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하는 비법? 아이큐보다 더 중요한 이큐!

kongbak 2008. 1. 2. 15:54
공부 잘 하는 비법? 아이큐보다 더 중요한 이큐!
[노컷뉴스   2006-08-12 20:41:42] 
[CBS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



문용린 교수(서울대 교육학과)는 인간에겐 언어를 비롯해서 8가지의 다중지능이 있다는 이론을 펴서 다양한 재능으로 인간을 봐야함을 알려주었다. 아이큐보다 중요한 이큐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교육부 장관 출신의 문용린 교수 이야기를 CBS 라디오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에서 들어본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공지영 (CBS 아주 특별한 인터뷰)
▶ 출연 : 문용린 교수 (서울대 교육학과)

- 고향이 어디신가요?

어릴 땐 경기도 여주에서 자랐는데요. 태어난 곳은 만주입니다. 푸순이라고, 심양에서 40km 정도 올라간 데 있는 무연탄 산지에요. 제가 47년생인데, 48년에 넘어왔어요. 당시 중국에서는 국공합장이 깨져서 모택동이 만주 지역으로 들어오고, 장개석이 타이완으로 후퇴해가는 때였어요. 거기서 공산주의가 싫은 사람들은 만주에 있지 못하고 넘어왔죠. 그때 사람들이 미군 비행기와 군함을 타고 넘어왔는데, 저희 네 식구도 수송기를 타게 됐죠. 제가 생후 5개월밖에 안될 때 일이에요.

- 아버님은 왜 만주로 가셨나요?

증조부 때부터 거기서 사셨던 것 같아요. 고향이 평안북도이고, 집안 대대로 선천이나 삭주 쪽에 사셨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만주가 중국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었어요. 그곳에서 우리말 쓰면서 다 같이 살면서 들락날락했죠. 삼촌들은 지금도 다 거기 사세요.

- 중국과 국교 열린 후 친척분들을 만나보셨나요?

네. 근데 아버지는 돌아가셔서 어머니만 모시고 갔다 왔어요.

- 근데 어떻게 여주에 정착하셨나요?

아버지는 신의주에서도 공부를 좀 하신 분이었어요. 서울에 온 뒤 시험을 봐서 경찰에 들어가셨고, 배치 받은 곳이 여주였나봐요.

- 그 당시의 여주는 어땠나요?

어렸을 때의 고향은 다 아름답지만 특히 신륵사 앞 남한강이 흐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때는 남한강에서 뗏목 타고 내려가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목재를 실어 나르기 위해 뗏목에 솥을 걸어놓고 밥을 해먹으면서 일주일 이상 강을 타고 마포 나루까지 가는 거죠.

- 강변의 여름 풍경은 어땠나요?

이포라는 곳이 있는데, 질펀한 모래사장이 아주 넓어요. 미군 팀 스프리트 상륙작전 연습도 거기서 해요.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치기 위해선 거기밖에 없대요. 초등학교 때 그런 훈련 모습도 봤죠.

- 부모님의 교육 스타일을 어땠나요?

어머니는 옛날 분이라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요. 아버지는 전문학교까지 나오셨어요. 학식이 있으셨죠. 그래서 공부 쪽은 아버지가 관여하시고, 어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육남매를 돌보셨어요.

- 어렸을 때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도 다니고 서울대 교수까지 하니까 꽤 잘난 거라고, 적어도 우리 집안이나 부모님은 저를 대견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집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걔는 참 이기주의자다. 저만 아는 애다."라면서 당신 며느리한테 흉을 보셨대요. 아마 속뜻은 '원래 그런 애니까 좀 접어두고 사는 게 좋다.'는 의미였을 지도 몰라요. 근데 전 그 소리를 듣고 서운했죠. 어머니는 나를 최고로 볼 줄 알았는데, 왜 나더러 이기주의자라고 하셨을까? 그래서 집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밑으로는 동생들이 줄줄이 있고, 어머니는 시골 살림 꾸려나가느라 그렇게 바쁘고 힘들었는데도 심부름 한번을 안했다."는 거예요. 공부하고 책 보느라고요. 책 한번 잡으면 아침부터 밤까지 책만 본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책 보는 아이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중학생이면 엄마가 힘들다는 걸 뻔히 알 법한 나이인데도 빨래 한번 걷은 적이 없대요. 어머니는 그런 게 서운하셨대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 마음이 이해가 가요.

