3) 개념 (4) 정보 찾기, 해석 (5) 정보로부터 추론 (6) 선택목록 분석, 평가 |
4) 제안된 해결책을 옹호하는 논증 |
☞ |
(7) 선택목록에서 최선의 것 선택과 추론의 정식화 [ (3), (4), (5), (6), (7) ] |
5) 가능한 반론들에 대한 답변 |
☞ |
(8) 선택의 결과 모니터
|
6) 요약, 해결(해소) 또는 결어 |
☞ |
(7)의 요약 |
<본론> <문제 해결의 단계>
1) 문제의 진술 --------------------------------(1) 목적 (2) 문제 (3) 개념
보고서에서 논의할 여러분의 문제를 확인하고, 정식화한다. 그 문제가 놓여 있는 배경이 무엇인가 서술한다. 그리고 여러분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 문제가 그런 목적 달성에 왜 중요한지 서술한다. 이런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여러분은 서론에서 정의하지 못한 개념을 정의하거나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2) 글의 구조에 대한 진술 -------------------------(9) 전략적인 글의 조직화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입장을 독자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글의 구조를 조직화하고 그것을 간략히 언급한다.
3) 가능한 해결책들에 대한 진술 -----------------(3) 개념, (4) 정보 찾기, 해석
(5) 정보로부터 추론
(6) 선택목록 분석, 평가
자신이 다루려는 문제에 대한 기존의 해결책이나 가능한 모든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그러기 위해 정보를 찾고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 정보로부터 함축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정보에 대한 전제나 결론을 찾고 추론을 분석해야 여러 해결책들의 장단점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4) 제안된 해결책을 옹호하는 논증 -----------(7) 선택목록에서 최선의 것 선택과 추론의 정식화
[(3), (4), (5), (6), (7)]
자신이 옹호하는 해결책이 대안적인 해결책과 비교하여 나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을 하기 위해 개념 정의가 필요할 경우도 있다. 아니면 다른 정보에 호소할 수도 있다. 추론을 분석 평가하는 일이 필요하다.
5) 가능한 반론들에 대한 답변 -----------------------(8) 선택의 결과 모니터
자신이 옹호하는 입장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반론을 생각해본다. 그 반론들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한다. 답할 수 없는 반론에 직면하고 자신의 입장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6) 요약, 해결(해소) 또는 결론 ----------------------------------(7)의 요약
* 가능한 해결책이 하나일 경우, 본론 3)단계는 본론 4)단계에 흡수된다. 간략히 말하자면, 본론 3)단계는 생략된다. 이 경우 본론 4)단계에 상응하는 문제 해결의 단계는 (7)단계만이 아니라, (3), (4), (5), (6), (7)단계 모두를 포괄하게 된다.
** 본론 5)단계에서 선택의 결과가 수정될 경우에는 본론 6)단계로 가기 전에 본론 3), 4), 5)단계를 다시 밟을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발전된 해결책이 나오게 된다.
*** 맥락은 본론 2)단계에서 주로 고려되나, 다른 단계에서도 고려될 수 있다.
3. 수정하기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글을 수정할 때도 독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점을 독자들이 알 필요가 있는가? 어떤 논점이 더 나아간 어떤 논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겠는가? 자신의 논증은 논점들의 단순한 목록은 아닌가? 자신의 논증이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이해되도록 하기 위해 글의 조직을 다소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본문을 수정할 때 점검할 사항들에 대해 알아보자.
(1) 문단 점검하기
초안을 수정할 때, 짧은 문단을 살펴 보라. 두 세 문장으로만 된 문단이 경우에 따라 복잡한 논점들 사이에서 이행요소로서 유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짧은 문단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문단이다. (신문편집자들은 매우 짧은 문단을 선호하는데 왜냐하면, 신문 글은 신문의 전형적인 좁은 칸에 인쇄되었을 때, 빨리 읽힐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강의를 위해 쓰려고 하는 논증적인 글들에 있어서는 이런 스타일을 따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수정 중에, 한 개, 혹은 두 세 개정도 문장으로 이뤄진 문단을 발견하면, 그것이 선행 문단 혹은 후행 문단에 결합될 수 있는지 우선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서 그 문단이 전에 혹은 후에 오는 문단에 결합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면, 글을 지지해줄 수 있는 세부사항들을 추가함으로써 그 문단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것은 단지 글을 불리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너무 긴 문단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라. 한 문단이 너무 길 경우에는 그 문단을 논의되는 내용에 따라 나누어준다.
(2) 이행어 점검하기
수정할 때, 독자들이 문단의 처음에서 끝으로, 그리고 하나의 문단에서 그 다음 문단으로 진행하기 쉽도록 이행어가 사용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행어는 독자에게 논증의 단위간의 연결을 알기 쉽도록 돕는다. 이행어들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예시하기: 예를 들어, 가령, 예컨대
② 연결하기: 좀더 중요한 반론은... , 좀더 강한 예는... , 가장 좋은 이유는...
