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자연스러움의 미학

kongbak 2007. 12. 5. 10:33
자연스러움의 미학

수능 시험이 끝나고 홀가분해진 고 3들은 요즘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극장가 등으로 발길을 옮기던 학생들이 최근 많이 찾고 있는 곳은 성형외과라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새 모습으로 단장하고 싶은 욕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젊음만으로도 빛나는 얼굴에 꼭 그래야만 할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렇게 성형이 대중적으로 낮은 연령층으로까지 확산된 데는 역시 미디어의 힘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텔레비전을 켜기만 하면 만나게 되는 미남 미녀들과 인터넷을 통한 각종 정보의 범람이 성형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많이 낮춰준 듯하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 화면 속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어딘지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기술의 발달로 HDTV가 등장한 뒤로는 세세히 보이는 모공 만큼이나 감출 수 없는 많은 것이 보인다. 심하게는 같은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의 이목구비가 너무도 비슷한 나머지 역할에 따른 개성을 찾기 힘들 때마저 있다.

 특히 대중적으로 애용되는 보톡스의 경우는 보툴리눔이라는 통조림 균으로 널리 알려진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독소를 정제한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정제된 물질로 근육을 마비시켜 그 부분의 주름을 펴는 것이다. 과하게 주사를 맞을 경우 본래 가진 자연스러운 표정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그러니 그것을 과연 아름다움이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람의 몸은 한 번 손을 대면 계속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이는 인간의 욕구가 무한하기 때문이며 인간의 솜씨가 완벽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예전에 많은 이들이 선망했던 유명 인사를 만나고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막대한 부를 통해 원하는 바대로 수차례 성형을 했지만 그 결과는 찬란한 한 시대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계적인 전문의들이 만든 작품이 결국 타고난 외모가 주는 자연미를 따라가기 힘들었던 것이다.

 옛날에는 직업이 가수일 경우에는 치아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직업에 대해 혜안과 자부심이 있었고 타고난 목소리가 귀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경우에는 맨 마지막에 힘이 집중되는 부위인 턱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무엇이 가장 소중한 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국 아무리 성형하려 해도 타인의 손으로는 성형할 수 없는 존재이다. 얼굴이 아름다워진다고 한들 그것에 비례해 마음이 아름다워지기는 어렵다. 물론 화상 등으로 치유 목적의 성형을 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겠으나, 자연미의 정수로 이루어진 미소까지 누가 성형해줄 수 있겠는가. 성형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면 자연히 많은 것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삶이 주는 큰 선물이다. 인간은 영과 육이 함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쉬운 것은 가슴 설렐 만큼 놀라운 미모로 등장했던 스타들이 과중한 경쟁 심리 탓인지 너도나도 몹시 달라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 순간 마음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자꾸만 변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초조한 마음은 초조한 표정으로 드러나고, 표독한 생각은 표독한 눈빛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표정과 눈빛은 무엇으로도 수술할 수 없으니 우울과 공허를 화려함으로 가리려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잠시 번잡한 일상을 접고 고요하고 행복한 마음을 찾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노력이야 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자연스런 아름다움으로 돌아올 것이다.