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압도하는 장중한 음악이 깔리며 보무도 당당한 미 해병의 민첩한 움직임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음악에는 빈 틈이 없고, 두 시간 내내 관객에게 숨을 돌리거나 휴식할 시간은 없다. 그러나 The Rock은 자유의 수호자이자 무한한 정의 미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선동 홍보 영화는 아니다. 미국의 전쟁액션영화도 조금씩 국가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1996년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고 기록적인 관객이 극장에 다녀갔으며 지금까지도 TV와 케이블에서 방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과 이야기 전개과정에 관심을 가졌을 뿐 세세한 대화나 시대상황적 갈등에는 많은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별로 생각하며 볼 필요가 없는 액션영화라는 해석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자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았다. 이제 더록의 인물과 대사를 중심으로 이 영화의 메세지를 찾아보자.
(1) 험멜 준장 (Brigardiar General Frank Hummel in U.S.Marine Corps)
There's something I've got to do. Something I couldn't do while you were here.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소. 당신이 살아있을 때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이…)
미 해병대 험멜 준장이 아내의 묘를 찾아 비장하고 의미심장한 말을 아내에게 던진다. 그리고 자신의 훈장을 아내의 비석 위에 놓는다. 그는 무슨 결심을 한 것일까?
해군 무기고(Naval Weapons Depot)에 험멜 장군 일행이 들어가면서 비밀리에 그의 특수요원들도 침투한다. 서플라이 디포(Supply Depot)가 아니고 웨폰 디포(Weapons Depot)니까 뭔가 무시무시한 게 있을 것 같다.
"I want sixteen, major." (소령, 16개를 가져오라)
무기고에 침투하여 경비병력을 해치운 특수부대원들은 험멜장군의 명령에 기민하게 움직인다. 험멜장군이 명령한 로켓모양으로 생긴 무기에는 VX라는 표시가 선명하다. VX가 대체 무엇일까?
? VX는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합물로 액체와 기체상태로 존재하며 주로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힌다... 신경가스인 사린보다 최소 1백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하며...VX에 노출되면 수분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증상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콧물, 침, 눈물, 다한, 호흡곤란, 시력저하,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이다. 인체 자율신경의 불수의근과 샘에 손상을 입혀 근육이 지쳐 더 이상 호흡을 할 수 없게 된다. (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듣고보니 정말 무시무시하다. 험멜장군은 대체 뭘 하려고 이걸 훔쳤을까?
샌프란스스코에 가면~ (If you go to San Francisco~) 세계의 아름다운 항구와 도시에 빠지지 않고 꼭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의 알카트라즈섬에 위치한 감옥 록(The Rock)은 온갖 흉악범들이 수용되어 있었고, 또한 단 한 건의 탈옥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던 죽음의 감옥으로 유명하다.
안익태선생이 미국에 입국하던 당시 출입국문제로 이 곳에 수감되었고 한밤의 옥중 첼로연주를 했던 곳이기도 하여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바로 그 알카트라즈를 향해 험멜장군과 함께 임무를 수행할 군인들이 날아간다. 알카트라즈의 록에 81명의 관광객을 인질로 잡은 험멜장군과 해병 및 특수부대 출신 군인들은 무기를 배치하고 작전을 시작한다.
자신의 명령권 하에 있는 군인들을 세워놓고 험멜은 드디어 마음속의 말을 토해낸다.
"The men of marine force recon are selected to carry out illegal operations throughout the world. When they don't come home, their families are told fairy tales about what happened to them. And denied compensation. Well I have choked down these lies by entire career. But here it now, the lie stops." ("해병의 리콘부대는 전세계에서 불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선택됐다. 그들이 집에 돌아오지 못했을 때, 가족들은 말도 안되는 설명을 들었고, 의문제기는 거부됐다. 난 내 군생활 내내 참아왔다. 하지만 여기서, 거짓말을 멈출 것이다!")
포스 리콘(Force Recon)은 비정규전 임무를 수행하는 미해병 최정예 부대로 1941년 창설되어 상륙, 특수정찰, 테러진압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수색, 정찰, 저격소대가 한국전쟁에 참전하였고, 베트남전쟁중 저격, 기습, 요인납치 임무를 수행했다.
"81 civilians are under my control."("81명의 민간인이 내 손에 있다.")