③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이렇게 하여, 결과적으로, 그러므로, 따라서,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점이 따라나온다
④ 비교하기: 마찬가지로, 같은 방식으로, 마치--와 같이, 유비적으로
⑤ 대조하기: 다른 한편으로, 대조적으로, 그러나, 하지만
⑥ 요약하기: 요컨대, 간단히 말해서
이와 같은 표현들은 독자가 여러분의 논문 안에서 쉽게 진행해나갈 수 있도록 안내지침의 역할을 한다.
(3) 초안을 수정할 때 전체적으로 유의할 사항
글 쓰는 이가 초안을 수정할 때 전체적으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통일한다: 관련없는 것들을 제거함으로써 글을 통일한다.
② 조직한다: 상상된 독자를 계속 염두에 둠으로써 글을 조직한다.
③ 분명하게 한다: 애매모호한 문장을 선명하게 하고, 이행어들이 적절한지 점검하며, 자신의 입론이 적절하게 지지되는지 점검함으로써, 글을 분명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윤문 혹은 글의 우아한 표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논리적 연결사들(“그러므로”, “따라서”, “이렇게 하여”, “결과적으로” 등등)을 남용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 만약 “따라서”라는 말 혹은 다른 비슷한 용어들을 사용하였다면, 그 “따라서”라는 말 이후에 나오는 글이 진정으로 그 전에 있는 것으로부터 따라 나오는지를 점검하라. 논리적 연결사들은 따로 떨어진 몇 개의 문장들을 연결시키는 데에 쓰이는 단순한 이행적 장치가 아니다. 그것들은 생각의 진정한 진행(논증의 핵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된다.
(4) 개괄하기
1) 예비적 개괄
사람에 따라서는 초고 쓰기에 착수하기 전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이 떠오르면 개괄을 잡아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예비적 개괄은 잠정적으로 계획을 조직화하는 데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초고를 쓰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므로 예비적 개괄은 수정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예비적 개괄은 주로 최종적인 글에로 이끄는 안내자의 역할이라기보다 진행의 수단으로서 유용하다.
2) 초안을 점검하는 방식으로서의 개괄
우리가 예비적 개괄을 사용하든 아니든, 초고를 쓴 이후에 그것의 개괄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글을 개괄해 보는 것보다 글이 잘 조직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초고를 훑어보면서 자신이 그것을 구성한 순서에 따라 주요 논점을 적어두어라. 다시 말해서 목차표를 만들어라. 아마도 각 문단에 대해 한 구절씩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엔 그것들이 자신의 글에서 어떤 종류의 순차를 드러내는지 알 수 있도록 자신의 기록을 점검하여라.
① 순차가 합당한가? 그것은 향상될 수 있는가?
② 어떤 문단이 부적절한가?
③ 중요한 것이 빠진 것은 없는가?
④ 합당하게 차례 지워진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차례 구성이 독자에게
분명히 알려지고 있는가? (아마도 “가령”,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반대
입장을 살펴보려 한다.“ 등과 같은 이행요소들을 활용함으로써 말이다.)
개괄에서 어떤 정합적인 구조 혹은 합당한 순차가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면, 자신의 논증을 전개한 부분도 아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문단의 순서를 바꾸거나, 문단을 넣거나 빼면서 또 다른 초고를 만들어라. 그리고 나서 지금의 그 순차가 만족스러운지 점검하기 위해 또 다른 개괄을 만들어라.
(5) 기타 유의사항: 어조와 글 쓰는 이의 인품
우리는 주로 합리적인 담론으로서의 논증에 대해 다루지만, 이성에의 호소는 설득의 형태 중에 단지 하나일 뿐이다. 또 다른 형태는 감성에의 호소이다. (예컨대 동정심에의 호소.1))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에의 호소와 감정에의 호소에 덧붙여 설득의 제3의 형태를 필자의 인품에 대한 호소로 보았다. 그는 이것을 윤리적 호소라고 명명했다. (이런 류의 호소에 대한 그리스어는 “에토스(ethos)”이다.) 이 생각에 따르면, 효과적인 필자는 자신이 다음과 같은 사람임을 독자에게 알린다. 필자는
-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다(informed)
- 지적이다(intelligent)
- 선의를 갖고 있다(benevolent)
- 정직하다(honest)
필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그의 말은 독자에게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논증을 읽을 때, 우리는 보통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인격 내지 어조를 알아차릴 수 있으며, 논증에 대한 우리의 동의는 우리가 그 필자의 전제에 공감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필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지(간단히 말해서 필자와 동일시되는지)의 정도에 의해 부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필자와 동일시하게 하는 확신을 글쓴이는 어떻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우선, 글쓴이는 지성 혹은 양식(good sense), 정직 그리고 자비심 내지 선의(benevolence or good will) 등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명시한 덕들을 갖고 있어야 한다. 로마의 속담이 말하듯, “어떤 누구도 그가 지니지 못한 것을 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자질을 가졌다고 해서 우리가 그것을 자연적으로 자신의 글쓰기에 도입할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 다른 모든 글쓴이들처럼 우리는 이런 자질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혹은 좀더 적절하게 진술되도록 자신의 초고를 수정해야할 것이며 그 글 속의 어떤 것도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지성, 정직 그리고 선의를 의심하게 만들지 않도록 수정해야 할 것이다. 논리상의 실수, 잘못된 인용, 거짓된 진술, 이런 모든 잘못들은 독자의 공감을 거두어가게 할 수 있다.
