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연구는 ‘두뇌 장수학’ | ||||
<여기까지 오기까지> “인간이란 무엇일까?” 답 찾고 싶었다 “밤하늘의 많은 별은 어디에서 왔을까” “사람은 죽으면 천당을 간다는 데 정말일까”
경남 김해의 벌판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던 초등학생은 자라나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됐다. 치매정복연구단을 이끄는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탐사하는 것과 현미경으로 머릿속을 연구하는 것이 모두 인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밝히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뇌 속에 얽혀 있는 복잡한 신경회로를 외우고 그 기능을 이해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서 교수는 다른 의대생에게 과외를 가르칠 정도로 이들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때 과외를 가르치던 학생 가운데 현재의 부인을 만나기도 했다. “평생 임상의로 일해도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수천 명을 넘지 못하지만 신약을 개발하는 기초의학을 연구하면 수억 명 이상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서 교수는 세계적인 뇌 과학자가 됐다. 내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안과 같은 임상의학은 환자를 직접 돌본다. 반면 약리학, 병리학, 해부학, 생리학 같은 기초의학은 환자를 돌보지는 않고 통증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에 주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어 의대생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큰 규모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현재도 최고과학자를 제외하고 1년 동안 개인연구자에게 6~7억 원의 가장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는 교과부의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창의연구단) 45곳에서 의대는 단 2곳뿐이다. ‘C단 단백질’이 치매를 일으킨다는 주장을 제기해 의학계에 화재를 일으킨 데 이어 2000년 창의연구단에 선정되면서 어려움은 끝이 났다. 충분한 연구비를 받게 되면서 서 교수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우수한 인재들을 뽑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치매정복연구단에는 17명이나 되는 석·박사급 연구원이 있다. 치매 환자의 몸에서 베타 아밀로이드가 과도하게 분비돼 뇌에 쌓이고 이것이 기억과 학습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치매를 치료하려는 과학자의 연구도 자연히 베타 아밀로이드의 분비를 조절하는 데 맞춰졌다. 치매 환자 가운데는 베타아밀로이드 성분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베타아밀로이드가 쪼개질 때 만들어지는 C단 단백질에 새롭게 주목했다. 이 결과 1996년 베타아밀로이드가 치매의 주범이라는 기존 학설을 뒤집고 C단 단백질이 베타아밀로이드보다 10~1000배나 더 독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오수유라는 한약재를 이용한 DHED, 인삼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한 MPC, 기억 항진제인 BT-11 등을 포함해 5~6개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그는 “DHED는 동물실험을 마치고 임상실험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는 약 30만 명. 대체로 65세가 넘으면 10%, 75세 이상은 20%, 85세 이상은 50%의 사람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치매를 앓았듯 일반인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 치매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한국인의 수명이 85세 이상이 되면 부부 중 한명은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치매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서 교수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제약회사로부터 치매 치료제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의 고령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제약회사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환자는 그것조차 모르게 됩니다. 동물은 사람이 귀여워해주면 잘 따르며 교감을 나눌 수 있지만 치매에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교감을 할 수 없어요.” 인류 지혜의 근원인 뇌가 파괴되면 사람이 동물보다 못한 행동을 하게 된다. 서 교수가 치매 연구를 ‘두뇌 장수학’이라 부른 이유다. | ||||
글/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us@donga.com (2008년 08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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