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쳤나?/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2007년 12월 08일 (토) 03:18 서울신문
[서울신문]기계 위에 손가락을 대라고 하더니,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는다. 말로만 듣던 일본 입국 외국인 지문채취의 현장. 한 나라에 입국하는 대가로 인간의 생체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매우 짜증나게 만든다. 둘째손가락의 지문을 요구하는 그들을 향해 셋째 손가락을 올려주며 입국장 문을 나섰다. 사실 그 나라가 매력적이라서 입국하는 게 아니다. 그저 방문하지 않을 수 없어 들어간 것뿐이다. 게다가 지문 찍는 게 싫어서 주민증도 끝까지 버티다가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겨우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같지도 않은 나라에 들어가면서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사람들, 농담하나? 파병을 한 한국이나 일본이나 어차피 부시 대통령의 애완견. 주인이 밉다고 목숨 걸고 개를 테러하는 사람도 있나? 유감스럽지만 테러리스트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은 테러할 가치도 없는 나라다. 일본 정부는 제 주제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본 것 같다. 일본에서 테러가 일어난 적이 있던가? 미국과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테러를 당할 때에도 일본은 테러리스트들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게다가 테러가 한창이던 게 언제 적 일이던가? 이라크 전쟁마저 세인의 기억에서 까맣게 잊혀져가는 이 시점에 느닷없이 일본 혼자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뭘까? 내가 기억하는 한, 일본에서 일어난 유일한 테러는 외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의 손으로 저질러졌다.‘옴 진리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뿌리는 엽기적 테러는 일본인의 작품이었다. 따라서 테러를 방지하는 게 목적이라면, 일본은 애먼 외국인이 아니라 위험한 자국인의 지문을 채취할 일이다. 불법체류자를 막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세상에 불법체류자 없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웬만큼 사는 나라에는 어디에나 불법체류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도 불법체류자를 막는답시고 지문을 채취하지는 않는다. 외국인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이 반인권적 발상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상식인 모양이다. 듣자 하니 불법체류자들 중에 성형까지 하고 재입국하는 사례가 있어서라고 한다. 도대체 그 나라에 들어가려고 제 얼굴에 성형수술까지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몇가지 극단적 사례를 보편적 입법의 근거로 들이대는 그 가공할 황당함에 이르면, 도대체 저 사람들이 제 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누가 그런 법을 만들었을까? 하긴, 일본 정치인들의 꼴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한국정치에서 차라리 희망이 보일 정도다. 제 나라 정치인들이 비싼 세금 받아먹고 이런 한심한 짓을 하는데, 그냥 침묵만 하는 그 국민들은 또 뭔지 모르겠다. 외국인 친구도 없나? 하여튼 산케이 신문 구로다 씨가 제 나라의 민도에 대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지문채취는 사실 아무 효과도 없는 상징적 제스처일 뿐. 도대체 이런 입법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일본인의 의식 아래에 밖에서 들어오는 이들은 테러리스트나 불법체류자 같은 범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틀어박혀 있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세계로 뻗어나가도 일본인의 머리는 여전히 바다로 고립된 열도에 갇혀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일본처럼 입국자의 지문을 채취한다면, 일본인들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당연하다며 흔쾌히 손가락을 내밀까? 아니면 그들도 남의 나라 정부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당하는 것을 기분 나빠할까? 전자라면 변태적이고, 후자라면 모순적이며, 어느 쪽이든 한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인들에 한해 입국할 때 지문을 채취하자는 증기 뿜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거야말로 일본과 같은 바닥수준으로 내려가는 길. 그들 혼자 그렇게 살게 내버려두고, 한국은 계속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에 따르는 게 좋겠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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