우리가 글쓴이의 인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글쓴이의 인격이란 글쓴이가 그의 태도를 나타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 태도는 다음에 대한 태도이다.
-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
- 독자에 대한 태도
- 화제에 대한 태도
전체적으로 논증을 글로 쓰는 데에 있어서 자신의 화제에 대해서, 독자에 대해서, 그리고 여러분이 반박하고 있는 견해를 지닌 사람들에 대해서 정중하고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의견과 다른 견해를 지닌 사람을 악한이나 바보로 간주하는 것은 나 자신의 지적 발전에 좋지 않다. 특히 그들이 독자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논증을 제공할 때는 자만심을 가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반대 입장을 존중하라,
- 그 입장이 좋은 믿음에서 견지되고 있다고 가정하라,
- 그 입장을 공정하게 진술하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반대
입장뿐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입장을 잘못 다루게 된다. 왜냐하면 지각있
는 독자는 여러분의 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자신의 입장을 논증함에 있어서 온건하게 표현하라: “만약 내가 그 견해
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와 같이 결론 내리는 것이 합당하게 보인
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마도 ....라고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6) 돌려보기
글쓴이는 자신의 초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논평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자신의 초고를 서로 돌려보며 논평을 해주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절차는 글을 쓴 학생이나 읽는 학생 모두에게 유익하다. 글을 쓴 학생은 독자의 반응을 알 수 있게 되고, 글을 읽어주는 학생은 논증을 발전시키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절차를 통해 필자가 독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세밀화의 정도 문제, 그리고 독자들이 분명하게 글의 조직을 알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의 중요성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부록: 글쓰기 기법
이 부분은 서론, 본론, 결론을 쓸 때 실제로 어떤 방식에 의해 글을 전개해 나가는가 하는 글쓰기 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한다.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고 말할 때,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생각을 분명하게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들을 반복하여 사용할 때가 있다. 가령 우리는 어떤 것과 다른 것을 비교․대조하기도 하고, 어떤 것이 다른 것의 원인이라고 명시한다. 우리는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패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반적인 주요 사고패턴에 근거한 글쓰기 기법을 글쓰기 전략으로 채택한다면 우리는 보다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독자들도 역시 우리가 사용하는 글쓰기 기법을 근거로 한 사고패턴을 지녔기 때문이다.
1. 글쓰기 기법 I: 1차적 글쓰기 전략들
로젠 버그1)가 제시한 10개의 1차적 글쓰기 전략을 살펴볼 것이다: 분석(analysis), 논증(argumentation),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 분류(classification), 비교와 대조(comparison and contrast), 정의(definition), 기술(description), 예시(illustration), 이야기 서술(narration), 단계별 과정(process)이 그것들이다. 각각의 전략은 사고를 정돈하는 각기 다른 패턴이다. 또한 각 전략은 우리가 쓴 것이나 읽은 것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도구를 필요로 하는가? 그것은 당면한 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과제는 논증이나 분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지만 어떤 과제는 필요로 할 것이다. 이 장에서 제시되는 것은 우리가 글을 쓸 때 사용할 수 있는 사고 도구들이다. 이것들은 그 자체로서는 목적이 아니다. 이것들은 우리의 사고를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돕는 도구이다
(1) 분석(analysis)
글쓴이는 어떤 것(가령, 현안문제, 책의 내용, 역사적 사건, 논문 내용 등)을 분해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의 여러 부분들을 각기 살펴볼 수 있고 또 그 부분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분석할 때 글쓴이는 아래에 제시되는 다른 한 개 이상의 글쓰기 기법들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원인과 결과, 비교와 대조, 단계별 과정 고찰)
분석 작업은 본격적인 글쓰기에 착수하기 전에 주어진 자료를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 수행될 뿐 아니라 실제로 글을 써가는 도중에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전반적인 전략이다.
(2) 논증(argumentation)
문제 해결적 글쓰기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전략이다. 글쓴이가 주장하는 입론을 지지하는 근거들을 제시하는 것이 학술적인 보고서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글쓴이는 특정 쟁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지니며, 그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와 논리적 근거들을 제공한다. 이것이 논증이다.
논증과 연관하여 다양한 세부 전략들이 있으나, 여기서는 세 가지 세부 전략만을 논의하겠다.
1) 귀납적 일반화 사용하기
우리가 어떤 주장과 그 주장에 대한 이유를 제시할 때, 그 주장과 이유를 귀납과 연역이라 불리는 두 개의 다른 방식으로 배열할 수 있다. 귀납 논증은 전제(근거)가 결론(주장)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연적으로만 보장해주는 논증이다. 즉, 전제가 참이라면 결론의 참이 완벽하게 보장되지는 않지만 아주 높게 보장되는 논증이다. 귀납 논증은 증거들을 먼저 제시하고 그 후 그것들에 대해 일반화를 하는, 흔히 ‘귀납적 일반화’라고 불리는 것을 포함한다.