- 어머니는 자녀들을 그냥 놔두는 편이었나봐요?

네. 야단맞아 적이 없어요. 체벌도 없었고요.

- 가장 혼났던 적은?

여주에 한강 지류가 하나 있어요. 장마만 지면 흙탕물이 콸콸 내려가는데요. 꼭대기로 올라가서 강물에 풍덩 빠지는 게 무척 재밌거든요. 그걸 하다가 다리를 다쳤어요. 그래서 '아, 이렇게 아프니까 학교 안 가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어머니도 이럴 때 쉬는 거라고 말씀하시기에 그냥 집에서 쉬고 있었죠. 근데 아버지가 오시더니 학교 가라고 호통을 치시더라고요. 그러고는 자전차 뒤에 포대를 놓고 저를 끌어안아다가 학교까지 실어 나르셨어요. 그렇게 한 달 동안 아버지가 저를 실어 나르셨어요. 그때 제일 많이 혼났어요.

- '이큐'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하셨는데요?

저의 원래 전공이 도덕심리학, 도덕교육이에요. '한 아이가 태어나서 어떻게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어떻게 옳고 바르게 살아가겠다는 집착을 갖게 되는가?'를 윤리학적 차원보다는 심리학적 차원에서 공부했죠.

도덕이라고 하면 정직이나 성실처럼 덕목 중심으로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런 도덕적인 것이 인간의 성숙과 관련되어 있어요. 강박적으로 덕목을 외우고 정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요해선 안돼요. 살아가면서 전반적인 감정의 성숙이 이뤄지면서 도덕이 자연스러운 성숙의 마수로 나타나야 하죠. 그렇게 보면 도덕이라는 건 상당한 정도로 정서적 뿌리를 갖는 거예요.

나쁜 일을 하면 찝찝하니까 찝찝하게 사느니 손해를 보더라도 안하는 거죠. 그렇게 보면 정서라는 건 느낌이나 감상의 문제가 아니라 힘이라는 거예요. 예전에는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아이큐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지만 감정과 정서는 능력이 아닌 느낌이라고 간주했어요. 하지만 유혹이나 어떤 상황에서 견뎌내는 건 능력이거든요. 그러니까 인내심은 인내력이에요. 사람을 버텨주는 건 기억력이나 추리력 같은 지적 능력만이 아니라 감성 능력이 중요해요. 이게 이큐, 정서 능력이에요.

예컨대 여자들이 결혼해서 정신없이 살다가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갑자기 우울증이 와요. 나는 우리 가족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지만 그러는 동안 친정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또 나 자신의 삶은 무엇이었나? 그러면서 생활 속에 우울과 비관이 들어와요. 그럴 때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감상에 젖어서 자꾸 빠지면 끝이 없어요. 그러다가 감정이 익사하죠. 하지만 그럴 때 어떤 분들은 '아,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이건 감상이다. 이럴수록 내가 우리 식구를 잘 돌봐야 돌아가신 부모님께도 면목이 선다.'고 생각하면서 상념을 떨쳐내고 생활을 단련해요. 그게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에요.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무술 고단자라서 지금 덤비면 나도 죽는다, 그러면 산 속에 들어가서 10년 동안 와신상담하면서 그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기르잖아요. 그렇게 10년을 버텨준 것도 그 사람의 정서 능력이에요.

- 어떤 의미에서 정서 능력은 생존과도 직결되네요.

물론이죠. 진화론을 만든 찰스 다윈이 아프리카 정글로 간 이유를 아시나요?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이 약육강식의 틀 안에서 사는데 숲에 가면 토끼나 사슴처럼 약한 동물이 더 많잖아요. 오래도록 그렇게 약육강식의 틀에서 살아왔으면 사자나 호랑이처럼 강한 동물이 더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단 말예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다윈이 정글로 간 거예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힘과 머리가 똑똑한 게 살아남는 힘이 아니다. 겁 많은 놈이 살아남는다.'는 거예요. 그 겁이라는 게 정서잖아요.

