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

[스크랩]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

kongbak 2007. 12. 14. 14:55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

 

책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2007년 12월 발간)> 중에서...

정치 좀먹는 로비 사례들

미국의 정치평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크 그린(Mark Green)은 ‘셀링 아웃’(Selling out)이란 저서에서 미국 정치가 어떻게 기업과 돈에 휘둘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부제 ‘어떻게 기업이 선거와 법을 매수하고 민주주의를 배반 하는가’(How big corporate money buys elections, rams through legislation, and betrays our democracy)에서 잘 알 수 있듯 이 책은 기업과 큰돈에 좌지우지되는 요즘 미국 정치의 한심한 상황, 이 때문에 위태로워지기까지 하는 미국식 자본민주주의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A. 항공산업

1999년에 미국 비행기 서비스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한 해 동안 무려 5000여 건이 넘는 소비자고발이 접수됐다. 승객들의 서비스 불만이 폭주하자 상하 양원 의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승객이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권리법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항공승객권리법’(Airline Passenger Fairness Act). 이 법의 골자는 승객들이 기내에서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항공업계는 똘똘 뭉쳐 집요한 로비를 펼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로비 목적은 이 법안의 폐지였다.

과연 누가 이겼을까? 먼저 항공업계는 막대한 정치자금을 양당에 쏟아 부었다. 의원 개개인을 만나 ‘각개 격파’ 하는 것은 물론 법안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공화, 민주 양당에 정치자금 명목으로 돈을 내놓았다.

법안이 소개되는 첫 두 달 동안 이들은 양당에 2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또 이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투표가 다가올 때는 한 주에 22만5000달러를 양당에 내놓았다.

돈의 위력은 금방 나타났다. 상원에서 처음 내놓은 법안에서 엄격한 조항을 슬쩍 누그러뜨리더니 결국은 법안 자체가 흐지부지돼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 이것이야말로 ‘로비는 이런 것’이란 것을 말해준다고나 할까.


B. 자동차산업

미국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겨우 5%를 차지하지만 무려 전 세계 석유의 25%를 소비한다. 그만큼 자동차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동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것도 바로 안정적인 석유 확보가 가장 큰 이유다. 1991년과 2003년 부시 부자가 나란히 이라크전을 일으킨 것도 바로 석유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처럼 자동차는 필요한데 석유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그래서 미국 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마침내 1990년 일부 의원들에 의해 모든 자동차의 연료효율비(Fuel Efficiency)를 1995년 20%, 2001년 40%까지 의무적으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즉 적은 석유를 가지고도 자동차가 오래 굴러갈 수 있게 하면 소비자도 좋고, 크게 봐서는 석유 의존도도 낮추고, 돈도 절약할 수 있고(실제 연비를 40% 끌어올리면 하루에 280만 배럴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매연도 줄어들어 누가 봐도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연비가 떨어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 미니밴 등 큰 차를 만들어 짭짤한 재미를 봐온 자동차업계에선 즉각 반발에 나섰다. 자동차회사들은 수백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조성하고 즉각 조직적인 로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상원의원을 포섭, 필리버스터(filiburster․의사진행방해)로 법안 통과를 유보시키더니 나중에는 돈을 더 많은 의원들에게 뿌려 결국 법안을 흐지부지 만들어버렸다.

자동차업계로부터 2만 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받은 상원의원 중 64%가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1만2000~1만9999달러를 받은 의원 중 42%가, 0~1만1999달러를 받은 의원 중 15%가 반대했다.

이 수치는 결국 자동차업계로부터 돈을 많이 받은 의원일수록 법안 통과에 미지근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1년에 380억 달러(약 35조원)를 절약하고, 대외 석유의존도도 줄이고, 매연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누가 봐도 아주 괜찮고 효율적인 법안도 자동차업계가 벌인 로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 것이다.

또 2001년 상원의원인 존 매케인과 존 케리가 자동차 연비를 2005년까지 1갤런 당 24마일에서 36마일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지만 이 또한 로비에 의해 무참히 무산됐다.

자동차업계로부터 엄청난 정치자금을 받아온 의원이 총대를 메 수정법안을 내놓았고, 로비자금을 챙긴 다른 의원들의 지원에 힘입어 결국 법안은 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상원의원은 자동차업계로부터 1만8800달러가 넘는 정치자금을 받았고, 이 법안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평균 6000달러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적인 로비’의 또 다른 모델이 아닐 수 없다.(일부 독자들은 의원들이 로비 대가로 받는 돈이 “별로 크지도 않은데…”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이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보험, 석유, 항공, 담배 등 각 산업에 걸쳐 이렇게 돈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나중에는 엄청나게 큰돈이 된다. 때문에 여기저기서 받는 1~2만 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C. 세금과 로비

조세(Tax)에 관한 정책은 미국 기업들이나 돈 많은 슈퍼부자들이 가장 신경 써서 로비를 펼치는 분야다.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로비를 잘하면 큰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조세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펼쳐왔고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1996년 최저임금(Minimum wage) 인상안이 하원에서 제기됐을 때 기업들과 ‘유착관계’에 있던 많은 의원들은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이것이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기업이 위축되면 경제도 위축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듬해 이 법안은 거뜬히 통과됐다. 조건은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15달러로 높여주는 대신 기업들에게 세금감면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세금감면의 규모가 무려 21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겉으로는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챙긴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로비가 막중한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기업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총 3억6000만 달러가 넘는 로비자금을 뿌렸다.

또 1997년에는 세금제도를 교묘히 악용해 세금을 포탈하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자 의회에서 이를 견제하고 과세할 수 있는 대체법안(Alternative Minimum Tax)이 마련됐지만 이 또한 기업들의 로비로 휴지조각이 됐다.

오히려 1999년 가장 소득이 많은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에게 10년간 무려 240억 달러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때도 기업들의 로비가 있었던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이들 기업들은 1995년부터 98년까지 약 23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양당에 뿌렸다.

1999년에는 공화당 의원들의 주도하에 공화당을 지지하며 정치자금을 내놓은 기업과 개인들에게 무려 600억 달러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을 결정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이런 조세와 관련한 로비는 계속돼 왔고 당연히 기업과 갑부들을 위한 정책이 줄을 이었다.
2001년 9.11테러가 났을 때도 기업들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즉각 정부에 로비를 펼쳤고 부시 정부는 ‘9.11테러로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도우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500억~750억 달러의 임시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대신 막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기업에게 줬던 1997년 법안처럼 이 정책의 대다수 수혜자는 막강 로비스트들을 거느린 기업들이었다.

이 정책은 이런 저런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2002년 향후 3년간 미국 기업들에게 무려 2110억 달러(약 190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해주고 다국적기업에게도 90억 달러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세금 감면은 이처럼 겉으로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 경제를 활성화시킨다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엄청난 로비자금을 부시 행정부와 집권당인 공화당에 뿌린 당연한 결과에 다름 아니었다.
돈 공세는 언제나 먹힌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 중에서 발췌>

<저자 소개>
최성욱(현 야후코리아 뉴스팀장)
고려대-포틀랜드주립대 석사(커뮤니케이션)
저서 : 스포츠를 읽어라(2006) 프리미어리그로 떠나다(공저, 2007)

펌: http://choonggyuk.com

출처 :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
글쓴이 : ♣희망드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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