귀납적 일반화란, 다시 말해, 특정한 예들로부터 그것들에 대한 일반화된 의견으로 이동하는 논증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학교 교정을 걸으면서 사람들 곁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서 미소를 짓는 것을 관찰한다고 하자. 그런 일이 충분히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 학교 학생들이 친절하다고 일반화할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귀납적 일반화이다. 이러한 종류의 사고, 즉 사례들을 관찰하고 그것들로부터 일반화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나타난다. 이것은 또한 과학의 기본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그들의 실험실에서 발생한 것을 관찰하고 그 관찰된 내용들을 토대로 결론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귀납적 일반화를 포함하여 어떠한 귀납 논증을 통해서도 결코 결론의 참됨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다. 비록 우리가 지금까지 학교 교정에서 친절한 사람들만을 계속 만났다고 하여도, 내일 교정에서 친절하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학교 학생들이 친절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하기 위해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을 만나보는 것은 거의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귀납적 일반화의 과정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를 어리석은 결론에로 이끌 수 있다.2) 누군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나의 숙모는 담배를 피면서 건강하다. 옆집에 사는 철수 아빠는 담배를 피면서 건강하다. 내가 알고 있는 담배를 피우는 모든 사람은 건강하다. 그러므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은 참이 아니다.
이러한 사고는 관찰들로부터 일반화로의 도약을 보여준다. 이러한 도약은 ‘귀납적 도약’이라 불린다. 분명히 글쓴이가 알고 있는 모든 흡연가가 건강하다는 것이 담배를 피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글쓴이의 자료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아울러 그는 풍부한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고 있으며 담배에 대한 의사들의 경고 또한 무시하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몇 개의 예들을 토대로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추리를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학생이 연필, 펜, 편지지가 집 동네 가게보다는 학교 앞 가게에서 더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그 학생은 이것을 토대로 다른 물건들도 학교 앞 가게에서 산다면 비용을 더 절약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그는 각 품목들의 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귀납적 일반화에 의해 학교 앞 가게의 물건들이 모두다 더 저렴하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TV 프로의 많은 리포트들도 대부분 귀납적 일반화에 의해 구성된다. 대학생들의 데이트 습관에 관한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한 학교에 다니는 네 명의 젊은 학생들의 데이트 습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 샘플은 신뢰할 만한 일반화를 형성하기 위해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만약 그 리포트가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수 천명의 학생들을 샘플로 하여 이루어진 데이트 습관에 관한 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면, 이것은 일반화를 형성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주장을 지지하는 더 많은 사례들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 주장은 더 신뢰할 만하다. 물론 고도로 통계적인 표본 추출법을 사용한다면, 사례들의 수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방법에 의해 여론 조사가는 전체 유권자들 중 2%이하의 표본을 토대로 선거에서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2) 연역 사용하기
연역은 논증의 다른 주요한 전략이다. 연역 논증이란 전제의 참이 결론의 참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그런 논증이다. 연역은 일반적인 법칙을 토대로 특별한 예나 사례를 예측하는 것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물에 열을 가할 때마다 어느 시점이 되면 물이 끓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물에 열을 가할 경우, 어느 시점이 되면 항상 끓는다”고 결론 내렸다고 가정해보자. (이 결론을 얻는 과정은 귀납이다.) 이 결론을 토대로 우리는 앞으로도 물에 열을 가한 후 얼마 동안을 기다리면 그 물이 끓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예측의 과정은 연역이다.) 연역의 과정은 이와 같이 일반적인 법칙으로부터 특정한 사례를 이끌어내는 것을 포함한다. 일상생활이나 과학에서 새로운 정보를 추론하는 경우 거의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는 예측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의 확장이 요구되는 상황에 연역 추론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학에서는 개연성의 정도를 다루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해지고 있으므로 귀납 추론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나 과학에서도 연역 추론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전제에 함축되어 있는 어떤 주장을 도출하는 것이 요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추론할 때 무의식적으로 귀납과 연역을 자연스럽게 사용해왔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들을 더 의식적으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글쓰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단락 속이나 글 전체에 걸쳐 특정한 예들로부터 일반화로 나아감으로써 귀납적 일반화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단락 속이나 글 전체에 걸쳐 어떤 보편적 일반화로부터 특정한 예들로 나아감으로써 연역을 사용할 수 있다.
3) 논박에 의해 논증하기
논박은 어떤 사람의 논증을 반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철수가 생명은 태어날 때 시작한다고 주장한다면, 수희는 철수가 자신의 주장을 지지해주는 합당한 증거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것을 논박할 수 있다. 주장자의 논증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주의 깊은 비판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논증하기의 다른 모든 전략처럼, 논박도 요점을 드러내고 특정한 증거로 그 요점을 분명하게 지지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철수의 다음과 같은 주장을 논박해보자.
1990년대 이후 미국 영화는 기술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공허하다.