어느 나라에서든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살아요. 여자들은 머릿속으로 두려운 일은 안 해요. 감정에 충실하고 예민하죠. 뭔가 찜찜하면 여자들은 안 하지만 남자들은 하죠. 살아남는 데에는 정서 능력이 중요해요.

제대로 된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아이큐와 같은 지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능력은 정서 능력이에요. 달리는 말은 컨트롤하는 건 기수인 것처럼 사람의 아이큐를 공부하는 쪽으로 인도해주는 건 감성 능력이에요. 머리가 좋아도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은 안 하잖아요. 공부하기 위해서 노는 걸 참자고 인도하는 게 정서능력이죠. 그러니까 사람을 이해하고, 특히 교육적으로 정서 능력을 기르게 해주는 게 대단히 중요해요.

- '다중지능'은 뭔가요?

1900년대 초에 아이큐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진 후 아이큐가 인간의 사고능력 지표로 여겨졌어요. 근데 지적 능력의 지표로 아이큐가 적절한가에 대해 심리학자나 교육학자들은 회의를 하게 됐어요. 예를 들어 천재인 피카소는 아이큐가 높아서 그림 천재가 됐을까요? 음악 천재인 모차르트의 아이큐는 높았을까요? 아인슈타인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오히려 열등아였어요. 아인슈타인의 아이큐가 높을 것 같지만 사실 기억력은 형편없었고 계산도 잘 못했어요. 뉴턴은 건망증이 엄청 심했고요.

190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아이큐에 대한 회의가 일었고,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아이큐에 대한 문제가 뭔지 극명하게 드러났어요. 아이큐 테스트에서 기억력이 높게 나오면 그 사람은 뭐든 다 잘 기억하는 걸로 간주해요. 그게 아이큐의 기본이에요. 근데 50~60년대에 들어오면서 모든 걸 다 잘 기억하는 기억력은 없다는 게 밝혀졌어요. 어떤 사람은 숫자를 잘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눈으로 본 걸 잘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소리로 들은 걸 잘 기억해해요. 언어능력에 있어서도 사람마다 말을 잘 하는 분야가 달라요. 예를 들어 차범근 씨는 축구에 관한 말은 잘 하지만 다른 데선 아니잖아요.

그때 대안으로 나타난 게 다중지능이에요. 그러니까 여덟 종류의 아이큐가 있다는 거죠. 언어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자연친화지능 등 여덟 개의 영역이 있어요. 예컨대 버지니아 울프나 이상, 전혜린 같은 분들은 자기 내면의 의미를 캐는 데 몰두하잖아요. 프로이드 같은 사람은 대인관계나 논리에 관심 없는 대신 나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잖아요. 그건 자기성찰지능이 뛰어나다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모차르트도 여덟 가지의 지능 분포 중 음악 지능이 아주 뛰어난 거예요. 하지만 나머지 지능은 보통 사람과 같거나 오히려 모자를 수도 있죠.

- 교육부장관직을 맡았다가 9개월 만에 물러나셨는데요. 당시 제일 아쉬웠던 것은?

교육부의 권한을 교육감에게, 교육감의 권한을 학교의 교장선생님에게, 교장선생님의 권한을 평교사에게 대폭 이양하고 싶은 계획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대적으로 조사를 했어요. 예컨대 교육부가 갖고 있는 과장급 수준의 권한이 몇 개인지 세세하게 조사해보니까 3만개가 넘더라고요. 그렇다면 그중에서 50%는 넘겨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해서 꽤 정리를 했는데 마무리를 못해서 아쉬워요.

그리고 해외교육청을 신설하고 싶었어요.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16개 교육시도청에서 지방의 교육감이 책임을 지고 초중고 교육을 하게 돼있어요. 근데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어요. 그 사람들도 다 한국 사람이거든요. 그렇다면 그들의 자녀를 국가가 돌봐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현재는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해외교육청을 신설하고 싶었어요. 해외담당 교육감을 둬서 외국에 있는 초중고 자녀들을 교육청 수준에서 관리하고 싶었죠.

▶ 진행 :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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