험멜장군은 알카트라즈에 인질을 잡고 15기의 VX신경가스 로켓을 배치하고 정부 각료들에 통첩한다. 임무수행중 사망한 해병대원들의 명예를 복권시키고 보상금을 지급하라. 그의 눈에는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가 빛난다.
"Remember operation Desert Storm? Surgical hit made by our smart bombs cover it's well on CNN? It was my man on the ground they made those hit possible by lasing the targets. 20 of them were left right outside Baghdad after the conflict ended. No benefits were paid for their families. No medals conferred. These men died for their country and they weren't even given a goddamn military burial. The situation is unacceptable." ("사막의 폭풍 작전 생각나? CNN을 통해 방영되던 스마트폭탄 정밀폭격? 그걸 가능하게 한 건 땅에 있던 내 대원이 레이저로 목표물을 유도했기 때문이었어. 전쟁 종료 후에도 20명이 바그다드 외곽에 남겨졌다. 가족들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없었고, 아무 훈장도 수여되지 않았어. 그들은 나라를 위해 죽었는데 군인묘지에 뭍히지도 못했어. 이런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
1991년 1차걸프만전쟁에 레이저포인터 들고다니는 고스트가 투입됐었단 말인가?
그런데 어느 나라에나 꼭 도움 안되고 혈세 파먹는 정치가가 있게 마련이다.
(Hummel) 83명의 내 대원들이 작전중 사망했다. 47명이 北라오스와 南중국에서.
(Synclair) 중국? 우리는 중국에는 파병한 일이 없는데?
(Hummel) 누군가? 신분을 밝혀라.
(Synclair) 백악관 수석(Chief of Staff) 헤이든 싱클레어요 장군.
(Hummel) 몇살이오 싱클레어 수석?
(Synclair) 33살입니다.
(Hummel) 미스터 싱클레어. 당신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당연히 모를거야. 난 당신이 9살 생일파티 하고 있을때 중국에서 200명을 죽인 부대를 지휘하고 있었으니까. 누구 싱클레어 입에 테이프좀 붙여. 저자가 내 시간을 갉아먹고 있잖아.
무능하고 뭐 아는것도 없는 녀석은 이쯤에서 찌그러져줬으면 좋았는데 그냥 있기는 근질거리는지 한 번 더 백악관 지지율 떨어질 짓을 한다.
(합참의장) VX독가스 로켓 한 개가 몇 명이나 죽일 수 있나?
(참모총장) 60에서 70정도입니다.
(Synclair) 그 정도면 뭐 괜찮군요.
이정도로 못알아듣고 있으면 참모총장도 열받는다.
(참모총장) Thousand요. Thousand. 7만명이 죽는다고. 티스푼 한 개가 바닥에 떨어지면 30미터정도 퍼집니다. 한 티스푼이 공기중에 퍼지면 반경내의 모든 생물체를 죽일거요. 이젠 좀 이해하겠소?
세금이 아까운 속터지는 백악관 수석. 이제야 좀 알아들은 것 같다.
하지만 험멜장군은 결국 인질들을 죽이지도, VX가스를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발사하지도 못한다.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의미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미국의 정당성에 의심을 가한다고는 해도 여전히 헐리우드영화는 험멜장군과 같은 사람을 진정한 미국인으로 투영하고 싶어한다.
험멜장군의 첫 번째 통첩과 함께 활발히 계속되는 안전회의에서 참모총장은 FBI국장에게 묻는다.
"그런데 워맥국장. FBI 최고의 화학무기전문가가 누구요?"
(2) FBI 화학무기전문가 굿스피드 (FBI Chemical Weapon Specialist Stanley Goodspeed)
(Wommack) VX가스에 대해서 말해보게.
(Stanley) 1952년에 실수로 개발한 액체물질입니다. 마치 샴페인같은 거죠. 샴페인도 수도승들의 실수로 만들어졌습니다. 하하하.
(Wommack) 가스 말이야 가스. 굿스피드박사.
(Stanley) 아주 끔찍한 겁니다. 절대 만들지 말았어야 할 거죠. 이거... 훈련이 아닌가보군요?
평범하지만 항상 롤러코스터같은 인생을 사는 FBI 화학특수요원 스탠리 굿스피드. 순박하고 어벙해보여도 화학무기와 폭발무기를 다루는 데에는 프로근성을 발휘한다. 요즘들어 임신한 여자친구가 결혼하자고 해서 마음도 심난한데 최고상관인 국장이 직접 부른 이유마저 훈련이 아니고 실전이었다.