이 주장을 논박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자신의 주장을 지지하는 예들이나 이유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열할 수 있다: Schindler's List, Ordinary People, Sophie's Choice, Amistad, The Horse Whisperer. 이것들 중 세 영화는 1992년 이후에 제작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영화들 중 하나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영화가 어떻게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철수의 ‘도덕적’, ‘정신적’이라는 용어들이 적절한 정의를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철수의 진술이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 철수가 의미하는 미국 영화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만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미국자본이 투자된 외국 영화까지도 포함하는가를 물을 수 있다. 우리는 아마 철수의 주장이 다음과 같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대부분의’ 혹은 ‘많은’ 1990년대 이후의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는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를 결여하고 있다.
논박은 낙태나 안락사 등과 같이 쟁점에 대해 양편이 나누어져 있을 때 사용하기 유용한 전략이다. 논박은 또 우리가 어떤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때에도 사용하기 유용한 전략이다. 그러나 논박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입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단지 상대편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결점을 지적하고 반증을 제시하는 것은 주의 깊은 분석과 재치를 필요로 한다. 이 전략은 독자의 논리뿐 아니라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의 논박 방법이 사람에 대한 공격처럼 보인다면, 우리는 논리적 오류를 범한 것이고 또한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독자의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하기를 원한다면, 독자가 공격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논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
왜 그것이 발생했는가? 그 결과는 무엇인가? 왜 그것은 발생하지 않았는가? 무엇이 그것의 발생을 막았는가? 만약 그것이 발생했다면, 그것의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원인과 결과’와 관련된 질문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통이 매우 혼잡한 지역에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던 자동차의 시동이 갑자기 꺼져버렸다면, 우리는 당연히 “왜 자동차의 엔진이 갑자기 멈춰버렸을까?”하고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가 수명을 다했을까?”, “휘발유가 떨어진 걸까?” 등등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추측해볼 것이다.3)
원인과 결과 전략은 발생한 것과 그 원인을, 발생하고 있는 것과 그 원인을, 그리고 발생할 것과 그 원인을 이해하고 분석하도록 해준다.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죽었을 때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 원인에 대해 궁금해했다. 무엇이 그녀의 죽음을 야기했는가? 미디어는 수많은 인과 추리를 했다. 일차적으로 생각된 원인은 파파라치였다: 오토바이에 탄 일단의 카메라맨들이 그녀가 탄 벤츠를 쫓아왔기 때문에, 운전사가 속도를 과속하게 되었고 그래서 터널의 기둥을 피하지 못하고 그 기둥에 차를 부딪쳤다는 것이다. 어떤 결과든 그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수많은 원인들이 있을 수 있고, 하나의 원인으로부터 복수의 결과들이 산출될 수 있다.
다이아나의 죽음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원인을 찾기 위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경찰의 전문가들이 수많은 가능한 원인들을 조사하였다.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다이아나의 운전사가 음주 운전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언론은 운전사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법적 허용치보다 3배 초과했다는 것을 보도했다. 경찰은 또한 항울제 프로작의 흔적을 발견했다. 알코올과 약의 혼합은 운전사의 시야를 흐리게 했을 것이며, 그의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다. 시속 130Km 이상의 고속으로 달린 차의 속도도 한 요소였을 것이며, 다이아나가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는 것도 그녀 죽음의 한 요소였을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분석할 경우, 우리의 비판적 기술은 강화될 것이다. 탐구 그 자체가 원인과 결과의 체계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원인과 결과의 체계를 밝혀내는 인과 추리는 비판적 사고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이것은 사건들, 개념들, 사람들을 보고 분석하는 또 다른 렌즈이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원인과 결과를 사용할 수 있다. 원인들에 집중하거나 결과들에 집중하거나 또는 양자 모두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원인들과 결과들을 검토하여 독자를 지겹게 만드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요한 원인들과 결과들을 추적하자.
(4) 분류(classification)
부엌에서 그릇 서랍을 열어보았을 때, 숟가락, 젓가락, 포크, 칼이 모두 함께 뒤섞여 정돈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 보라. 이것은 여러 모로 비효율적인 결과들을 낳을 것이다. 만일 모든 것이 서로서로 잘 정돈되어 있다면,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찾을 때도 훨씬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분류 없이 사고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또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물들을 나누고 범주나 그룹으로 분류한다. 논증하기의 한 전략으로, 분류는 우리가 어떤 주제를 분석하는 하나의 도구가 된다. 어떤 주제를 부분이나 유형으로 나누어서 그것들을 논의하거나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어떤 것을 어떻게 분류하는가는 여러분의 목적에 달려있다.
주방 용구들은 단순하지만, 지식의 경우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어떻게 분류해야 정보와 개념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매우 어렵고 중요한 문제이다. 분류 체계 없는 도서관은 광대한 무질서의 창고일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관련된 개념들, 대상들, 사건들 간의 그룹 짓기를 가능토록 해줄 패턴이나 특성들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주장을 발전시키고 방어하기 위해 범주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분류에 의해 주장하는 것이다. 다른 전략처럼 분류도 분석을 산출한다. 즉, 어떤 복잡한 주제, 개념, 과정, 사건, 혹은 사람들을 그룹이나 범주 별로 나누어서 고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분류에서의 문제는 그것이 상투적인 유형화(stereotyping)를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일반화를 통해 형성된 상투적인 유형화는 대상들의 개별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이미 만들어진 범주에 대상들을 맞춘다. 비록 분류가 과도한 단순화와 상투적인 유형화로 이끌 위험이 있긴 하지만, 분류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은 분류를 통하지 않고서는 분석과 해석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분류는 논쟁점에 대해 합리적인 탐구를 촉진할 수 있으며, 우리가 논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신의 화제를 어떤 범주로 분류하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화제를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화제를 범주로 분류하는 방식이 그 화제에 관한 자신의 사고 방식에 영향을 미치므로, 분류는 논증하기의 중요한 하나의 전략이다. 분류는 화제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자신의 아이디어를 주장하고 조직하기 위해 분류를 사용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키기 위해서도 분류를 사용할 수 있다. 단순히 우리가 사물을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요점을 드러내기 위해 분류를 사용하자.
(5) 비교와 대조(comparison and contrast)
비교와 대조는 매우 유용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흔하게 나타나는 전략이다. 비교하는 것은 유사점과 차이점을 지적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대조하는 것은 차이점을 지적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우리가 비교-대조를 사용할 때, 비교나 대조 혹은 둘 다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데, 그것은 글의 목적에 달려 있다. 다른 전략처럼, 비교-대조는 그것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단지 비교나 대조 그 자체를 위해 어떤 두 대상, 사람, 사건 혹은 개념을 비교하거나 대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가 글쓴이의 요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비교-대조를 사용한다.
비교와 대조를 조직화하는 데에는 블록 패턴과 교체 패턴이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두 사항을 비교하거나 대조하기 위해, 하나를 먼저 논의하고 다음에 다른 것을 논의할 수 있다. 이것을 블록 패턴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전대통령과 전두환 전대통령을 비교․대조시키려고 할 때, 우리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성장 과정, 집권 과정, 재임 중 업적, 퇴임 후 활동에 관해 먼저 말하고 다음에 전두환 전대통령의 성장 과정, 집권 과정, 재임 중 업적, 퇴임 후 활동에 관해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은 두 사항을 서로 교대로 말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교체 패턴이라고 부른다. 즉, 우리는 먼저 김대중 전대통령과 전두환 전대통령의 성장과정에 관해 말하고, 다음에 그들의 집권과정에 관해서 말하고, 그 다음에 그들의 재임 중 업적에 관해서 말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퇴임 후 활동에 관해 말할 수 있다.
블록 패턴 교체 패턴
김대중 전대통령의 성장 과정, 김대중 전대통령의 성장 과정,
집권 과정, 전두환 전대통령의 성장 과정
재임 중 업적, 김대중 전대통령의 집권 과정,
퇴임 후 활동 전두환 전대통령의 집권 과정
전두환 전대통령의 성장 과정, 김대중 전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
집권 과정, 전두환 전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
재임 중 업적, 김대중 전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퇴임 후 활동 전두환 전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6) 정의(definition)
정의를 활용한 글쓰기는 오랜 전통을 가진 전략이다. 비판적 사고자들은 어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에 대해 주목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문스러워 한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고 논증하고자 한다면, 단어의 의미를 분명하고 명료하고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단어들을 잘 정의하기 위해, 그 단어들의 기원, 즉 어원을 탐구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정의에는 외연적 정의와 내포적 정의가 있는데, 외연적 정의로는 직시적 정의(ostensive definition)와 열거적 정의(enumerative definition)가 있으며, 내포적 정의로는 사전적 정의(lexical definition), 약정적 정의(stipulative definition), 명료화 정의(precising definition), 이론적 정의(theoretical definition), 설득적 정의(persuasive definition)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특수한 정의의 형태로 문맥적 정의(contextual definition)와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 등이 있다.4)
(7) 기술(description):
기술은 단어로 시각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 기술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에 호소하는 구체적인 세부 묘사의 사용을 의미한다. 그러한 세부 묘사는 독자의 마음에 이미지를 산출한다. 기술은 독자의 감정과 사고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데 유용한 전략이 된다.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한 3일 후, 나가사키에 원폭을 떨어뜨린 비행기에 탑승했던 윌리암 로렌스(William Laurence) 기자에 의해 쓰여진 다음의 글을 읽어보자. 이것은 허구가 아니다. TV가 없는 독자를 위해 자신이 직접 본 것을 기술한 기자의 논-픽션 묘사이다.
원자폭탄의 폭발은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동시에 황홀하다.
첫 번째 버섯구름이 푸른 하늘 속으로 퍼져감에 따라, 형태가 꽃 모양으로 바뀌었다. 큰 꽃잎들은 아래쪽으로 굽어졌는데, 흰 크림색 꽃잎은 바깥쪽으로, 장미색 꽃잎은 안쪽으로 굽어졌다. 우리가 약 200마일 떨어진 거리에서 그것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도, 그것은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뒤범벅이 된 무지개들의 거대한 산과 같은 다양한 색깔의 격렬한 불기둥을 그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살아있는 많은 것들이 그 무지개들 속으로 사라졌다. 그 불기둥의 진동하는 상층부는 하얀 구름을 뚫고 매우 높이 치솟아 올랐는데, 마치 목 주위에 사방으로 퍼져있는 폭신폭신한 깃털을 가진 선사시대의 거대한 괴물의 모습처럼 보였다.