그러나 이 액션과는 가장 뒤떨어져 있을 것 같은 화학자가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할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움직이게 된다.
(3) 유일한 알카트라즈 탈옥수 존 메이슨 (John Mason) 알카트라즈의 유일한 탈옥수. 그러나 그 어느 곳의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비밀스러운 인물. 장장 30년이나 감옥에 있었던 이 노인의 정체는?
그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던 FBI국장 워맥은 한사코 그를 사용하는 것도, 그의 정체를 밝히는 것도 꺼려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81명의 인질을 구하기 위한 특수부대가 알카트라즈로 잠입하기 위해서는 알카트라즈를 직접 탈옥했던 메이슨의 도움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그의 과거 역시 복잡하다. 영국 특수부대 SAS요원이었던 젊은 메이슨은 FBI의 핵심비밀자료를 모두 훔쳤으나 미국을 탈출하기 전 붙잡혔고, 영국 당국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결국 그는 기록이 없는 인간으로 남게 되었고 미국 당국에 장기 수감되어 있었던 것이다.
"국가에서 버림받는 기분을 아는가?"
영화의 후반부, 험멜장군의 질문을 받은 메이슨은 잠시 침묵한다. 그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지고 국가에서 버림받는 일이라면 몸소 체험한 사람이 아니던가.
◇ 침투 알카트라즈에 무사히 침투한 해병특수요원들은 사전에 침투를 감지한 험멜장군측 군인들에게 전원 사살당한다. 이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메이슨과 굿스피드 둘 뿐. 중요전투에서 가장 쓸모가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 이젠 모두의 희망이 되어버렸다.
약 한 시간 동안은 숨을 쉬거나 마음을 놓을 여유는 없다. 채 5초의 휴식시간도 주지 않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액션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영화를 기억하고 또 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한 시간여의 액션에 흥미를 빼앗겨 이 영화의 메세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 임무완수
어느 영화에서나 그렇듯 훈련받은 최고의 정예들도 하기 힘든 임무를 늙은 특수요원과 전투와 담쌓은 화학박사가 성공적으로 해낸다. VX작용을 막기 위해 심장에 아트로핀 주사를 꽂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굿스피드는 필사적으로 상황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조명탄을 흔든다.
스탠리 굿스피드는 아름다운 캘리포니아와 수백만의 시민들, 여자친구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아이를 구해내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메이슨이 죽었다고 상부에 허위보고한다. 드디어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된 메이슨은 떠나며 시골의 한 교회의 비밀스런 장소에 대한 단서를 하나 넘겨준다. 거기에 뭐가 있길래?
◇ 의심받기 시작한 무한한 정의
헐리우드 영화속 미국은 자유의 수호자이자 무한한 정의의 표상으로 神을 대신하여 전 지구, 나아가서 전 우주의 평화를 지키고 모든 악을 무찌르고 전세계인을 평안케 하기 위해 힘써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미국영화를 보며 우리는 세계를 지키는 미국과 미국인을 동경하고 성조기 휘날리는 그 모든 정의로운 행동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천상의 천국보다 더 높은 절대선 미국이 곧 자유고 진리임을 종교와도 같이 믿어왔다.
그러나 미국의 무한한 정의는 의심받기 시작했다. 나라를 위해 죽어간 군인들을 외면하고 버리는 이야기는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미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더록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고, 실제로 해병대 리콘 특수부대원들이 그런 일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영화속 미국의 인상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음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21세기 들어 거듭되는 미국의 오만과 독선 및 폭주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우려를 사고 있고, 한국에서 더 이상 자유와 정의의 수호자 미국을 찬양하는 영화는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더록은 헐리우드 전쟁액션영화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전에 이 영화를 볼 때는 그저 화려한 액션과 긴박한 사건 전개에 흥분하며 봤다면 이젠 대사를 주의깊게 들어보고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를 느끼며 다시 한 번 감상해보자. 물론 아직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군인들의 처우와 명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뿐, 미국이 대외적으로 행하는 일들에 대한 고찰은 없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며 첫 번째 작전명으로 무한한 정의(Infinite Justice)를 내세웠다. 과연 미국이 무한한 정의인지, 무한한 정의를 넘어서 신의 대리자 미국을 보여주는 헐리우드영화를 볼 때에는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京鄕新聞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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