오늘날 우리의 대부분은 원자폭탄 폭발 장면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러나 1945년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원폭의 폭발 장면 그림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로렌스는 그것이 무엇인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삼았다. 여러분은 스스로 버섯모양의 폭발 구름을 처음에는 꽃으로, 그리고 다음에는 괴물로 기술한 로렌스의 기술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로렌스의 문장은 정보와 세부 표현으로 채워져 있고, 자신이 본 원자 구름의 생생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글쓴이는 기술을 통해 로렌스처럼 공포와 경외를 전달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주제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암시할 수도 있다. 글쓴이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세부표현을 주의 깊게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태도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가들은 독자의 관심을 끌어내고 요점을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며, 독자는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이 보고, 듣고, 만져보고, 냄새 맡고, 맛보도록 해주므로 기술을 좋아한다.
(8) 예시(exemplication, illustration):
자신의 주장을 지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요점을 드러내는 예시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자가 TV의 뉴스에서 한 여성의 암과의 투쟁 및 치료비 지급을 거부하는 건강보험 회사와의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자. 만약 그것이 광범위한 사회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면, 깊이 파고드는 하나의 예시가 여러 사람들의 짧은 사례들에 관한 보고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다음은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예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패러다임’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말한다. ‘패러다임 전환’의 정의가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지만, 다음의 예시는 구체적이고 생기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지하철에서 어느 일요일 아침 작은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지하철을 탄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생각에 잠겨있거나 또는 눈을 감고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조용하고 또 평화스러운 장면이었다. 그런데 다음 정거장에서 한 중년 남자와 그의 아이들이 탑승한 순간, 아이들이 매우 큰소리로 떠들고 제멋대로 행동해서 전체 분위기가 금방 바뀌었다.
아이들과 함께 탑승한 그 남자는 바로 내 옆에 앉았는데, 두 눈을 감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이 보였다. 아이들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큰 소리로 말하고, 물건을 팽개치며, 심지어는 어떤 사람이 읽고 있는 신문을 움켜잡기까지 하였다. 매우 소란스런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 옆에 앉아있는 이 남자는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화를 내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이 남자가 자기 아이들이 저렇게 날뛰도록 내버려두고, 자신은 무감각하게 가만히 있으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의 모든 승객들이 짜증을 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이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아이들이 저렇게 많은 손님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을 좀 조용하게 할 수는 없겠습니까?”
그때야 이 남자는 마치 상황을 처음으로 인식한 것처럼 눈을 약간 뜨면서 다음과 같이 힘없이 말하였다. “아, 그렇군요. 저도 뭔가 어떻게 해 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 막 병원에서 오는 길인데, 한 시간 전에 저 아이들의 엄마가 죽었습니다. 저는 앞이 캄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아이들 역시 이 일을 어떻게 해야될지 막막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 순간에 나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상상할 수 있는가? 내 패러다임이 변하였다. 나는 갑자기 상황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고, 상황을 다르게 보았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고, 다르게 느끼게 되었고, 다르게 행동하게 되었다. 나의 짜증은 사라졌고, 화가 났던 내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어떻게 다스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내 마음은 온통 이 사람이 가진 고통으로 가득 채워졌다. 동정심과 측은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넘쳐 나왔다. “선생님의 부인이 돌아가셨다고요? 저런, 안됐습니다.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할 말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9) 이야기 서술(narration)
위에 제시한 패러다임 전환의 예시는 또한 서술이라고 불려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동시에 요점을 드러내는 스토리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술은, 일반적으로 발생한 시간 순서로, 사건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야기는 형식적 논증과 비형식적 논증 모두에서 주장을 진술하고 지지하는 유용한 전략이다. 이야기 방식의 서술(narration)은 독자의 호기심과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것은 글쓴이의 논점을 드러내면서 아울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서술은 ‘일화(anecdotes)’라고 부를 수 있다. 서술적 증거는 ‘일화적’ 증거이다. 본질적으로, 일화는 개인적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화적 증거는 보통 가볍고 약한 증거로 여겨진다. 따라서 서술에 의존하는 논증은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술은 합당한 전략이다. 다양한 종류의 리포트는 서술의 도입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역사가들은 극적인 효과와 공감과 실제적 분위기를 창출하기 위해 서술을 종종 사용한다. 이야기 방식의 서술은 일반적으로 개인적 경험의 기술인 경우가 많지만, 역사적인 사건의 해명일 경우도 있으며, 객관적인 보고일 경우도 있다.
비판적 사고가들은 독자의 관심을 끌어내고 요점을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 서술을 사용하며, 독자는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10) 단계별 과정(process):
글쓰는 이는 단계별로 하나의 과정을 기술한다. 글쓰는 이가 그 과정의 각 단계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 단계들 간의 관계를 분석할 경우, 그것은 과정에 대한 기술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분석이 된다.
로젠버그는 글쓰기의 1차적인 전략들 이외에 14가지의 2차적인 전략들도 제시한다. 이 전략들이 모두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입론을 정하고, 서론, 본론, 결론을 써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중에 이미 언급한 사항들도 있다. 또한 일부는 1차적인 전략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설명인 것도 있다.
2. 글쓰기 기법 II: 2차적인 글쓰기 전략들
(1) 비판 예상하기:
글쓴이는 독자가 할 수 있는 비판을 미리 예상하여 진술하고 그 비판에 대답한다.
(2) 질문하기:
독자가 혼란스럽거나 궁금하여 보다 명확히 알고자 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항을 글쓴이는 질문의 형태로 독자의 입장에서 물음을 제기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글쓴이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항에 대해 독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이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질문을 제기하고 난 후 글쓴이는 자신이 올바른 답이라고 믿는 것을 제시한다.
(3) 다이어그램과 그림:
글쓴이는 다루고 있는 자료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요약하고, 풍부히 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사진, 다이어그램, 차트, 표 등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차트는 글쓴이가 독자에게 개진하려는 내용에 대한 요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
(4) 대화:
글쓴이는 글을 더욱 생생하게 하기 위해 대화를 직접 인용한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에 민감한 귀를 가진 글쓴이는 대화체를 사용함으로써 글에 색채를 입히고 글을 보다 현실감 있게 만든다.
(5) 비유적인 언어:
글쓴이는 독자의 마음에 그림이 떠오르게 하기 위해 은유, 직유, 환유를 사용함으로써 생각을 전개한다. (환유는 표현하려는 대상과 경험상 밀접하게 연상되는 다른 사물이나 속성을 대신 들어 나타내는 표현방법이다. 즉, 접촉성에 토대를 두고 한 사물을 다른 사물로 치환하는 표현법으로, 이때 접촉성은 공간적 접촉과 논리적 접촉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면, ‘왕관’으로 ‘왕’을 대신하는 것은 전자에 속하며, ‘나는 밀턴을 모두 읽었다.’에서 ‘밀턴’이 ‘밀턴의 저작물’을 대신하는 것은 후자에 속한다.)
(6) 역사적인 자료:
어떤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거나 논증을 설득력 있게 지지하기 위해 과거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적 인물에 호소한다.
(7) 유머:
만약 글쓴이의 의도가 글을 읽는 독자를 전반적으로 즐겁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유머는 아주 유용한 글쓰기 기법일 것이다. 그러나 심지어 심각한 글에서조차 유머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심각한 글에서도 유머를 사용함으로써 글쓴이는 어조를 다양하게 하고, 요점을 강조하고, 독자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8) 과장:
글쓴이는 어떤 특정 생각을 고양시키고 집약시키기 위해 과장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잘못 사용한다면, 과장은 독자를 기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나, 만일 조심스럽게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과장은 독자들 기만하지 않고 오히려 글쓴이의 요점을 강조해 줄 것이다.
(9) 개인적 경험:
내용을 생생하게 하기 위해서, 요점을 명료하게 하거나 지지하기 위해서, 또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글쓴이는 자신의 삶의 사건에 대해 기술한다.
(10) 인용:
글을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서 또는 글이 설득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글쓴이는 다른 출처에서 인용한다.
(11) 권위에 호소:
논증에 무게를 주어 설득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쓴이는 전문가의 글을 직접 인용하거나, 원문을 풀어 쓰거나, 아니면 권위자를 단지 언급함으로써 권위에 호소한다. 권위에는 백과사전과 같은 서적 형태도 있을 수 있고 전문가와 같은 사람의 형태도 있을 수 있다.
(12) 반복:
어떤 생각을 강조하거나, 독자를 확신시키기 위해, 혹은 그것에 몰두시키기 위해 글쓴이는 어떤 것을 몇 차례 반복할 수 있다.
(13) 수사학적 질문:
효과를 위해 제기되는 질문이다. 글쓴이는 여기서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그 대답은 명백하므로 진술될 필요가 없다.
(14) 통계:
글쓴이는 자신의 논증을 지지하는 정보를 요약하거나 강조하기 위해 통계를 사용한다. 그러나 통계는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다. 그 타당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떻게 수집되었으며 어떻게 해석되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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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정심에의 호소”는 현실적인 효과는 있을지라도, 논리적인 관점에서는 오류이다.
2) Vivian M. Rosenberg, Reading, Writing, Thinking: Critical Connections, Random House, New York, 1989, 101쪽
3) 귀납적 일반화와 관련된 오류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근시안적 귀납의 오류(편향된 통계자료의 오류)’, ‘오도된 생생함의 오류’, ‘태만한 귀납화의 오류’ 등이 있다.
4) 엄밀하게 말해, ‘원인(cause)’과 ‘이유(reason)’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원인’은 발생적 기원을 말하며, ‘이유’는 정당화 근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브루터스가 칼로 찔렀기 때문에(원인) 씨저는 죽었다”; “브루터스는 로마를 사랑하였기 때문에(이유) 씨저를 죽였다.” 그러나 여기서 사용되고 있는 ‘원인’ 개념은 이유까지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이다.
5) 정의에 대한 설명은 논리교실 필로지아(정대현외, 2002년, 오란디프) 제6장 참조. 토렌스 같은 학자는 재정의(redefiniton)를 창의성의 중요한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김영정)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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